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지난 주에 이어서 북한의 얼굴인식과 원격교육에 대해 좀더 알아보겠습니다.
북한 김책공업종합대학이 원격교육 수강생들의 얼굴위조를 막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소식 지난 주에 전해드렸습니다. 김책공대 원격교육학부 연구진이 개발한 건데요, 원격교육생들 중에 다른 사람에게 대리출석을 부탁하는 경우가 꽤 있었나 봅니다. 자기 전자증명서를 대리출석자에게 주고 사용자와 암호도 알려주고 얼굴인식 단계에서는 자기 사진을 카메라 앞에 갖다 대게 한 것 같습니다. 이걸 잡아내는 기술을 김책공대에서 개발했다는 거겠죠.
김책공대는 위조신호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위조식별 정확성을 높였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 방식을 이동통신망을 이용한 원격교육체계 학습자 인증에 구현해서 얼굴위조 식별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손전화를 얼굴인증에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보이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합니다.
김책공대는 지난달 중순 얼굴 화상 식별을 통해 원격교육생들의 학습태도를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것도 얼굴인식 기술을 적용한 건데요, 얼굴화상을 식별, 검출, 검증해서 학생들의 감정을 분석한다고 합니다. 원격강의실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나 컴퓨터 모니터 위나 옆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학생 각자의 얼굴 특징을 검출해서 8개의 기본 감정이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파악한다는 겁니다. 8개의 기본 감정에는 기쁨, 슬픔, 놀라움, 혐오, 경멸, 성남, 증오, 중성이 들어있습니다. 어떤 감정으로 공부하느냐에 따라 학습태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학습태도를 평가할 때 학생들의 감정분석을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게 김책공대의 설명입니다. 예를 들어 슬프거나 성나거나 누군가를 경멸, 증오하면서 공부를 하면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김책공대는 이런 기본 감정들에 더해서 원격교육생들의 표정까지 카메라를 통해 검출해서 학습태도를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카메라가 자동으로 파악할 수 있는 표정에는 미소, 폭소, 눈감음, 입벌림, 얼굴 찌푸림이 있다고 합니다.
2012년 조선중앙TV에 방영된 원격교육 프로그램에서는 원격시험을 치를 때 원격강의실에 설치된 카메라들을 통해 여러 각도로 원격교육생들을 감시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한 사람을 여러 개의 눈으로 감시하면서 부정행위를 막겠다는 뜻이겠죠. 그런데 이제는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해서 감정과 표정까지 카메라로 식별해 평소 학습태도를 평가하게 됐습니다.
원격교육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강의를 시청하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딴짓을 하는 사람들을 잡아내는 기술이 북한에서는 일찍부터 개발됐습니다. 이제는 강의시간 동안 감정과 표정까지 감시할 수 있는 기술이 나왔는데요, 수강생들 입장에서는 숨이 턱턱 막히지 않을까요? 무상으로 실시되는 원격교육을 통해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하루라도 빨리 달성하겠다는 북한의 의지가 읽히기는 합니다만, 근로자와 학생들을 다그치기만 해서 될 일일까 싶습니다. 국가에서는 엄청난 자원과 인력을 투입해 원격교육체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10만 명이 넘는 원격교육생들이 제대로 공부하고 있는지 믿지 못하겠다, 이런 생각이 드러나 보입니다.
미국에서도 코로나 사태로 학생들이 한동안 집에서 원격교육을 받아야만 했는데요, 수업시간에 딴짓을 하는 문제가 큰 골치거리였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어떤 이유에서건 컴퓨터 카메라를 켜지 않겠다고 하면 그렇게 하게 했습니다. 선생님들이 강제로 카메라를 켜라고 강요하지 않고 감시도 하지 않은 건, 학생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개인적인 판단을 존중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물론 그 핑계로 수업시간에 딴짓을 하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그 책임은 오로지 학생 자신이 짊어져야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