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북한의 시장환율 급등과 전자결제
2024.08.20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모바일 북한’김연호입니다. 오늘의 주제는‘북한의 시장환율 급등과 전자결제’입니다.
요즘 북한의 외화사정이 심각한가 봅니다. 환율이 크게 뛰고 있습니다. 시장 환율이 많게는1달러에 1만8천 원까지 올랐으니까요. 작년 여름만 해도 1달러에 8천 원대였는데 1년만에 환율이 두 배로 올랐습니다. 역대 최고치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두 달 전에 환율이 1만 원으로 뛰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는데요, 오름세가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쌀과 연유 가격도 많이 오르고는 있지만 환율만큼은 아닙니다. 아직은 여유가 있다는 얘기겠죠. 하지만 환율이 오르면 결국 물건값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 당국이 억지로 가격을 누르고 있거나 아예 거래를 못하게 해서 가격을 묶어둘 수는 있겠지만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겁니다.
최근 북한의 시장환율 급등세는 외부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환율이 왜 갑자기 이렇게 뛰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추측이 있는데요, 그 중에서 흥미로운 주장은 북한 당국이 작년말 크게 올린 근로자 임금을 환율 조작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시장환율을 의도적으로 크게 올린 뒤에 외화를 북한 원화로 바꾸면 예를 들어 똑같은 1백 달러를 가지고도 더 많은 북한 원화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시장에 돌아다니는 원화를 더 끌어모을 수 있는 거죠.
이렇게 해서 근로자 임금을 주면, 임금을 더 많이 줬다고 생색을 낼 수 있고 물가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는 계산을 북한 당국이 하지 않았겠냐는 거죠. 당국이 북한 원화를 더 많이 찍어내서 그걸로 수십 배 오른 임금을 주면 돈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풀려서 물가가 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율 조작을 하면 오히려 북한 주민들로부터 북한 원화를 더 거둬들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북한 당국이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겁니다. 북한 당국이 환율 조작을 하지 않았더라도, 어떤 이유로 환율이 올랐든 어차피 오른 환율을 이용해 전보다 더 많은 원화로 바꿔서 임금을 주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북한 당국의 의도가 무엇이든, 지금 북한의 외화 사정이 크게 불안해지고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이게 결국에는 북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겠죠. 외화사용을 금지하고 환전상들을 잡아들이고 원화 사용을 강제하더라도 경제를 바로잡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가지 눈에 띄는 건 북한 당국이 시장에서 외화 사용을 막고 원화 사용을 강제하면서 전자결제 체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평양 광복백화점에서 이달 초부터 외화를 쓸 수 없게 됐습니다. 외화를 갖고 있는 사람은 백화점의 공식 환전소에 가서 원화로 바꿔야 합니다. 환전소에서는 현금으로 주는 게 아니라 원화 전용 현금카드인 전성카드의 돈자리에 입금해 줍니다. 백화점에서 살 물건을 전성카드로 전자결제하라는 거죠.
문제는 환전소의 환율이 시장보다 낮다는 데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1달러에 1만 6천까지 받을 수 있는데, 환전소에서 9천 원만 내주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싼 값에 외화를 거둬들이면서 전자결제로 자금의 흐름까지 낱낱이 들여다 보겠다는 건데, 이렇게 큰 손해를 보면서 백화점 물건을 살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공장 아침 조회와 인민반 회의에서도 환전할 때는 국가 은행과 외화교환소를 이용하라는 지시가 계속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시장환율 보다 훨씬 낮은 환율로 원화를 내주기 때문에 은행과 외화교환소를 자발적으로 이용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북한 주민들이 수십 배 오른 임금을 전자결제 카드로 지급받고는 있지만, 백화점에서 큰 돈을 주고 물건을 사는 데는 별로 보탬이 되지 않을 겁니다. 시장의 외화를 흡수하고 원화로 전자결제하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북한 당국의 의도가 먹히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