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황해남도 과학기술도서관
2025.01.14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모바일 북한’ 김연호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 황해남도 과학기술도서관’입니다.
이달 초 황해남도 해주시에 과학기술도서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정보봉사, 연구토론과 보급, 각종 전시회를 진행할 수 있는 조건이 제대로 갖춰진 과학기술도서관이 세워졌다면서, 누구나 찾아와 지식의 탑을 쌓을 수 있는 최신 과학기술보급의 지역 거점이 마련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해 12월초 강원도 과학기술도서관이 문을 열었을 때도 비슷한 설명이었습니다.
도서관의 종업원들이 연관 단위들과 긴밀하게 협조해서 종합 정보봉사 체계와 선진 과학기술 자료를 구축했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도서관 시설에 대해 더이상 언급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해 여름에 개관한 자강도 과학기술도서관은 학술토론회장과 과학영화관, 동화상 열람실이 들어섰다는 설명이 있었는데 말입니다. 사진을 보니까 황해남도 과학기술도서관은 3~4층 정도 돼 보였습니다. 특이하게 건물 모양이 ㄴ자 모양으로 돼 있었습니다. 내부 시설은 사진이 없어서 알 수가 없었습니다.
미국이나 한국에서 이렇게 기사가 나왔으면 핀잔을 받았을 겁니다. 각기 다른 도에 세워진 대규모 도서관을 어떻게 이렇게 똑같이 보도할 수 있냐는 거죠. 기본 목적과 기능은 같을지라도 지역 마다 특성이 있지 않겠습니까. 작은 도서관도 아니고 도 단위의 대규모 도서관이면 상당한 자원과 인력이 투입됐을텐데 뭔가 나름의 내세울만한 자랑거리라든가 특별히 신경을 쓴 부분이 있을텐데, 그런 설명이 별로 없습니다. 한마디로 이용자들의 입장에 서서 친절하게 안내하려는 노력이 안 보입니다.
사회주의 국가가 다 그렇지 않냐, 북한의 특성상 그럴 수 있다, 이런 얘기가 나올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미래원이든 과학기술보급실이든 국가적으로 본보기가 될만한 곳들은 북한 관영매체가 여러 번 반복해서 찾아가 취재해서 자세한 내용을 전해 주는 걸 봅니다. 이용자들을 만나서 그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도 하죠. 과학기술전당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금방 이해가 가실 겁니다. 북한이 얼마나 대대적으로 과학기술전당의 시설과 봉사 내용을 알렸는지 기억하시죠.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 볼 때는 황해남도, 황해북도, 강원도, 자강도에서 계속해서 과학기술도서관이 준공됐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중요한가 봅니다. 황해남도 과학기술도서관의 경우 도 차원에서 노력조직을 합리적으로 운영하고 자재, 설비들을 책임지고 보장해줬다고 합니다. 시공단위 일꾼들과 건설자들이 앞선 공법으로 공사를 힘있게 추진했고, 해주시 청년들과 여맹원들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고 합니다. 도서관의 시설과 봉사내용 보다는 이렇게 도서관 건설을 위해 모두가 나서서 힘을 합쳤고 결국 과업을 이뤄냈다는 게 더 중요하게 부각된 겁니다.
북한은 2016년 과학기술전당을 건설한 뒤 중앙에서 말단까지 물이 흐르듯 과학기술 지식을 보급한다는 목표로 시, 군 단위의 미래원과 공장, 기업소의 과학기술보급실, 그리고 도 단위의 과학기술도서관 건립 사업을 추진해왔습니다. 하지만 대규모 자금과 인력이 들어가는 과학기술도서관 건립은 진전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다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달성을 위한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강조된 뒤에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과학기술도서관 건설에 사활을 걸라는 중앙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그런 만큼 여러 도에서 과학기술도서관이 준공됐다는 소식은 중앙에서 볼 때 매우 고무적인 소식일 겁니다. 하지만 관건은 과학기술도서관들이 원래 취지대로 과학기술 보급거점으로서 얼마나 역할을 하느냐입니다. 북한이 그렇게 내세우는 원격강의에 관한 내용이 보도에 나와있지 않은 걸 보면 과학기술 자료 구축과 보급 보다는 일단 도서관을 완공하는데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