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과학기술보급실 운영의 실효성’입니다.
요즘 북한이 과학기술보급실 운영과 관련해서 쓴소리를 자주 하고 있습니다. 계획을 꼼꼼하게 잘 세우고 공장, 기업소 종업원들의 실력 향상에 실제로 도움이 되도록 해서 과학기술보급실의 운영을 실효성 있게 해라, 이런 주문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장 일꾼과 기술자, 노동자들이 자기 공장과 직종에 맞는 전문지식을 습득하는 게 핵심인데, 이 근본 취지에 맞게 과학기술보급실을 운영하지 못하는 곳들이 아직까지 꽤 있나 봅니다.
과학기술보급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기부터 이미 있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집권 말기인 2011년에도 정보산업시대의 요구에 맞게 컴퓨터를 갖추고 국가망에 연결된 과학기술보급실을 만들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하면서 이런 움직임이 더 빠르게 진행됐고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공장과 기업소를 현지지도 할 때마다 과학기술보급실을 꼼꼼하게 챙겼습니다. 그래서 컴퓨터망으로 연결된 과학기술보급실이 상당히 확산된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 곳들이 있다는 겁니다. 제한된 성원들만 이용하거나 뚜렷한 목적지향성 없이 이것저것 열람하는 장소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런 지적이 북한 관영매체에서 여전히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에 그랬다면서 나온 사례들을 한번 볼까요. 기술학습에 관한 자료를 열람해서 공부하라고 과학기술보급실에 컴퓨터를 설치해 주었는데, 일부 종업원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새로 나온 동영상 편집물을 봤다고 합니다. 이 얘기를 듣고 저는 북한 단편영화 ‘열성독자’가 생각났습니다. 작업반장이 틈만 나면 과학기술보급실을 찾아서 공장 사람들 사이에서 열성독자라는 소문이 났지만, 실제로는 컴퓨터로 몰래 장기게임을 했었죠. 이런 사례들이 꽤 있으니까 이런 단편영화도 나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도 할 말은 있을 겁니다. 과학기술보급실에 가봐도 내 전공분야의 기술자료들이 별로 없고, 필요한 자료를 찾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과학기술보급실에 자료는 많이 모아 놓았지만노동자, 기술자들이 실제로 생산현장에서 쓸만한 자료가 없다면 별 의미가 없겠죠. 그래서 모아놓은 자료 건수가 얼마나 된다, 이런 자랑에만 머물지 말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리자들과 노동자들을 따로 떼어서 각각에 맞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관리자들에게는 과학기술보급실 운영계획을 검토만 하지 말고 직접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서 같이 계획을 세우라는 주문이 나오고 있습니다. 관리들의 형식주의를 질타한 겁니다. 실용적인 자료기지를 구축하고 수시로 갱신하려면 과학기술보급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북한도 이걸 강조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과학기술보급원의 자질과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원격교육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건 과학기술전당에서2017년부터 해온 사업인데, 그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아직도 과학기술보급원의 자질과 능력이 거론되고 있는 걸 보면 뭔가 내부적으로 걸림돌이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물론 과학기술보급원이 계속 바뀌고 과학기술 자료가 갱신되면 이들에 대한 재교육은 계속 해야겠죠.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작업반 별로 계획표를 일, 주, 월 단위로 세분화 해서 월말에는 사업총화를 하고 시험까지 보는 곳들이 있습니다. 북한은 이걸 모범사례로 소개하고 있는데요,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시험까지 보고 결과를 공개해서 경쟁심을 유발하는 게 꼭 반갑지만은 않을 거 같습니다. 개인에게 돌아가는 이득이 분명히 있다면 위에서 다그치지 않아도 알아서 하겠죠.
북한은 과학기술보급실이 참관용, 선전용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보급실이 확산 단계를 넘어서 질적인 도약을 보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박정우,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