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빨리 빨리-남쪽보다 더 빨리빨리

서울-이현주, 김태산, 문성휘 xallsl@rfa.org
2012-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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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택배 인천택배센터에서 직원들이 택배화물을 분류하고 있다.
한진택배 인천택배센터에서 직원들이 택배화물을 분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일꾼 출신 김태산 씨와 자강도 공무원이었던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 정착해 살아가는 진솔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각종 분야의 세계적 기록을 수록하고 있는 기네스 북...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 속도는 기네스북에 오를 만합니다. 조금만 늦어지면 손님들의 재촉이 이어집니다. 가파른 긴 계단에 설치된 전기로 움직이는 승강기(에스컬레이터) 계단에서는 안전상 가만히 서서가야 하지만 여기서도 뛰는 사람이 있습니다. 운전을 할 때도 조금만 늦게 출발하면 자동차 나발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건 생각해도 속 터집니다.

북쪽 얘긴가 하셨습니까? 남한 얘기입니다. 남한 사람들의 ‘빨리 빨리’, 급한 성질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데요. 북쪽은 더한 모양입니다. 문성휘 씨도, 김태산 씨도 남한이 느려서 답답하다고 얘기합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오늘은 ‘빨리 빨리’ 얘깁니다.

김태산 : 사실 우리가 와보면 남쪽 사람들이 우리보다도 천천히 해요.

진행자 : 그럼 북쪽 사람들은 더 급하단 말입니까?

김태산 : 국가가 지금 빨리 빨리 못 따라 가서 그렇지 일반 사람들은 급해요. 내가 농담 식으로 얘기하지만 식당에 들어가면 아줌마, 술병부터 빨리 갖다놔... 그러잖아요? (웃음) 탈북자들이 진짜 남쪽 사람들보다 빨리빨리 더해요.

문성휘 : 내가 진짜 지금도 마음속으로는 생각하면서 고치지 못하는 것이 있어요. 어디 공부를 하러가서 수업이 끝나면 출입문 쪽으로 사람들이 모이지 않아요? 한국 사람들은 질서 정연하게 줄을 서서 서로 양보하면 빠져나가잖아요? 저는 그런 걸 몰라요. 무턱대고 나부터 서둘러 나간 뒤에야 아차, 내가 실수했구나 하는 거예요. 근데 그게 반복돼요.

김태산 : 나도 어디 행사나 강연회라도 가면 어디 문 쪽으로 앉아야겠는데 생각하는 거예요. (웃음) 끝나면 먼저 나갈라고... 절대로 ‘천천히’가 없어요. 그리고 여기는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하면 집까지 택배로 배달을 해주는데 거의 24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없어요. 그런데도 주문하고 판매자 정보를 확인해가지고 일단 전화를 거는 거예요. 택배비는 가장 싼 걸 고르면서도 빨리 안 갖다 주면 전화통에 불이 나게 전화를 합니다.

문성휘 : 그건 저도 같네요. 저도 하루만 지나면 화가 나서 못 견뎌요.

김태산 : 구실은 일단 하루 종일 배달 오는 것을 기다렸는데 내가 집에 없으면 어쩌려고 그러느냐, 그렇게 얘기하죠. 근데 체코에 있을 때보면 자동차 부속이 필요해서 연락을 했는데 야들은 48시간 3일씩 걸려도 안 오는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전화를 하면 좀 기다리세요, 천천히 가면 어떠냐고 되물어요! 심지어 독일은 문건하나 만드는데 6개월 가더라고요.

진행자 : 유독 한국 사람들, 급하게 서두른다는 거죠. 오죽하면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처음 배우는 말이 ‘빨리빨리’라는 얘기가 있겠습니까? 근데 두 분 말씀대로 북쪽이 더 하다면 이건 민족성으로 봐야하는 거네요.

문성휘 : 네, 진짜 우리 성격이 정말 급한 것 같아요. 제가 여기 와서 제일 짜증나는 게 길을 도무지 모르는 것인데 누구한테 길 좀 물어 볼라고 하면 더 화가 나요. 예를 들어 한빛복지관을 찾아간다... 북쪽 같으면 제가 길에서 ‘한빛 복지관 어디로 갑니까?’ 물어보면 ‘저쪽으로 가세요.’ 이렇게 간단히 얘기해줍니다. 그럼 어디쯤 가다가 다시 물어보면 되는데 여기 사람들은 앞으로 몇 백 미터 직진해서 좌회전을 해서 5분만 가면 건널목이 보이는데 그걸 건너고... 아, 진짜 그걸 제가 다 어떻게 기억해요!

김태산 : 우린 진짜 그 정도 되면 신경질이 난다고...

진행자 : 아니, 친절하게 알려주는 거잖아요?

김태산 : 그래도 신경질 나는 거죠. 나는 두 마디 넘으면 ‘감사해요, 갈래요.’ 돌아선 다니까요. 맞죠?

문성휘 : 네, 맞아요.

진행자 : 근데 의외네요. 저는 북한 사회가 그렇게 빨리 빨리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김태산 : 그렇지 않아요. 국가가 어질어질해서 그렇지 거기다가 자유만 주면 여기는 30년 한강 기적이지만 저긴 10년 대동강 기적 나온다니까요!

문성휘 : 정말 너무 성격이 급해요. 한국 사람들은 워낙 성격이 급하지만 공중도덕 교육으로 자꾸 자신을 억제하는데요. 북한은 그런 것이 전혀 없습니다. 제일 웃기는 예가 바로 영화표 뗄(살) 때죠. 여기는 인터넷으로 표를 떼서 바로 영화관으로 들어가지만 북한은 요렇게 쪼그마한 구멍에 돈과 손을 넣어 표를 사요. 영화관 출입구를 일부러 꺾어 놓았는데도 사람들이 밀고 당기고 난리가 나죠. 아니, 천천히 들어가도 되는데 왜 그렇게 급했는지 모르겠어요. (웃음) 또 영화 끝나면요. 영화가 이미 끝났는데 좀 천천히 아무 때나 나가도 되는데 서로가 먼저 나가겠다고 문짝 앞에서 밀면 여자들은 죽는다고 아우성이고 혹시 아이들이라도 데려온 집이 있으면 욕을 산더미처럼 먹는 거죠. (웃음)

김태산 : 세월이 흘러서 여유가 생기면 좀 났겠죠. 근데 이게 사람들이 미개해서라기보다 민족의 특성상 뭔가 빨리 가려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진행자 : 저는 오히려 반대일 것이라고 짐작하면서 이번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북쪽은 좀 천천히 돌아가서 탈북자들이 빨리 빨리 돌아가는 남쪽 사회에 와서 적응하기 힘들 것이다 짐작했는데요. 제 생각이 영 틀렸는데요?

문성휘 : 저도 여기 금방 와서 인쇄소에서 일을 했는데요. 짜증날 때가 있었어요. 북한은 일할 땐 일하고 놀 땐 놀자면서 한꺼번에 확 해치우는 습성이 있어요. 물론, 질은 좀 떨어질 수도 있지만요. (웃음) 그런데 여기는 일정한 시간을 정해서 그 시간 동안에 쉴 틈 없이 일을 해야 해요.

김태산 : 그러니까 탈북자들이 일하러 가서는 오늘 할 것 다 달라...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죠. 북한에 노래도 있잖아요? 어서 가자 빨리 가자 천리마 타고서... 빨리 가잔 소리를 북한이 먼저 더 했어요! (웃음)

진행자 : 그런데 이 빨리빨리 문화에 비판적인 얘기도 많아요. 특히 남쪽에 온 외국 사람들은 너무 빨리빨리만 외쳐서 마음이 바쁘고 강압적으로 느껴진다고 얘기를 하는데요. 그럼 탈북자들은 그렇지는 않겠네요.

김태산 : 우리가 더 운전이나 이런데서 더 급하죠. 줄 서기 싫어하고...

진행자 : 줄 서는 것은 공중도덕 아닙니까?

김태산 : 공중도덕을 부인하자는 것이 아니라 줄 서서 밥 사먹으려도 기다리는 것... 나는 그건 진짜 이해 못 해요. 텔레비전에도 맛있는 식당이라고 막 줄서 있는데 나는 그게 거짓말 같아 보여...

문성휘 : 이건 아마 북한 사람들, 다 이해를 못할 거예요.

김태산 : 근데 옛날 러시아에서도 북한 사과나 오이, 토마토가 많이 들어갔는데 들어오면 상점에 사람들이 줄을 서요. 그 사람들의 습성이 신문 보면서 죽 서 있어요. 그러다가 절반도 못가서 ‘오늘 다 팔렸습니다’ 그러면 그냥 화도 안 내고 신문 접어서 집에 가요. 북한 사람들 같으면 그러면 오늘 얼마큼 밖에 못 판다고 말을 해줬어야지 말이야! 막 이러면서 싸움 하자고 하고요. 또 어떤 사람들은 우리 이래서 그러는데 조금만 주세요... 사정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 사람들은 아무 말도 없고 아무 얼굴 표정도 없이 그냥 가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우리 같은 건 저게 교양이 있어서 그럴까, 왜 그럴까 진짜 궁금했어요.

문성휘 : 민족성이라는 것이겠죠?

진행자 : 근데 우리의 이런 성질 급한 민족성이 좋은 면도 있고 나쁜 면도 있다고 얘길 하거든요?

김태산 : 나쁜 점이 있을까요?

진행자 : 나쁜 점이 있답니다.

문성휘 : 그렇죠. 속도전 바람에 북한이 망했다는 말도 있잖아요.

김태산 : 그래그래, 그건 맞아요. 근데 그건 국가가 시킨 것이고 자본주의 사회는 개인이 하는 거잖아요? 내가 학원을 운영하는데 빨리빨리 하자고 얘들을 다 대충대충 가르친다? 그건 아니네요. 북한은 제 것 아니잖아요? 여기는 내 것을 대충 대충 하다가는 망하거든요. 우리 속담에 자기 것 아니면 부지깽이로 구멍을 쑤신다고 자기 것 아니니까 그렇게 대충대충 했던 것이고 자본주의 사회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천천히 간다고 완벽하게 완성된 것만 나오는 건 아닙니다. 남한이 30년 동안 이룬 한강의 기적도 그럼 거품인가? 아니거든요. 경제 일꾼으로써 그런 성공이 거품이 아니라는 걸 여기 와서 절실히 느꼈습니다.

진행자 : 김 선생은 확실히 긍정적으로 보시는 군요.

문성휘 : 저도 김 선생 의견에 동감하는데요. 빨리 빨리하는 건 성격이지만 그것이 질을 평가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제가 어릴 때보면 7월엔 김매기를 하잖아요? 7월 20일까지는 세벌 김매기가 끝나야 해요. 그런데 저희 아버지, 어머니가 갖고 있는 밭이 얼마 안 됐거든요. 저는 그러죠. 이 뙤약볕에 하지 말고 놀매놀매 새벽이랑 저녁녘에나 해라 그러죠. 그래도 10일이면 끝나거든요. 근데 절대 그렇게 하지 않죠. 아버지, 어머니 수건 뒤집어쓰고 그 뙤약볕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자기 밭이니까 진짜 깐깐히 하죠. 이렇게 딱 이틀에 끝내고 나머지 8일은 뭐 하느냐... 앓아누워요. (웃음) 그게 조선 사람 성격이라니까요!

김태산 : ‘빨리 빨리’가 좋지만 않다는 게 맞아요. 사고가 날 우려가 많거든요. 경제에도 검열을 잘 하지 않으면 부정제품이 나오죠. 근데 이 나라 보면 이런 검열 체계가 또 잘 돼 있거든요. 속도는 높이고 품질을 떨어뜨리지 않은 체계가 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이걸 우리가 배워야죠....

청취자 여러분도 ‘빨리빨리’가 우리의 민족성이라는데 동의하십니까? 남쪽에선 이런 ‘빨리 빨리’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평가됩니다. 남한 경제가 빠른 시간 안에 성장하는데 기여한 공이 적지 않지만 부실 공사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기도 했고 사회에 여유가 사라져 생활의 질이 낮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김태산 씨와 문성휘 씨는 이런 ‘빨리 빨리’가 경제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한 면이 더 많다고 평가하는데요. 더 나아가서 통일 한반도에 큰 동력이 될 수 있다고도 말합니다.

지금까지 <내가 사는 이야기> 진행에 이현주 였습니다. 다음 주 이 시간 다시 인사드릴게요.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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