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과 자동번역기

김연호-조지 워싱턴 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2021.10.11
한글날과 자동번역기 현대자동차그룹이 2020년 12월 모바일 기기로 한국어와 영어로 빠르고 자유롭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인공신경망(두뇌의 정보처리 역할을 하는 신경망 형태를 모방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일종) 기반의 기계번역 앱인 'H-트랜스레이터(H-Translator)'를 공개했다.
/연합뉴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 ‘한글날과 자동번역기’입니다.

탈북자들이 한국에 정착하면서 겪는 어려움들이 꽤 있는데요, 그 중에 하나가 영어입니다. 한국에서는 일상생활 곳곳에서 영어를 쓰고 있는데요, 탈북자들이 금방 익숙해지기 어렵습니다. 한국은 10월9일을 한글날로 정해서 세종대왕의 한글창제를 기리고 있지만 영어를 비롯한 각종 외래어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한글날이 되면 외래어의 범람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들리기는 하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순수 한글만 쓰기가 어려운 것도 현실입니다. 상점이나 상품의 이름을 외래어로 쓰면 더 고급스러워 보인다는 생각 때문에 홍보효과를 위해서 일부러 외래어를 쓰는 경우가 많고, 컴퓨터 용어 같은 경우는 일일이 한글로 바꿔 부르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운로드를 내려받기, 리플라이는 댓글, 로그인은 접속으로 부르는 것처럼 정보통신 용어를 한글로 순화시키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1월15일을 조선글날로 정해 놓고 있지만, 한국처럼 공휴일로 지정하지는 않았더군요. 북한에서는 외래어를 여간해서는 쓰지 않는 게 인상적입니다. 축구 용어도 핸들링을 손다치기, 코너킥을 구석차기, 스로인은 던져넣기로 부릅니다. 평양에서 인기있는 서양음식 햄버거는 고기겹빵으로 부른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 기가막히게 한글로 번역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평양에서도 햄버거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한다고 들었습니다. 컴퓨터 용어는 북한도 외래어를 좀 쓰는 모양입니다. 컴퓨터, 블루투스, 검사 엔진 이런 용어들이 나오는 걸 보면 말입니다.

불편하기는 하지만 외래어들의 뜻을 모를 때는 지능형 손전화로 찾아보면 알 수 있겠죠. 인터넷으로 찾거나 사전 앱을 이용하면 됩니다. 북한도 손전화에 기본 앱으로 사전 기능이 들어 있습니다. 외래어는 한글로 표시돼서 그나마 읽을 수 있지만 영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글자를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 불편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손전화 사진기를 이용한 번역 기능이 있어서 정말 편합니다. 전에는 번역 앱을 따로 내려받아 설치해야 했는데 요즘에는 안드로이드 지능형 손전화에 기본으로 있는 구글 검색창에 이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돈을 주고 사전 앱을 따로 살 필요가 없게 된 겁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영어에서 한글로 번역하라고 설정하고 번역이 필요한 부분을 사진기로 비춰주면 신기하게도 한글로 나옵니다. 미국 약국에서 받아온 약통 뚜껑에 이 번역 사진기를 비췄더니 ‘길게 누릅니다. 회전하다.’ 이런 한글이 뜹니다. 뚜껑을 어떻게 여는지 안내하는 문구인데요. 좀 어색하기는 하지만 무슨 말인지는 알겠습니다.

북한도 2019년말 평양에서 열린 전람회에서 이와 비슷한 번역 기능이 소개됐습니다. ‘새세기 삼흥’이란 이름의 지능형 손전화용 다국어 사전인데요, 이 앱을 설치하고 사진 기능을 이용해서 외국어로 된 상표나 사용 설명서를 찍으면 번역문이 바로 뜬다고 합니다. 영어와 중국어, 러시아어를 포함해서 모두 6개 언어를 번역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물건을 들여올 때 아주 요긴하게 쓸 수 있겠습니다.

작년 여름에는 북한 삼흥경제정보기술사에서 새세기 1.0이란 이름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사진기를 통한 문자인식 기능에 더해서 음성인식 기능도 추가된 게 눈에 띄었습니다. 김일성대학에서 만든 룡남산이란 프로그램도 음성인식 기능이 들어 있어서 사람이 불러주는대로 글자가 입력됩니다. 한국이나 미국의 지능형 손전화에서도 음성인식 기능은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편리한 자동번역기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건데요, 번역의 정확도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에 따라 기술력이 판가름 나겠죠. 그리고 이런 기술을 무료로 보급한다면 사용자들로서는 더 바랄 게 없을 겁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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