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전화와 대북정보 유입

김연호-조지 워싱턴 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20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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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젊은 여성들이 손전화를 들여다 보며 뭔가를 하고 있다.
평양의 젊은 여성들이 손전화를 들여다 보며 뭔가를 하고 있다.
/AFP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은 ‘손전화와 대북 정보유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요즘 남북한이 삐라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탈북자들이 북한에 보내는 삐라에 대해 북한이 강력히 반발하고 한국 정부를 직접 겨냥해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북한은 맞대응으로 한국에 살포할 삐라 1200만 장도 준비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에서는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 삐라 살포를 두고 논란이 많습니다. 정부가 이들 단체를 단속하자 북한인권단체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셉니다. 반면에 접경지역 주민들은 삐라 문제로 남북한이 충돌할 경우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까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대북 삐라 살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대북 삐라 살포는 그동안 내용과 활동 주체가 변했을 뿐이지 꽤 오랫동안 진행돼 왔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북한주민들의 인권을 증진하는 차원에서 대북 정보유입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북한의 미디어 환경이 급격히 변했고 첨단 통신기술이 등장하고 있는 만큼, 대북 정보유입의 방법과 내용도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북한주민들이 이미 라디오와 텔레비전 뿐만 아니라 컴퓨터와 노트텔, 손전화를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맞게 정보유입 활동도 조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 중에서 손전화는 편리하고 확산력이 커서 대북 정보유입 수단으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2008년말 북한이 3세대 이동통신망을 개통한 뒤에 북한주민들 사이에서 손전화가 급속하게 퍼졌는데요, 지금은 가입자 수가 5~6백만 명 혹은 그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막대형, 북한에서는 미남자라고 부른다고 하는데요, 이런 구식 손전화가 많았지만, 지금은 크고 깨끗한 화면으로 볼 수 있는 지능형 손전화까지 보급되고 있습니다.

손전화는 간편한데다 다른 디지털 기기와 연결이 쉽기 때문에 금방 인기를 끌었습니다. 손전화로 사진을 찍어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내는 재미에 푹 빠지기도 하고, 동영상이나 음악, 책을 파일형태로 손전화에 저장해 놓고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한국 드라마나 가요를 손전화로 보고 듣고, 남들에게도 전달하는 사람들이 생겼죠.

이런 외부정보는 북한 사람들을 조금씩 변화시켰습니다. 여성들은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머리모양과 화장법을 따라했고,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한국식 말투가 유행했습니다. 손전화 통보문에도 한국식 말투를 적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고려링크나 강성망 같은 북한 내부 손전화망을 통한 외부정보 유통은 기술적으로 거의 차단돼 있습니다. 일반 주민들은 인터넷과 국제전화, 외국인 전용망에 접속할 수 없죠. 데이터 전송은 북한당국이 3세대 이동통신이 도입된 초창기에 잠시 허용하다2012년부터 차단했고, 북한산 지능형 손전화가 공급되면서 다시 허용했는데요, 데이터 전송 과정을 복잡하고 까다롭게 해 놓았습니다. 북한 당국이 전송비 수입을 거두면서 감시와 통제도 엄격하게 하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다 북한 보안원들이 길거리에서든 직장에서든 아무때나 검열과 단속을 하고 있기 때문에, 손전화에 한국 드라마나 음악을 저장해 갖고 다니는 건 아주 위험합니다.

다른 사람의 손전화나 SD카드에 담긴 자료를 내 손전화에 옮겨서 보던 사람들도 많았는데 이제는 쉽지 않아졌습니다. 공식적인 전자서명이 없는 파일은 손전화에서 재생할 수 없도록 북한 당국이 손전화를 조작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당국의 정책이 있으면 주민들에게는 대책이 있습니다. 이런 전자 잠금장치를 푸는 프로그램이 중국에서 만들어져서 북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힘있는 사람들은 이런 프로그램도 필요 없겠죠. 어떻게든 당국의 감시와 통제를 빠져나갈테니까요. 북한 당국에 등록되지 않은 손전화도 외부정보와 함께 북한에 유입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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