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북한 청년들과 손전화 우회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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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북한 청년들과 손전화 우회 프로그램’입니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북한의 사상 단속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특히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 자주 언급됐고,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고삐를 바짝 죄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주 코로나 환자로 의심되는 발열자가 더이상 새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완전한 안정국면에 들어섰다는 게 북한 당국의 주장입니다.

이런 추세와 상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북한은 지난주 전승절에도 청년들에게 노병들의 충성심을 따라 배우라며 사상단속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종합대학을 비롯한 여러 대학의 학생들이 집결해서 전시가요대열 합창행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이런 노력은 청년들의 호기심과 정보에 대한 욕구를 잠재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손전화가 일반 주민들에게 보급된 지 벌써 10년이 넘었고 특히 청년들 사이에서는 손전화가 없으면 여자 친구도 사귈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북한당국이 자체 생산했다는 지능형 손전화가 계속 출시되고 블루투스 스피커나 귀수화기 같은 관련 제품도 함께 팔리면서 북한 청년들도 하루종일 손전화에서 눈을 떼기 힘들 겁니다. 밥을 먹을 때도 화장실을 갈 때도 손전화가 옆에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건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이나 비슷하지 않을까요?

이런 청년들에게 북한 당국이 손전화 사용을 감시하고 있으니 청년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겠죠. 특히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평양과학기술대학 같은 북한의 최고 대학들의 학생들이 손전화 감시를 우회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유포하고 돈벌이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이 야심차게 출범시킨 정보산업성에서 일하는 젊은 인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손전화를 마음껏 쓰고 싶은 욕구와 우수한 청년들의 정보기술 능력이 만났으니 어찌 보면 자연스런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데일리 NK’ 보도에 따르면, 손전화 감시를 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이미 북한 주민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데요, 종류도 10개 정도 됩니다. 그만큼 이 프로그램을 구하려는 사람이 많고, 돈벌이가 된다는 걸 안 전문가들이 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죠. 평소 가지고 다니는 손전화로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우회 프로그램은 USB나 외장하드에 담겨서 팔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알려진 우회 프로그램에는 비둘기와 참매가 있습니다. 외부 문서나 동영상의 인증을 회피할 수 있습니다. 특정한 파일을 숨길 수 있는 3차원 세계와 파일 열람 이력을 지워주는 미궁도 있습니다. 올해 새로 등장한 우회 프로그램으로는 가락지가 있는데 60달러에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안전원들과 당 일꾼들까지도 찾는다고 하니 우회 기술이 상당히 진보한 것으로 보입니다. 값은 비씨지만요. 북한 당국이 이걸 막는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거기에 대응한 새로운 우회 프로그램이 나오겠죠.

영어에서는 이런 상황을 고양이와 쥐의 쫓고 쫓기는 싸움으로 비유합니다. 최고 지도부에서 청년들의 사상단속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북한 당국도 손전화 단속과 감시의 고삐를 더 바짝 조일 겁니다. 지금도 손전화 프로그램 체계를 강제적으로 다시 태우게 하는데, 그 주기를 계속 단축하고 있습니다. 이런 조치들이 효과가 없을 경우에는 청년들의 손전화 사용을 일시적으로나마 금지하는 조치가 나오지 않을지 두고 볼 일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김연호,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