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북한 주민들의 자발적인 손전화 기능 제한
2024.10.29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모바일 북한’ 김연호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북한 주민들의 자발적인 손전화 기능 제한’입니다.
지난 주까지 북한의 개정 이동통신법에 대해 3주에 걸쳐서 살펴봤습니다. 북한이 지난 해 이동통신법을 개정해서 손전화기를 포함한 이동통신 말단기를 몰래 조작해 주거나 그 봉사를 받던 사람들, 중고 말단기를 사고 팔던 사람들을 처벌할 법적인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중요 행사와 회의, 금지된 지역이나 건물 안에서 손전화를 하지 못하도록 했고, 불순한 그림이나 노래, 영화, 오락도 열람하거나 시청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남한 말투의 통보문, 전자우편을 금지했습니다. 장사하는 데 손전화를 쓰지 말라는 규정은 그래도 두었습니다. 한마디로 북한 당국이 법률로 주민들의 자유로운 손전화 이용을 막고 있는 건데요,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평양문화어보호법과 더불어 이동통신법을 통해서 이중삼중의 검열과 통제를 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사정이 이러면 북한 당국이 아무리 최신 지능형 손전화를 출시해도 손전화 사용자 입장에서는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혹시라도 법에 걸릴 위험이 있는 기능은 아무래도 꺼림직 하겠죠. 한국의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 NK’의 최근 기사를 보면 이런 분위기를 엿볼 수 있습니다. 혜산시의 소식통에 따르면, 감시가 심해지고 있어서 최대한 단속에 걸릴 빌미를 주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손전화 사용자들이 자료 전송이나 화상 통화 기능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손전화 자료 전송은 북한 당국의 통제가 왔다갔다 했습니다. 2008년 말 고려링크가 봉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자료 전송에 대한 통제가 느슨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다 손전화 사용자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감시와 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지 2012년부터 자료 전송 봉사를 차단했습니다. 북한은 자체 지능형 손전화를 생산하면서 자료 전송 봉사를 다시 허용했는데요, 전송 과정을 복잡하고 까다롭게 해 놓았습니다. 손전화에 파일이 전송되더라도 형식과 전자서명이 맞지 않으면 파일이 삭제되게 했습니다. 작년 말에는 새로운 손전화 운영체계를 무조건 태우게 해서 통보문으로 사진이나 긴 동영상을 보내지 못하게 막았지만, 요즘에는 자료 전송 기능을 사용하는데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당국의 이런 오락가락하는 정책과 상관없이 괜한 문제를 일으킬 일을 아예 하지 않는 게 안전하다는 생각을 할 겁니다. 그래서 자료 전송 기능은 아예 열지도 않고 음성통화만 간단하게 하거나 손전화에 있는 오락용 응용 프로그램을 주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통보문도 이제는 보낼 때마다 신경쓸 일이 많아졌겠죠. 이른바 ‘괴뢰말투’, 그러니까 남한말투를 쓰다가 걸리면 손전화기를 몰수당한다고 이동통신법에 규정돼 있고, 평양문화어보호법에서는 6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 처해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통보문 하나 잘못 보냈다고 손전화기를 뺏기고 노동교화형을 받는다는 게 믿겨지지 않지만,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굳이 위험을 감수하느니 차라리 통보문을 안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할 겁니다.
음성통화는 실시간으로 모든 주민들을 감시하기는 어렵겠지만, 통보문은 쉽게 감시할 수 있어서 그만큼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위험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는 지금 어떻게 하면 지능형 손전화의 성능과 봉사를 향상시켜서 사용자들이 더 간편하고 빠르게 필요한 정보를 최대한 얻을 수 있게 할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이 숙제를 남들보다 앞서서 해내는 기업과 국가는 시대를 앞서갈 수 있고, 그렇지 못한 기업과 국가는 뒤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