[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평양골프장

0:00 / 0:00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모바일 북한’김연호입니다. 오늘의 주제는‘평양골프장’입니다.

얼마전 북한 조선중앙TV에서 평양골프장을 다룬 녹화물이 방영됐습니다. 골프는 자연과 어울리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경기라고 소개했습니다. 맞는 말이기는 한데 북한 주민들에게 얼마나 현실적으로 들릴지 의문입니다.

골프는 쇠뭉치가 달린 채로 달걀만한 공을 쳐서 잔디밭에 파인 구멍에 넣는 경기입니다. 시발대에서 시작해서 여러 번 공을 쳐서 종착지에 있는 구멍에 넣어야 합니다. 이러기를 모두 18번 해야 하는데 매 구획을 영어로 구멍을 뜻하는 홀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골프는 18홀, 18 구획을 돌아야 경기가 끝납니다. 보통 경기를 모두 마치는 데 4시간 정도 걸립니다. 골프장이 얼마나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18홀이 모두 같은 거리는 아닙니다. 어떤 홀은 시발대에서 종착지까지 150에서 200미터 정도의 짧은 거리라서 세 번 만에 공을 구멍에 넣어야 합니다. 이보다 더 거리가 긴 홀은 최장 400미터가 넘는데요, 네 번에서 다섯 번 만에 구멍에 넣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규칙대로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전문 골프 선수들이고 일반인들은 공을 멀리, 정확히 치기 어렵기 때문에 기준 타수보다 훨씬 더 많이 쳐야 겨우 종착지 구멍에 공을 넣을 수 있습니다. 조선중앙TV에 나온 평양골프장 소장과 기자들도 규정 치기 회수를 넘겼습니다.

이 방영물에서 눈에 띄는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공이 날아간 거리를 나타낼 때 미터 대신 야드를 썼습니다. 이건 미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단위입니다. 그리고 매 홀마다 시발대에 세운 표식판에 영어로 기준 타수를 뜻하는 파(par)가 적혀 있었습니다. 이 골프장에 외국인들이 꽤 올 거라 짐작할 만합니다.

그리고 골프를 치는 소장과 기자들은 손목시계나 지능형 손전화를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골프는 공이 있는 위치에서 종착지 구멍까지의 거리에 맞춰서 채를 달리 선택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거리를 정확히 알아야 하는데, 전자망원경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고 지능형 손전화 응용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이렇게 거리를 측정하지 않고 골프를 치는 사람은 보기 어렵습니다.

응용 프로그램에서 인근 골프장의 목록을 열고 지금 내가 있는 골프장을 선택하면 매홀마다 내가 있는 위치에서 종착지 구멍까지 거리를 보여줍니다. 그 홀이 시발대에서 종착지까지 똑바로 가도록 생겼는지 아니면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꺾인 모양인지도 알 수 있습니다.

손전화를 매번 꺼내 보기 귀찮은 사람은 응용 프로그램을 전자 손목시계와 연동해서 거리를 알 수 있습니다. 중간에 개울이나 모래구멍 같은 장애물이 있는지, 있으면 거기까지 거리는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매홀마다 내가 몇 번 만에 공을 구멍에 넣었는지도 기록해서 경기가 끝난 뒤에 총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점수가 낮을수록 잘한 거겠죠. 18홀을 마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몇 걸음을 걸었는지, 거리는 모두 얼마나 되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땅이 넓어서 그런지 골프장이 굉장히 많고 가격도 한국에 비해 싼 편입니다. 한국에서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 크게 늘었습니다. 감염 위험이 없는 운동경기로 골프만한 게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내 골프연습장도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