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수자경제와 이동통신 ➀

북한의 이동통신 기지국 모습. 뒤로 고려호텔이 보인다.
북한의 이동통신 기지국 모습. 뒤로 고려호텔이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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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수자경제와 이동통신’입니다.

얼마전 조선중앙 TV에서 ‘수자경제와 이동통신’이란 제목의 프로그램이 방영됐습니다. 수자경제, 한국에서는 디지털경제라고 부르는데요, 북한 관영매체에서는 2019년부터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 당시 러시아의 과학기술발전 국가계획 소식을 전하면서 여기에 수자경제 계획이 들어가 있다고 보도한 점입니다. 이어서 중국 경제의 수자화 소식이 나왔는데요, 이 당시까지만 해도 북한에서 수자경제가 익숙한 개념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경제의 수자화, 디지털화는 기본적으로 정보화를 의미합니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경제를 더 효율적으로 운영관리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수자화는 정확한 계산과 타산, 과학적 이치에 맞게 모든 걸 운영한다는 걸 말하는데요, 경험주의에만 매달리면서 주먹치기로 일하는 과거의 편향을 극복하자는 구호로도 북한에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중앙TV의 ‘수자경제와 이동통신’프로그램에서는 이동통신망 건설과 운영은‘수요자와 가장 가까운 부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편리함을 주고 있어서 날이 갈수록 중시되고 있다고 했는데요,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이동통신, 그러니까 손전화가 얼마나 중요해졌는지를 북한 당국도 인정하고 있는 셈이죠. 1990년대 초 음성통화와 통보문만 봉사되는 2세대 이동통신에서 시작해서 영상과 다양한 자료통신이 가능해진 3세대, 그리고 여기에 전송속도가 급속하게 빨라지면서 다양한 봉사기능이 생겨난 4세대와 5세대 이동통신 체계까지 설명이 이어졌는데요, 북한의 고려링크나 강성네트는 여전히 3세대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북한에서는 지능형 손전화기가 생산되고 보급도 꽤 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외부에서 볼 때 흥미로운 장면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어떤 여성이 손전화기에 대고‘수양 동지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사업과 생활에서 더 큰 성과를 이루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말하니까 손전화에서 이 음성을 인식해서 곧바로 통보문으로 전환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펼쳐놓고 손전화기로 사진을 찍으면 책에 나와있는 내용이 문서파일로 변환되는 장면도 나왔습니다.

신기하면서 아주 편리한 기능이기는 한데, 사실 이건 최신 기능은 아닙니다. 지능형손전화 응용 프로그램이 발달하면서 이제 손전화는 손안에 쥘 수 있는 작은 컴퓨터가 된 지 오랩니다. 조선중앙 TV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이 활용되면서 손전화기가 이제는 ‘개인정보 말단장치’로 변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만큼 정말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이 개발되서 전세계 인터넷망에서 싼 값으로 팔리고 있는데요, 손전화기로 화상회의를 하는 건 코로나 사태 이후로 흔하게 볼 수 있게 됐고,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투브에서는 방송 시청 뿐만 아니라 실시간 방송까지 손전화기로 할 수 있습니다. 일반인들의 인터넷 접속이 차단돼 있고 대용량 자료통신이 불가능한 3세대 이동통신 체계에 머물러 있는 북한에서는 일반에 보급되기 어려운 기능일 겁니다. 대용량 자료통신이 필요한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더라도 3세대에서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조선중앙TV 프로그램에서도2001년에 등장한 3세대 이동통신은 불과 십 년도 못돼서 4세대로 갱신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2009년부터 이동통신의 전면적인 부흥이 펼쳐졌다고 했는데요, 북한에서 고려링크 손전화 봉사가 시작된 게 2008년 말이었습니다. 전세계에서 4세대 이동통신이 도입될 때 북한은 3세대 이동통신 시대에 막 들어간 거죠. 북한이 4세대를 넘어 5세대 이동통신까지 언제 어떻게 도약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