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내 나이 환갑, 마음은 청춘

서울-이현주, 김태산, 문성휘 xallsl@rfa.org
201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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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민회관에서 열린 노인일자리사업단 유니폼 패션쇼에서 참가자들이 다양한 유니폼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 강동구민회관에서 열린 노인일자리사업단 유니폼 패션쇼에서 참가자들이 다양한 유니폼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일꾼 출신, 김태산 씨와 자강도 공무원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 정착해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김태산 선생에게 물었습니다!

진행자 : 선생님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김태산 : 저 올해 만 60살입니다. 그러니까... 아이고, 기자 선생이 그렇게 물어보니까 그렇지 사실 오십 넘어서는 나이를 생각하면서 살지 않아요. 누가 물어보면 생각 좀 해야 대답이 나와요. (웃음) 김정일 위원장보다 내가 딱 만 10년 아래거든요. 그러고 보니 내 나이가 이제 정년퇴임, 북쪽 식으로 하면 연로 보장 나이네요. 아이고... 우리가 중앙 기관에 배치 받을 때 우리 과장, 부과장이 60살이 돼서 들어가라니까 섭섭해서 막 그랬는데 내가 이제 그 나이가 됐네요... (웃음)

진행자 : 늙었다. 나이 들었다 생각하세요?

김태산 : 난 아직도 그렇진 않은데 숫자를 생각하면 부정하진 못하잖아요? 그렇지만 어디 가서 뜀뛰기 함께 하고 축구도 함께 하고 싶고 젊은 사람들과 함께 놀고 싶고 어디 가서 싸움을 해서 먼저 덤벼들고 이길 것 같은데 60살이라니 실감 안 나는 것이 사실입니다.

남쪽엔 이런 말이 있습니다. ‘60은 청춘’ ... 기대 수명이 80세가 넘어가면서 ‘나이 들었다’, ‘늙었다’는 기준은 바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온 말이 60은 청춘입니다. 오늘 <내가 사는 이야기> 나이 얘기 한번 해봅니다.

진행자 : 남쪽에서는 일정 나이가 돼서 일을 그만 두는 걸 정년퇴임이라고 하는데요. 북쪽에서는 뭐라고 하신다고요?

김태산 : 연로보장이라고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국가적으로 혜택을 보장받는 나이라는 얘기죠. 여기도 같지 않나요? 남자 60세, 여자 55세... 제가 있을 때는 그랬는데 나중에 여성 연로 보장 나이를 몇 살 더 늘렸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진행자 : 남쪽에서도 비슷하지만 정년퇴임 나이는 직장마다 다르고 공무원도 급수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김태산 : 남쪽 사람들은 진짜 정년퇴임 나이를 물어보면 잘 모르더라고요. 근데 사실 56세 정도 되면 다 퇴직 시키는 것 같아요.

진행자 : 회사들이 젊은 인력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김태산 : 근데 그건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북한은 국가 규정이 돼 있으니까 어쩔 수 없지만 미국을 가보면 정말 본인이 원하고 특별한 과오가 없으면 70세, 80세까지 회사에서 내보내지 않더라고요.

진행자 : 그렇습니다. 사실 요즘 정년퇴임 하신 분들도 본인들이 일하는데 지장이 있을 정도로 나이가 들어 은퇴한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김태산 : 맞아요. 늙었다고 생각 안 해요.

문성휘 : 근데 옛날에는 60세만 되어도 늙었다고 했을 거예요. 지금은 음식도 잘 먹고 운동도 적당히 하고 하니까 예순이라고 해도 알아 못 볼 정도로 젊은 분들, 혈기왕성한 분들이 많잖아요? 북한만 해도 그렇지 못해요. 탈북자들 들어오는 것만 봐도 겉늙어 보이잖아요? 그리고 다른 한국 사람들에 비해서 많이 아프고요. 북한은 60세 되면 이제 물러날 때가 됐다 싶을 정도로 늙어 보이죠. 근데 한국은 워낙 젊어 보이니 요즘 60세의 정년퇴임이 과연 옳은가 하는 것이 논의되잖아요? 북한은 사회 경제 구조가 전부가 사람의 손에 의존하니까 사람들이 겉늙을 수밖에 없어요.

김태산 : 먹는 게 참 중요한 데 북쪽에선 기름기를 먹지 못하니까 사람이 겉늙죠. 거기다가 농촌 지원이다 뭐다 나가서 거의 매일 햇볕 보고 일을 하니까 피부가 노화되고요. 내가 북쪽에 들어가서 친구들 척 마주서면 아마 놀랄 겁니다. 우리 친구들도 이제 정말 할아버지 됐을 거예요.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는 어쨌든 일을 하더라도 기계화, 자동화돼 있는데 북쪽에서는 사무원 내놓고는 호미로 하루 종일 김매지 않으면 망치질해야하죠. 육체노동도 아마 먹는 것에 비해 적당히 하면 건강할 텐데 전문적으로 일생동안 노동을 하면 사람이 견디지 못하는 거죠.

진행자 : 그래서 그런지 좀 가슴 아픈 얘기지만 북쪽에서 오신 분들은 나이 들어 보이세요.

김태산 : 한국 사람에 비해 나이 많이 들어 보이죠.

문성휘 : 이런 말까지 하면 좀 웃기지만 전번에 신문에 어떤 엽기적인 할아버지가 도둑질을 했다는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거든요. 76살 난 할아버지가 5층, 6층 집을 도시 가스관을 타고 올라가 물건을 훔쳤대요. 영화를 보고 따라했다는데 76살 어르신에게 이게 가능한 일입니까? 그만큼 혈기 왕성하다는 얘기죠.

김태산 : 솔직히 저는 낚시 많이 가잖아요? 낚시터에 가면 늙은이들을 많이 만나는데요. 낚시터에 오는 사람들은 낚시에 취미가 있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나 하고 나이가 비슷할 것 같아 물어보면 거의나 70살이 넘었어요. 근데 목소리에서든가 행동에서 자신만만해요. 요즘엔 60살, 65살은 늙은이 티내다가는 망신해요. 일반적으로 고저 70대 중반이 돼야 옛날의 환갑 대접을 받는 것 같아요. 참 세대가 건강해진 것이죠?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백 살까지 사는 것이 별일이 아닐 것 같습니다.

진행자 : 그래서 남한 사회는 물론 대부분의 국가들이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사람들의 수명은 늘어났는데 정년퇴임은 한창 나이인 60세에 해야 하고 정년퇴임하고도 거의 30년을 살아야합니다. 그러니까 그 시간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시간 동안 무엇으로 먹고 살까 하는 문제가 생기는 거죠.

문성휘 : 저희 집사람도 최근에 노인 복지사 자격증을 땄는데요. 그것 공부할 때보니까 대부분 60세 넘은 사람들이었답니다. 늙은이가 늙은이를 돌본다는 거잖아요? 이것뿐만 아니라 예순살 넘어도 공부하고 자격증 따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노인 복지사 자격을 따서 본인보다 더 나이든 노인을 돌보는 일을 한다는 얘깁니다. 또 이런 식으로 노인들 관련 사업이 많이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진행자 : 근데 북쪽에서는 늙은이라고 하면 나쁜 말이 아니죠?

문성휘 : 네, 나쁜 말 아닌데요.

진행자 : 남쪽에서는 ‘늙은이’는 방송에서 사용하면 안 되는 말입니다. 나이든 분들 앞에서 늙은이라고 말하는 건 때에 따라선 모욕이 될 수 있으니까 방송에서도 대놓고 늙은이라고 하면 안 된다는 얘깁니다. 근데 북쪽에서 오신 분들은 굉장히 자연스럽게 늙은이라고 하세요.

문성휘 : 동네 어른신이라고 해야지 노인이라고 해도 좀 혼나죠. (웃음)

김태산 : 북쪽에선 늙은이라고 흔히 그래요. 어르신이라면 나는 좀 너무 별나게 느껴지고 겉멋이 들어 보여요.

문성휘 : 이젠 저도 어르신이라는 말이 익숙하고 늙은이라고 하면 좀 거북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근데 진짜 문제가 어디 가서 길을 물을 때입니다. 나이를 분간 못하겠는 거예요. 어른신이라고 해야겠는지... 애매할 때가 많아요.

김태산 : 북쪽에서 동무하면 다 통하는데 여기서는 늙은이하면 안 되겠고 거기다가 나도 60살인데 누구한테 ‘어르신’이라고 부르기엔 좀 미묘하고요. (웃음) 난 그래서 몽땅 다 사장님입니다. 젊은 여성들은 아줌마인 게 분명한데도 아가씨로 부르고요. (웃음)

문성휘 : 맞다, 맞다... 하나 배웠어요. 저는 진짜 딱할 때가 많거든요.

김태산 : 제 말이 맞죠? 늙은이가 너무 젊었으니까 야자 했다가는 귀쌈 맞을 것 같고요. 이게 다 그 사람 얼굴 보고는 나이를 짐작을 못해서 생긴 일입니다. 나이와 얼굴이 맞질 않으니 호칭 문제로 우리 탈북자들 실수하는 경우가 있죠.

진행자 : 그러시겠네요. 방금 문성휘 씨 부인이 노인 복지사 자격증을 따셨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런 것처럼 노인 인구가 늘어나다 보니까 노인의 복지 문제, 일자리 문제가 국가의 큰 과제입니다.

김태산 : 맞아요. 저는 맨 처음에 ‘실버 사업’, ‘실버 사업’ 이러길래 비단 산업인가 했어요? 영어로 실버가 은이거든요. 늙은이들 머리가 하얗다는 걸 존중해주는 차원에서 노인 관련 사업을 실버산업이라고 하더라고요. 이것도 하나의 산업으로 뜨더라고요. 그러고 보면 이제 이렇게 돼서 결혼도 사실 20대에 할 필요가 없어졌어요. 40살에 결혼해도 40,50,60,70살까지 40년 동안 얘는 쉬엄쉬엄 낳아 키워도 셋은 낳겠네요. 요즘 70살,80살 노인들도 경로당에서 연애도 잘 하시대요. (웃음)

진행자 : 근데 진짜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노인들의 일자리 문제에요. 꼭 돈이 필요해서라기보다 일을 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김태산 : 맞아요. 우리 아파트에도 경비 아저씨가 있는데 나이 드신 분이죠. 아파트 관리 내역을 보면 경비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해요. 우리 같은 아파트에 누가 물건을 훔쳐 가겠나 싶다가도 그 일자리라도 있어야 싶어서 가끔 술도 대접하고 그러죠. 근데 진짜 문제는 문젭니다. 얼마든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여력이 있거든요. 요즘엔 보면 귀농이라고 해서 자기가 태어난 고향으로도 가고 그러더라고요...

해마다 경제계에서는 미래의 유망 직종, 유망 산업이 발표되는데요. 몇 년 동안 빠지지 않고 꼽히는 유망 사업이 바로 지금 김태산 선생이 말한 실버산업, 즉 노인 관련 산업입니다.

실버산업은 굉장히 분야가 넓습니다. 건강한 노후를 보장해주는 의료, 건강 산업, 노후의 생활과 문화에 관련된 모든 것이 포함되는데요. 지난 해 남한의 실버산업 시장 규모는 22억 달러에 달했고 2018년엔 4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남한 사회도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대수명 90세 시대가 코앞입니다. 연로 보장 나이, 환갑이 지난 뒤에도 30년은 더 살아야 한다면 60은 청춘,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나이라는 얘기, 나올만 하죠? 다음 시간에 남쪽의 실버산업 얘기 이어갑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저는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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