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적성과 개성(2) 최대의 효율은 자율 의지에서

서울-이현주, 김태산, 문성휘 xallsl@rfa.org
2012-09-04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청소년들에게 꿈과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진로직업체험센터 모습.
청소년들에게 꿈과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진로직업체험센터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 일꾼 출신 탈북자 김태산 씨와 자강도 공무원 출신 탈북자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 정착해 살아가는 진솔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학교의 선택, 직업의 선택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점이 뭘까요. 물론 이런 질문은 선택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전제 아래서 가능하겠지만 말입니다.

부모들은 자식이 권력과 부를 갖고 편하게 사는 길을 권하고 자녀들은 자신의 적성에 따라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하고... 이런 분위기는 남이나 북이나 비슷한 것 같습니다. 문성휘 씨도 역시 비슷합니다. 본인은 자녀가 정치인이 됐으면 하지만 아이가 꿈꾸는 건 요리사입니다.

“요즘 가끔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에게 전화가 오긴 합니다. 잘 한다고 꼭 요리사로 키우라고... 그렇지만 나는 진짜 속 터집니다. 남자가 무슨 요립니까?”

남쪽에선 권력과 부보다는 적성과 개성이 중요하다는 쪽으로 기울어가는 분위깁니다. 이런 변화는 권력의 평등화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지난 시간에 이어 적성과 개성 얘기 이어갑니다.

문성휘 : 근데 적성이라는 게 그렇더라고요. 이 녀석이 요리에 대해 말할 때는 생기가 있어요. 아빠... 스테이크 고기를 구울 때는 아무리 뜨거워도 손가락으로 만져 봐야 해. 그래서 그 감각에 따라 얼마나 익었는지 알 수 있다고 해요. 근데 그렇게 손으로 고기를 만져 볼 때의 그 감정이 정말 좋다고 해서 참 별난 적성을 가졌다... 그랬습니다. (웃음)

김태산 : 아니, 그게 좋은 거지요. 대단히 행복한 거 아닙니까?

진행자 : 남쪽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 학생들이 대학을 진학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적성을 일찍 찾은 사람들은 대학 공부 대신 그걸 배우기도 하는데요.

김태산 : 저는 오히려 그게 실용적이게 보이더라고요. 탈북자들이 와서는 방송, 외교 학과 같은 전공을 하거나 아니면 이름 있는 유명 대학만 찾는데 그럴 필요가 없는 거예요.

진행자 : 잘 못하면 쓸모없는 공부가 되기도 하죠.

문성휘 : 적성이라는 게 진짜 있긴 있어요. 북쪽도 같은데요. 저 같은 건 애초에 북한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고 글 쓰는 걸 좋아했어요. 대신 전 북한에서도 토끼나 닭은 못 잡았습니다. 그런 생각만 해도 끔찍했는데 아버지가 저에게 자꾸 의대를 가라는 거예요. 어찌나 그러시는지...

김태산 : 이런 것을 보면 남북의 부모가 똑같죠? (웃음) 시대가 좀 달라서 그렇지 진짜 이런 부분은 비슷합니다.

문성휘 : 당시에 제가 정말 완고하게 못 하겠다고 했는데 아버지 친구가 의학 대학의 당 비서로 있다면서 자꾸 가라고 하시는 거예요. 남한에서는 이건 안 될 소리지만 북한에서는 아버지 친구가 의학 대학의 당 비서면 자격증이 없어도 의사로 갈 수 있어요. 시험을 안 보고 가도 돼, 공부 잘 못 해도 돼... 그냥 앉아만 있으라는 거예요. 난 죽어도 못 하겠다고.

김태산 : 아니, 그렇게 싫은 걸 부모에게 강요당한 경험이 있으면서도 얘들한테 똑같이 하는 거예요? 그런 사람이 자꾸 요리하겠다는 얘를 국회로 가라고 한단 말이에요? (웃음)

문성휘 : 그래서 제가 지금 그때 우리 아버지 심정이 어땠는지 잘 느끼고 있습니다. 근데 좀 가슴 아픈 측면도 있어요. 그때 아버지의 말을 따라서 의사가 됐으면 지금 나의 운명이 어떻게 됐겠나... 이런 생각도 들고요. (웃음)

진행자 : 남쪽에서도 비슷한 갈등은 존재하지만요. 이런 적성과 개성을 중시하면서 좀 바뀐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태산 : 그렇죠. 요즘 남한 부모들은 아이가 하갔다는 걸 자꾸 시키려고 하잖아요.

문성휘 : 또 권력의 평등화도 큰 원인 중 하납니다. 옛날에 국회의원라면 감히 접근도 못했지만 지금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대통령한테도 학생들도 궁금한 걸 물어보고 의견을 낼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아닙니까?

진행자 : 맞아요. 또 직업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했어요. 옛날에 부모들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렸던 직업이 배우나 가수 아닙니까? 딴따라라고 해서 비하됐지만 지금은 아니죠.

김태산 : 요즘은 얘들이 다 아이돌이 꿈이라고 하잖습니까?

진행자 : 그러게요. 근데 이런 변화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직업에 대한 귀천이 사라지고 또 자기 자리에서 즐기며 일할 수 있는 직업이 제일 좋은 직업이라는 인식도 생겼고요.

문성휘 : 북한도 이런 적성 검사 같은 게 도입됐으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북한에도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는데 사회는 이런 인간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거든요.

김태산 : 그걸 두려워하는 거죠. 적성을 존중한다는 얘기는 결국 자유의사를 존중한다는 얘기 아닙니까?

문성휘 : 그렇죠. 군대 제대돼서 무리배치로 광산에 가라, 농촌에 가라고 하는데 내 적성은 이러이러한데 저는 그래서 예술가가 되겠습니다... 이러면 이게 인정되겠습니까?

진행자 : 저는 사실 그런 강제배치 얘기를 듣고 좀 놀랐거든요. 아마 저뿐 아니라 남쪽 사람들 대부분 다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김태산 : 중학교, 대학교는 물론이고 군대 제대하고도 강제 배치고요. 물론 권력이 만능화된 사회니까 문 선생처럼 자기 아버지 친구가 어디 있다... 그런 권력이 있으면 강제 배치가 안 되죠. 권력이 있거나 돈이 있는 집안은 강제 배치를 면할 수 있죠.

진행자 : 그러니까 북쪽에서는 적성을 따지려면 돈이나 권력, 둘 중의 하나는 있어야 하는 군요.

김태산 : 일반 농민, 노동자의 자식은 자기 가고 싶은 곳에 못 가고 , 배우고 싶은 것 못 배운다는 게 남쪽과의 차이점이죠.

진행자 : 그래서 그런 게 맺혀서 남쪽에 와서 해보는 사람도 있어요.

김태산 : 차를 타고 싶었던 사람이 집을 팔아서라도 차를 사고 무역을 해보고 싶었지만 못했던 사람들이 중국을 왔다 갔다 하기도 하고...

진행자 : 그런 건 바람직한 경우는 아닌 것 같고요. 요즘엔 책을 내시는 분들이 많던데요.

문성휘 : 맞아요. 얼마 전에 ‘김정일’이라는 환상 소설을 낸 림일 작가 선생은 북한에서는 전혀 글을 쓰던 사람이 아니에요. 이 분은 북한에서 외국 파견 노동자로 일하다가 남한에 와서 적성을 찾아 글을 쓴 것이에요. 또 얼마 전에 만난 분은 영화감독을 한다는데 물어보니까 북한에선 전혀 상관없는 일을 했답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적성을 찾은 거예요. 그러나 이런 적성을 찾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또 적성을 알아도 이제 나이가 넘어간 거예요. 또 기술이 달라져서 이전엔 손으로 했는데 지금은 컴퓨터를 꼭 다뤄야 하고... 참 이런 걸 보면 안타깝고요.

진행자 : 남쪽에선 적성에 대한 고민은 대부분 청년 시절에 하고 넘어가는데 북쪽에서 오신 분들은 이런 고민은 40대 중후반, 50대에 시작해야 하는 부분이 있죠.

김태산 : 저도 여기 50세가 넘어 와서 처음 몇 년 동안은 적성이란 걸 생각도 못 했고 말도 모르다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니까 그때서야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죠. 내가 뭘 잘 하나, 무엇을 할 수 있나...

진행자 : 김 선생은 다행히도 잘 찾으셨고요. (웃음) 진짜 젊은 시절로 돌아가서 적성에 맞는 새로운 길을 가라면 어떤 일을 하셨을 것 같아요.

김태산 : 나는 북한에서부터 전문 군인이 되고 싶었어요. 잘 할 수 있는 자신도 있고 하고 싶었는데 이마저도 권력 사회에서 마음대로 안 됐습니다. 난 오직 배낭, 총만 가지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척척 걸어가는...

문성휘 : 미국 영화를 너무 많이 보신 게 아니에요? (웃음)

김태산 : 아니야... 진짜 북에서부터 그렇게 살고 싶었어... (웃음)

문성휘 : 저는 여러 가지 적성 검사는 받아봤는데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그저 출근 부지런히 하는 게 제 적성인 것 같기도 합니다. (웃음)

진행자 : 북쪽에는 아직 젊은 청년들이 자신의 적성에 대해 생각 못해보고 그냥 살아가는 경우가 많을 텐데요. 저희가 나누는 이런 얘기가 한번 생각해보시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태산 : 맞아요. 이번 올림픽도 보면 자기가 하고 싶고 능력이 있는 사람은 그 종목에서 하고픈 걸 하잖습니까? 활 쏘고 싶으면 활 쏘고 스케이트 타고 싶으면 스케이트 타고... 물론 경제적인 후원도 좀 있어야겠지만 어쨌든 자기 적성에 따라 가죠. 그러나 북한은 그렇지 않아요. 경제적 뒷받침이 안 되니까 더 힘든 부분도 있지만 자기 적성에 따라서 체육가가 되고 싶어도 못하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북한이 밀리는 부분도 있습니다.

문성휘 : 그렇죠. 이번 올림픽에서도 중국의 발전이 눈에 띄지 않습니까? 미국과 1,2등을 다투다가 2등을 했는데 중국이 개혁, 개방을 안 했으면 과연 2등을 할 수 있겠는지... 어림도 없었을 겁니다. 아무리 중국 인구가 13억이 아니라 130억이라도 올림픽에서 1,2등은 쳐다보지도 못했을 거예요.

김태산 : 개혁, 개방을 하면서 개인들이 적성을 잘 살렸으니 그랬지 지금 북한처럼 그렇게 가둬 놓고 그랬으면 어림도 없어요. 사실 적성 얘기를 단순히 그냥 직업에만 국한시키지 않으면 크게 보면 인간의 자율을 존중한다는 얘기도 되는 겁니다.

문성휘 : 북한도 개인들의 적성과 취향에 맞게 개성을 살려주는 그런 사회를 지향한다면 참 이번 올림픽도 그래, 사회의 다양한 발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겠는데 아쉽기도 해요.

인간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때가 언제일까요? 벼랑 끝으로 내몰아서 극도의 긴장감과 두려움으로 안간힘을 짜내는 그 순간일까요. 아니면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신나게 할 수 있는 순간일까요? 창발성과 지속성을 따진다면 당연히 후자가 답일 겁니다.

자기가 뭘 잘 하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를 따지는 적성과 개개인의 특성, 개성이 중시되는 이유입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두 차례에 걸쳐 개성과 적성에 대한 얘기 나눠봤습니다. 진행에 이현주 였습니다. 다음 주 이 시간 다시 인사드릴게요.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