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북한 TV에 나온 손전화
2023.11.20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모바일 북한’김연호입니다.
북한 조선중앙 TV에서 최근 ‘수자경제와 이동통신’이란 제목의 녹화물을 방영했습니다. 수자경제가 무엇인지, 북한에서는 수자경제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북한에서 이동통신은 수자경제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지난 주까지 이런 주제를 흥미있게 다뤄봤습니다만, 저는 이 방송을 보면서 화면에 나온 북한 손전화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북한에서 손전화 사용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궁금했었거든요.
물론 ‘수자경제와 이동통신’에 나온 장면들이 최근에 찍은 건지, 아니면 몇 년 전 미리 찍어 둔 건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다만 북한의 손전화 이용실태에 대한 정보가 외부세계에서는 거의 없다 보니 이런 동영상 자료도 북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방송에서 아무 설명 없이 손전화가 화면에 보여도 직관할 수 있는 자료 자체가 상당히 많은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가장 앞선 기술에 대해 설명하는 방송인 만큼, 여기에 나오는 손전화와 관련된 화면들은 북한에서 가장 내세울 수 있는 것들을 모아 놓았겠죠.
먼저 손전화로 통화하면서 빵을 고르고 있는 중년 남성이 나옵니다. 백화점 카트, 손수레를 밀고 다니는 사람들, 넓은 공간, 잘 진열된 상품들이 보였는데요, 곧이어 대성백화점에서 상품식별부호, QR코드를 지능형 손전화로 사진 찍어서 전자지갑으로 넘어가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전자결제 방식이 전세계적으로 널리 이용됐는데요, 북한에서도 손전화로 전자결제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반 주민들이 얼마나 많이 이용하고 있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영상통화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화면에 나타났습니다. 모두 지능형 손전화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화면이 큼지막하고 끊김없이 통화가 가능해 보였습니다. 북한이 아직 3세대 이동통신에 머물고 있지만 영상통화는 3세대에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물론 기지국이 충분히 설치된 곳에서 그렇겠죠. 문제는 요금인데요, 2019년말에 나온 언론보도에 따르면 북한에서 영상통화 1분에 전화돈 70~80원을 내야 합니다. 벌써 4년 전이니까 지금은 더 올랐을 것 같네요. 보통 음성통화 요금의 3~4배가 나오니까 일반 주민들은 엄두도 못 내겠죠. 돈 많은 사람들이나 장사꾼들이 주로 이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TV 화면에는 삼태성 봉사소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동안 평양터치, 아리랑, 진달래, 푸른하늘, 이렇게 여러 종류의 지능형 손전화가 북한에서 출시됐습니다. 삼태성은 최근에 나온 기종인데, 지난 여름에 조선중앙 TV에서 삼태성8이 화면에 잡혔습니다. 이번에도 삼태성8 지능형 손전화기가 화면에 보이더군요. 봉사소에는 판매창구도 보이고 봉사원의 설명을 듣고 상품식별부호, QR코드를 지능형 손전화로 사진 찍는 사람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손전화 봉사소의 봉사 형태가 상당히 지능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려고 한 것으로 보입니다. 평양과 주요 도시들 뿐만 아니라 농촌과 산간지역에서도 이런 봉사를 받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화면에 나온 삼태성 봉사소는 젊은 여성 봉사원 여러 명이 손님들을 친절하게 맞고 있지만 손님은 많지 않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탈북자들은 손전화 봉사소에 가면 사람이 너무 많아 오래 기다려야 해서 직접 가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거나 뒷돈을 주고 봉사 받았다고 하던데요, 코로나 사태를 지나면서 사정이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김소영,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