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모바일 북한’김연호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북한의 농업 부문 원격교육’입니다.
북한의 원격교육은 기본적으로 ‘일하면서 배우는 교육체계’의 정보화를 의미합니다. 지난 2020년 채택된 원격교육법에서 이 점이 명확하게 언급됐죠. 모든 사회 성원들이 일하면서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원격교육법을 만들었다는 법제정 취지를 제1조에 밝혔습니다. 전민과학기술인재화, 그러니까 사회의 모든 성원들을 대학졸업 정도의 지식을 소유한 지식형근로자로 만든다는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도 원격교육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2010년 김책공업종합대학에서 원격교육대학이 설립된 이후 원격교육의 혜택은 주로 공장과 기업소의 근로자들에게 돌아갔습니다. 컴퓨터를 제대로 갖춰 놓은 과학기술보급실을 꾸려서 국가망에 연결하려면 아무래도 농촌 보다는 공장과 기업소가 있는 곳들이 더 편했겠죠.
그런데 북한이 최근 들어 농업 분야의 원격교육을 부쩍 강조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모든 부문과 지역, 단위에서 원격교육을 실현하겠다는 원격교육법의 목표를 생각한다면 오히려 늦은 감이 있습니다. 중앙과 지방의 교육격차를 해소한다는 북한의 오랜 교육정책에도 부합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농업 부문 원격교육을 강조하고 있는 건 과학농사로 알곡 증산의 돌파구를 열어가겠다는 의지가 가장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올해 경제발전 ‘12개 고지’ 가운데 알곡이 첫 번째로 꼽혔던 만큼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필요했겠죠. 북한 관영매체가 지난주말 농업 근로자들을 지식형 근로자로 만드는 것은 매우 절박한 문제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겁니다. 농촌에서 과학기술 학습열의를 높이는 것이 농업 기술혁명과 생산력 증대, 농촌 진흥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하더군요.
농업 근로자들에게 원격교육을 해주고 있는 대학들 중에 평양농업대학, 원산농업대학, 숙천농업대학, 계응상사리원농업대학이 있다고 합니다.
2015년부터 원격교육을 시작한 원산농업대학과 평양농업대학이 대표적으로 꼽힙니다. 최근 북한 관영매체의 보도를 보면 이 두 대학 보다는 오히려 계응상사리원농업대학이 가장 활발하게 원격교육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2020년부터 북한 관영매체에 등장한 것으로 보아 역사는 길지 않은 것 같습니다.
숙천농업대학은 올해 4월부터 알려지기 시작했고, 남포농업대학, 강계농림대학, 함흥농업대학은 올해부터 원격교육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북한은 전국 각지의 농업대학들에서 원격교육체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심화되고 있다, 이렇게 밝히고 있는데 양강도 혜산농림대학이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다른 지방의 농업대학들의 사정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대학별로 혹은 전체 원격교육 학생이 얼마나 되는지 통계자료를 제대로 발표하지 않습니다. 그냥 많이 있다, 대폭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이렇게만 얘기하고 넘어갑니다. 농업 부문에서 원격교육 학생이 제일 많아 보이는 계응상사리원농업대학의 경우에는 2천 명이 넘는다고 밝혔는데요, 이렇게 특별히 내세울만한 경우에만 통계를 공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 몇 년동안 농업 부문의 원격교육을 계속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아직까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꽤 있나 봅니다. 일부 지역과 단위들에서 과학농사를 말로만 외우고 과학기술 학습에 관심을 돌리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북한 관영매체가 하고 있으니까요.‘모든 농장원이 대학생이 되는 꿈같은 현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더 강력한 동기부여가 필요해 보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상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