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양강도 농촌경리위원회와 화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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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양강도 농촌경리위원회와 화상회의’입니다.

지난 주 한국의 ‘데일리 NK’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습니다. 북한 양강도의 농업지도기관이 화상회의를 열어서 농업 일꾼들에게 농업법을 재포치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도농촌경리위원회가 양강도의 농장 관리위원장, 기사장들을 화상회의에 불러들여서 세 시간동안이나 농업법을 설명하고 이런저런 주문을 했다고 하는데요, 북한에서 화상회의가 상당히 많이 활용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농업 일꾼들에게 농업법을 재포치하는 건 정보화나 정보기술과 직접 관련된 부문이 아니지 않습니까. 화상회의를 활용하지 않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사안으로 보이는데, 화상회의를 했습니다. 도 농촌경리위원회로 모이라고 해도 될텐데 말입니다. 북한이 농업 부문에서도 정보화를 위한 기반시설을 꾸준히 닦았고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단계에 와 있다는 뜻이겠죠. 제가 양강도의 사정을 자세히 몰라서 하는 말이기는 합니다만, 평양 인근지역이 아닌 국경지역에서 이렇게 화상회의를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눈에 띕니다. 아무래도 물자나 시설, 인력과 기술이 평양 주변보다는 부족할 수밖에 없을텐데 말입니다. 농업 부문의 정보화가 지방에까지 상당히 이뤄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물론 지방 말단의 작은 단위까지 정보화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여기에 필요한 통신시설과 장비, 전자기기가 보급돼야겠죠.

이번 화상회의에서 농촌경리위원회는 농업의 물질 기술적 토대를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자세한 영농지표를 제시해서 여기에 필요한 물질 기술적 보충문제를 해결하라는 건데, 상부의 지원은 없고 하급단위에서 알아서 잘 하라는 얘기로 들립니다. 여기에 더해서 이걸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면 법적 책임을 지우겠다고 엄포를 놓았다고 하는데요, 농업 일꾼을 못해 먹겠다는 불만의 소리가 나올만 합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뒤로 이곳 미국에서도 화상회의가 일반화됐습니다. 업무와 관련된 회의 뿐만 아니라, 가정주부들의 친목 모임도 화상회의로 할 정도니까요. 그런데 정말 재미있는 모임도 화상으로는 세 시간을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컴퓨터 화면 앞에서 세 시간동안 앉아있으면 허리도 아프고 집중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죠. 화상회의는 길어도 한 시간 반을 넘지 않는 게 가장 좋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그런데 이번 양강도 농촌경리위원회 화상회의는 세 시간동안 했다고 하니, 회의에 참석한 농업 일꾼들이 정말 고생했을 것 같습니다. 즐겁고 재미있는 얘기도 아니고 물질 기술적 토대를 제대로 마련해라, 못 하면 법적 책임을 지우겠다, 이런 얘기를 들었으니 말입니다. 북한에서는 락원이라는 이름의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쓰는데, 여기서도 참가자들이 카메라와 마이크를 조정해서 상황에 따라 켤 수도 있고 끌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세 시간동안 카메라를 끄지 못하고 계속 켜 놓아야 했다면 꼼짝없이 벌을 서는 셈이었을 겁니다.

최근 북한 관영매체 보도를 보면 농업부문에서도 화상회의가 많이 등장합니다. 전국 농기계부문 학술토론회, 태풍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회의도 화상으로 진행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보의 공유와 흐름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이런 수직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하급단위나 개인들끼리도 자유롭고 편하게 수평적으로 화상회의를 할 수 있게 보장해 줘야 할 겁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