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북한 코로나 사태와 도농 정보격차

김연호-조지 워싱턴 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2022.06.20
[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북한 코로나 사태와 도농 정보격차 평양 과학기술전당에서 학생들이 컴퓨터를 활용한 학습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북한 코로나 사태와 도농 정보격차’입니다.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로 의심되는 발열자 수가 계속 크게 줄고 있다고 북한 당국이 밝혔습니다. 지난달 중순에 하루 약 40만 명까지 치솟았지만 지난 주에는 2만 명 대로 떨어졌다는 겁니다. 지난 주 이 시간에 4만 명 대를 얘기했는데 일주일만에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도 농촌의 상황이 심각함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국가비상사령부는 도시에 비해 농촌에서 유열자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유열자들이 돌아다니거나 영농작업에 참여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습니다. 하지만 농촌 현장에서는 이런 당부가 실행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달 전국적인 봉쇄와 격폐로 모내기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으니 농촌에서는 마음이 급하겠죠. 농번기를 맞아서 전국 각지에서 농촌으로 지원 인력이 파견되고 있기는 하지만, 감염 위험을 생각하면 마냥 환영할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를 보니 방역원들이 모내기 작업에 온 농장원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던데, 사실 더운 날씨에 마스크를 계속 쓰고 일하기가 쉽지 않고, 무증상 감염자가 있으면 체온 측정은 의미가 없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북한의 최대 곡창지대인 황해남도에서는 급성 장내성 전염병까지 퍼지고 있습니다. 발열 여부만 확인해서는 환자들을 제대로 파악해서 치료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미국이나 한국처럼 전산화된 코로나 검사 체계까지는 아니더라도 북한에서 제대로 된 코로나 검사가 서둘러 이뤄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검사를 통해 환자를 파악하면 체계적인 격리 조치를 하고 환자 상태에 맞게 의약품을 공급해야 하는데, 북한에서 이 모든 게 지금 혼란스러운 모습입니다.

 

당국에서 손전화 통보문으로 안내문을 수시로 보내지만 이게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입니다. 유열자와 격리자들은 약을 먹기 전에 전문 의료인에게 먼저 물어봐야 한다, 해열제와 졸론은 하루에 한 번 먹어라, 이런 안내문을 받아도, 의약품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겠죠. 농촌 지역은 도시보다 손전화 보급률이 훨씬 낮을 텐데요, 그나마 이런 안내문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손전화 통보문으로 의학정보를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통보문은 긴급한 상황을 빨리 알리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여기에 너무 자세한 정보를 보내면 읽는 사람이 불편하겠죠. 이런 비상방역 상황에서는 주민들이 알기 쉽게 그림과 표, 동영상을 충분히 활용해서 정보를 전달해야 더 효과적입니다. 이럴 때는 지능형 손전화가 있으면 더 좋겠죠. 인터넷이 안되면 인트라넷으로라도 접속해서 동영상으로 시청하면 훨씬 편리할 겁니다. 하지만 북한 농촌 지역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능형 손전화를 갖고 있을지, 데이터 사용료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굳이 복잡하게 손전화를 통하지 않고 차라리 텔레비젼으로 이런 정보를 보는 게 더 낫다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다른 나라들에서도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농촌과 도시의 정보통신 봉사 수준의 격차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원격수업을 받을 수 있는 장비와 기반시설이 농촌에 많이 부족했고, 이동통신 전송속도도 농촌이 도시에 비해 많이 느렸습니다. 사람이 많이 살고 수익이 많이 나는 도시에 더 많이 투자를 했기 때문이죠. 북한에서는 이런 도농격차가 훨씬 더 심각해 보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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