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북한의 전국 도서관 부문 착상 발표회

김연호-조지 워싱턴 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2024.09.10
[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북한의 전국 도서관 부문 착상 발표회 지난 2011년 한 여성이 평양의 인민대학습당 도서관 컴퓨터에서 작업하고 있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사이버 정책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디지털 혁명을 겪고 있다.
/AP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모바일 북한’김연호입니다. 오늘의 주제는‘북한의 전국 도서관 부문 착상 발표회’입니다.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지난달말 전국 도서관 부문 착상 발표회가 열렸습니다. 조선과학기술총연맹 중앙위원회와 조선도서관협회가 주최했다고 합니다. 조선도서관협회는 모든 도서관들에서 독자들에 대한 정보봉사를 보다 높은 수준에서 진행하도록 지도해주는 역할을 하도록 돼 있고, 협회 위원장은 인민대학습당 총장입니다. 따라서 전국 도서관 부문 착상 발표회를 주관하는 건 당연해 보이는데요, 조선과학기술총연맹 중앙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건 그만큼 북한이 전국 도서관망의 정보화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발표회는 전민과학기술인재화 방침에 따라 전국의 도서관들이 과학기술자료 보급의 지역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었습니다. 미래원을 현대적으로 꾸미고 자료봉사를 개선, 강화할 수 있는 착상들을 서로 나눠서 좋은 착상은 일반화하자는 거겠죠.

 

북한에서 가장 좋은 전자도서관을 보유하고 있는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종합대학 뿐만 아니라 조선도서관협회를 이끌고 있는 인민대학습당, 그리고 국가과학원까지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과학기술전당은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최신 과학기술자료를 중앙에서 말단까지 보급하는 체계의 중심에 서 있는 과학기술전당이 빠진 이유가 궁금합니다. 도서관과 직접 관계가 없는 조선과학기술총연맹까지 참여했는데 말이죠.

 

사실 2016 1월 과학기술전당이 개관한 뒤로 인민대학습당이 뒤로 밀려난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2016년이후 인민대학습당이 언급된 노동신문 기사는 350여 개인 반면에 과학기술전당은 11백 개가 넘습니다. 그만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과학기술전당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뜻이겠죠. 이번 전국 도서관 부문 착상 발표회에 과학기술전당이 빠진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발표회에는 보통강구역 미래원과 안주시 미래원도 참여했습니다. 평양 시내와 평안남도 주요 도시에 있는 미래원들인 만큼 중앙 대학들의 전자도서관 정도는 아니어도 시설을 잘 갖춰 놓았겠죠. 북한이 주요 국가사업을 할 때 본보기 사례를 제대로 세운 다음에 전국적으로 일반화하는 방식을 택하는데 이번 발표회도 그런 작업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착상 발표회였으니까 여러가지 착상과 제안들이 나왔을텐데요, 30여 개 기관에서 80여 건의 제안들이 제출됐다고 합니다. 연결정보를 이용한 외부장서 봉사방식, 이동통신망을 이용한 도서대출 봉사 방안이 도서와 자료봉사의 편리성과 신속성 차원에서 관심을 모았다고 합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도서관에는 이런 봉사체계가 확립돼 있습니다. 도서관에 직접 가지 않더라도 인터넷으로 도서관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언제 어디서든 학교 도서관의 도서와 자료 봉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컴퓨터를 이용할 수도 있고 간단하게 지능형 손전화를 이용해서 도서관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검색어를 입력하면 검색어가 들어간 책과 논문, 신문기사 목록이 뜹니다. 많은 자료들이 컴퓨터 파일 형태로 돼 있기 때문에 바로 내려받아서 읽을 수 있습니다. 학교 도서관이 자체적으로 파일을 보유하지 않아도 자료봉사 전문기관의 홈페이지로 자동으로 연결돼서 파일을 구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 파일로 전환되지 못한 책들은 대출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 학교가 그 책을 소장하지 않고 있어도 방법은 있습니다. 인근 대학들의 전자도서관 자료기지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그 학교들에서 빌리면 됩니다. 특정 부분을 지정하면 그 학교들에서 직접 복사해서 컴퓨터 파일로 보내줍니다.     

 

북한도 아마 이런 봉사체계를 구상하고 있을 겁니다. 상당한 물적 투자 뿐만 아니라 도서관들 사이의 긴밀한 협력체계가 필요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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