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점, 보셨습니까?

서울-이현주, 김태산, 문성휘 xallsl@rfa.org
2012-05-22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 일꾼 출신 탈북자 김태산 씨와 자강도 공무원 출신 탈북자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 정착해 살아가는 진솔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합리적인 근거가 없이 기성 종교에 의해 망령스러운 것으로 판단되는 믿음들을 미신이라고 하는데요. 점쟁이에게 찾아가 돈을 지불하고 미래를 묻지 않는다고 해도 신문에 나온 오늘의 운세를 챙겨보거나 특정한 행동을 하면 복이 나간다, 재수가 없다는 얘기들을 되뇌는 걸보면 미신은 우리 생활과 꽤 밀접한 것 같습니다.

북쪽에서는 미신 청산을 위해 부단히 노력 했지만 사회가 불안해진 뒤 더욱 기승인 것 같은데요. 남쪽은 어떤 모습일까요? 최첨단을 걷는다는 남쪽의 사회지만 여전히 점쟁이와 무당도 성업 중입니다.

오늘 <내가 사는 이야기>에서 이 얘기 해봅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김태산, 문성휘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제가 남쪽 사람들 속에서 많이 믿는 생활 속 미신이나 속설들을 소개해볼게요. 북쪽과 얼마나 같은지 궁금합니다. 문지방 밟지 마라 복 나간다...

문성휘 : 네, 저희 쪽에서는 그런 얘기 많이 했습니다. 근데 이것이 지방마다 좀 달라서요.

김태산 : 우리 지방에서 이런 얘기 했습니다. 근데 문지방이 아니라 문턱을 밟지 말라고 했죠. 어른들이 왜 문턱을 자꾸 밟느냐고 혼을 냈는데 어렸을 때는 왜 그걸 홀딱 넘지를 않고 그렇게 한번 밟고 넘어가고 싶었는지 몰라요. (웃음) 많이 혼났습니다.

진행자 : 또 밤에 휘파람 불지 말아라...

문성휘 : 그게 무슨 뜻에서 하지 말라는 건지는 모르겠는데요. 우리 아이들도 가끔 밤에 휘파람 불거든요? 저는 엄청 싫더라고요. 제 부모들도 저한테 못하게 했는데 이제 제가 우리 아이들에게 하지 말라고 그럽니다.

김태산 : 그렇죠. 귀신 나온다고 휘파람 불지 말라고 했어요.

진행자 : 숟가락 엎어 놓지 말라 복 나간다.

김태산 : 아, 그건 모릅니다. 처음 들었습니다. 근데 북쪽에는 밤에 귀지도 파지 말라, 손톱도 깎지 말라... 많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위험한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의 지켜야할 규율, 인간으로써 지켜야할 법도 같은 것을 이런 얘기로 알려주셨던 것 같습니다.

문성휘 : 밥그릇을 두 개 포개서 먹지 말라... 이런 것도 있고요.

진행자 : 맞습니다. 또 어린 아이보고 무겁다고 하면 안 된다. 귀한 아이일수록 못난이, 개똥이 같은 흔한 이름으로 불러라... 그런 것도 있죠?

김태산 : 참 이것으로만 보면 참 남북한이 딱 같네요.

문성휘 : 다 미신이겠는데...

김태산 : 근데 맞아 떨어지는 것도 있어요. 아이에게 건강하다고 하면 인차 아프다는 얘기가 있는데 우연히 맞아 떨어져서 그런지 진짜 건강하다면 바로 아픈 것 같기도 하고요. 유럽에도 나가보면 말이 안 통해서 그렇지 그런 비슷한 얘기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 면에선 사람 생활은 동서양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남북한은 말이 딱 같고 조상이 같으니 신통하게 이런 얘기들이 다 똑같네요. 한민족인 것만은 틀림없죠? (웃음)

문성휘 : 다른 것이 있습니다! 북한은 국수를 절대 잘라 먹지 않는데 남한 사람들은 국수를 꼭 잘라 먹어요.

김태산 : 저도 처음에 와서는 남쪽 사람들은 왜 국수를 잘라먹지? 국수는 국수발이 길고 질긴 맛에 먹는 건데... 그런데 지금은 저도 똑같이 가위로 잘라 먹습니다. 습관이 참 별나요.

문성휘 : 북한은 돌생일 날에도 국수를 해놓고 다 커서도 생일날에는 꼭 국수를 먹는데요. 국수 허리가 긴 것이 장수의 상징이고 그걸 끊어 먹으면 명이 준다고 못 끊어 먹게 하죠. 근데 남한에 오니까 그런 얘기를 안 하더라고요.

진행자 : 아무래도 가위로 자르면 먹기가 편하니까 그래서 그런 것 같습니다. 생활에서 흔히 믿는 미신을 얘기하다가 국수 얘기까지 나왔는데요. (웃음) 북쪽에서는 미신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고 이걸 없애기 위해 많이 노력하지 않았습니까?

문성휘 : 개인숭배, 미신, 종교에 대해서는 철저하니까요. 김일성, 김정일 이외에는 그 누구도 없다, 무조건 당만 믿어라... 그런 차원에서 다 없앤 것이죠.

김태산 : 근데 지금 우리가 얘기한 이런 것들은 개인집에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얘기니까 이런 걸 미신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미신이라고 말하는 것은 종교, 무당이 굿하는 것, 점보는 것을 못하는 게 하는 것이죠. 그러나 이런 미신들이 영 없어진 것 같더니 1995년 이후에 식량이 부족하고 사람이 죽어 나가고 하니까 어디서 신 내림 받았다는 여자, 봉투 속에 글을 읽는다는 동자들이 막 나오기 시작하는 겁니다.

문성휘 : 제가 태어나서 성장할 때까지는 전혀 미신이라는 게 없었어요. 김 선생은 어렸을 때 무당이 있었다고 했는데 제가 어렸을 때는 청산됐을 때니까요. 그러다가 92년도 동유럽이 망하고 조금씩 그런 얘기가 들리더니 아니, 고난의 행군이 시작이 되니까 앞뒷집에서 다 점쟁이가 나오는 거예요. 이제는 점보는 것이 사실 북한 사람들에게 일상화 됐고요. 방토라고 액운을 막는 의식도 많이 합니다. 사거리, 북쪽에서는 십자로라고 하는데 아침에 가다보면 십자로에 옷가지와 음식이 든 봉지가 떨어져 있어요. 그게 방토한 것인데 건드리면 안 되죠. 덕분에 우리도 많이 보러 다녔습니다.

김태산 : 사실 북한만큼 독재가 강한 나라는 없잖아요? 근데 50-60년 동안 막아놨던 물목이 사회 체제가 약간 흔들리기 시작하니까 인차 1-2년 안에 터지더라고요. 그 시기에 우리도 십이지신이니 내 띠가 무엇이니 이런 것을 알았습니다.

진행자 : 그럼 그때까지는 띠를 모르셨습니까?

김태산 : 그럼요. 그때 돼서야 알았는데 사람들이 사실 굉장히 알고 싶어 하는데 어디 책이 있나요? 여기 와서 이제 그런 책을 좀 찾아봤더니 이제 나도 웬만한 건 다 볼 수 있어요. 초년 운수는 어떻고 말년 운수는 어떻고 다 책에 나와 있더라고요. 그리고 이름에 대해서도 막 한자를 분석하고 하는데 여기 나와서 정말 게걸든 사람처럼 막 인터넷, 책 다 찾아 읽어봤어요. 그런데 읽고 나서 보니 그게 참 허망해요. 그럼 사람들이 다 정해진 운명에 맞춰 살게 되는가 싶은 것이...

문성휘 : 북한에서는 그런 얘기가 정말 흥미 있고 자꾸 보고 싶었어요. 근데 한국에 와서 보니 인터넷을 찾아보면 웬만한 것은 다 있지 않아요? 손금, 관상 등등 종류도 많고요. 근데 한국에서는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미신은 믿지 않잖습니까? 그런데 북한은 종교가 없고 딱히 믿을 구석이 없으니까 너무 다들 미신 쪽으로 몰립니다. 한국보다 사실 북한이 더 이런 미신을 믿습니다.

진행자 : 그만큼 살기가 불안하다, 미래가 불안하다고 사람들이 느낀다는 얘기 아닙니까?

김태산 : 아무리 김일성, 김정일을 믿어봐야 거기서 까딱 잘 못하면 잡혀가고 그러니까요. 열심히 그냥 당에 충성만 한다고 출세하고 잘 살게 되지 않거든요. 어쨌든 북이나 남이나 인간 생활은 다 비슷한데 지금도 북쪽에서는 불안한 생활들이 이어지는 거죠...

오히려 김태산 씨나 문성휘 씨, 남쪽에 와서 점쟁이 찾아가 본 적은 없다는데요.

점은 보러 안 갔지만 신문에 나오는 오늘의 운세는 꼬박 찾아 읽고 있답니다.

그리고 이 두 사람 다 점보다 더 나은 해결책도 찾았습니다.

이 얘기 다음 시간에 이어갑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오늘 미신과 점 얘기 해봤습니다.

진행에 이현주 였습니다. 다음 주 이 시간 다시 인사드릴게요.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