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농업 이야기③-마음만은 풍년

서울-이현주, 김태산, 문성휘 xallsl@rfa.org
2011-11-08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경기도 안성 유별난마을에서 추수 일손을 돕고 있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경기도 안성 유별난마을에서 추수 일손을 돕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일꾼 김태산 씨와 자강도 공무원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 정착해 살아가는 진솔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에서는 오늘까지 세 차례에 걸쳐 농사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가을걷이가 거의 끝나가던 시점에서 얘기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추수가 끝나고 이제 추곡 수매가를 놓고 얘기가 한창입니다.

남한 정부는 쌀값 안정과 농가 소득 보장을 위해서 매년 추수가 끝난 뒤 일정량의 쌀을 사들이는데요. 이 쌀값은 얼마로 사 줄 것인지 논의가 오가고 있다는 얘깁니다. 농민들은 쌀값을 더 달라 요구하고 정부에서는 예산 때문에 고민입니다.

요즘 시장에 나가보면 햅쌀은 벌써 나왔습니다. 20킬로 한 봉지에 5만 원, 미화로 50달러가 채 안 되는데 예산과 비슷한 가격입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오늘 농사 얘기 마지막 시간입니다.

문성휘 : 여기 와서 처음 추수 때 밭에 나가봤는데 흰 비닐 퉁구리들이 많이 놓여 있어서 도대체 저게 뭔가 했어요. 그게 콤바인에서 벼를 탈곡하고 나온 볏짚이라면서요?

진행자 : 아, 저도 그게 뭔가 했었는데요. 콤바인 기계 안에서 탈곡 하면서 나온 볏짚을 둥글게 묶어 비닐로 싸 놓은 겁니다. 이 비닐을 찢어 효소를 넣으면 그 안에서 발효돼서 소먹이로 사용한답니다.

김태산 : 북한에서는 그건 ‘실로스’라고 부르는데 발효되면서 푹 떠서 구수한 풀빵 같이 되는데 소나 염소 키우는 사람들은 그걸 사다가 먹이더라고요.

문성휘 : 참, 기계가 이걸 다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워요.

진행자 : 사실 수확 과정도 놀랍지만 추수한 벼를 수매하는 과정도 참 잘 돼있습니다. 추수를 한 벼를 실어가서 저장소에 가면 들어가면서 바로 검사를 해요. 낱알에 수분 함량이 얼마나 되나 양은 얼마나 되나 몇 가지 항목을 검사해서 등급을 매깁니다. 그리고 추수가 끝난 뒤 그 해 쌀 가격이 나오면 쌀 수확량과 등급에 따라 쌀값을 계산해서 각 개인들의 은행 계좌로 바로 입금해 줍니다.

김태산 : 아... 나는 수확하는 것만 봐서 그건 또 몰랐네요. 굉장히 체계적으로 잘 돼있네.

문성휘 : 벼 밭에 여름에 살초제(제초제), 살충제 같은 약 치는 것도 북한은 사람들이 다 등에 지고 치는데 마스크도 없어요. 얼마나 건강에 안 좋아요? 근데 여기는 무인 조정 헬기로 하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저는 그게 굉장히 큰 것인 줄 알았는데 작고 깜찍하더라고요. 그러니까 개인밭들이 규모가 작아서 그렇게 작은 걸로 치는지...

진행자 : 그렇게 작은 건 개인용이고 마을 전체에 약을 칠 때는 약 살포용 대형 헬리콥터를 불러서 같이 칩니다.

김태산 : 그렇지 마을이 같이 약을 쳐야 효과가 있죠.

진행자 : 그리고 또 요즘은 농약을 안 친 친환경 유기농 농수산물이 인기잖아요? 값이 더 비싸기도 하고요. 그럴 때도 마을 단위로 유기농 농업으로 같이 전환해야 효과가 좋답니다.

문성휘 : 저희 탈북자들이 충남 서산에 놀러 간 적이 있는데 논판에 미꾸라지가 많이 보이더라고요. 그게 농약을 치면 죽었겠는데 미꾸라지가 살아 있다는 건 약을 안 쳤다는 거겠죠? 근데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쪽의 논판에 더 미꾸라지가 많더라고요. (웃음) 그래야 서산 쌀이 잘 팔린대요. 또 농민들은 죽는소리도 하더라고요. 물뱀 같은 게 뭐 있어서 구멍도 뚫고... 북한에선 뭐이라고 하더라?

김태산 : 드렁허리라는 게 있어요. 물뱀 같이 생겼는데 그게 있으면 논두렁에 다 파고들어 다니니까 한순간에 논두렁이 무너져 논에 물이 빠져요. 농약을 치면 그 드렁허리가 다 죽어서 농민들이 그 걱정은 없는데 지금처럼 유기농 농법이라고 해서 농약 안치니까... 북한에도 예전엔 드렁허리가 있었어요. 우리가 보기엔 너무 징그러운데 어른들은 그걸 잡아서 구워서 술안주로 잘 먹었죠.

진행자 : 근데 저희 예전에 이앙기 얘기하다가 그런 얘기한 적 있어요. 한국은 가을걷이할 때면 낫을 들고 벼 베는 사진을 찍거든요. 그러고는 콤바인으로 밀어버리는데 북한은 반대라면서요?

문성휘 : 북한도 5시, 8시 보도가 있잖습니까? 그 시간에 보면 일하는데 사람은 보이질 않죠. 다 기계가 나가서 일을 하지 않습니까? 남한은 정치인들이 그런 노죽을 부리죠? 구청장 선거라도 있으면 서로 나가서 논밭에서 낫을 들고 사진을 찍어요. (웃음) 때로는 그거 눈꼴사나울 때도 있긴 있는데요. 참, 그게... 어찌 보면 뜨거운 거죠. 북한에서 대통령이 시장에 가서 할머니 손을 잡아준 걸 굉장히 비난한다고 해도 솔직히 북한의 지도자들이 언제 한번 그런 적이 있습니까? 그런 걸 보면 여기 정치가들 이러는 걸 쇼라고 하지만 쇼라고 해도 그게 사실은 좋은 거예요.

김태산 : 그게 인민을, 자기를 찍어준 인민을 무서워한다는 증표거든요. 한마디로 그 사람들의 손에 자기 목이 왔다 갔다 하니까... 근데 북한은 그까짓 인민들이야 있갔으면 있고 말갔으면 말고 상관없다는 거죠.

문성휘 : 그리고 실제적으로 정치인들이 일도 많이 해요. 그러니까 농촌에 농사가 잘 안 된다면 모든 정치인들이 다 논밭에 뛰어가니까... 자연히 사람들의 관심이 가게 되고 국가는 하는 수 없이 지원해야 하는 거죠. 그러니까 참... 여긴 북에 비하면 농사짓기도 쉬워요.

진행자 : 그렇게 농사짓기 쉬워 보이실지 모르지만 농촌을 떠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산업이 우선시 되다 보니 농사를 짓는 것보다 도시에 나가서 일하는 것이 더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젊은 청년들이 농촌을 참 많이 떠났는데요. 요즘은 반대로 돌아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해요.

김태산 : 나도 요즘 지방으로 가볼까 해서 땅이나 집을 알아보는데 하루가 다르게 값이 올라요. 귀농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는 얘기죠. 근데 귀농하는 사람들이 나이 든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많아요. 그리고 이런 현상을 앞으로도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진행자 : 탈북자들도 귀농하셔서 농사지으면 잘하실 것 같거든요? 근데 이런 얘기 반가워 안 하시데요?

문성휘 : 농민들의 모임 같은 곳에서 자기들이 다 도와주겠다고 탈북자들 오라고 하는데 그런데도 안가잖아요? (웃음)

김태산 : 북한에서는 농촌하면 너무 진저리를 떨었으니까. 문화적으로 낙후하고 일이 힘들고 아무런 혜택도 없고... 그런데 여기 농촌은 그렇지 않죠. 서울 생활이나 농촌 생활이나 크게 다를 건 없어 보여요.

진행자 : 아주 똑같다 얘기하긴 무리가 있죠. (웃음) 그래도 같은 텔레비전 방송 나오고 인터넷 되고 요즘은 자기 차도 있고 기차도 빠르게 서울까지 오니까요. 예전보다는 환경이 나아졌죠.

문성휘 : 전기, 수도 다 돼 있고 휴대전화 있어서 서울사람, 지방사람 다 통화하는데 뭐가 걱정이에요?

김태산 : 많이 질문을 받는 게 김 선생님 여기 와서 제일 좋은 게 뭐냐고 물으면 우선 생활 총화가 없다. 그 다음이 농촌 동원 없다... 정말 만세 부르는 게 이 두 가지요.

문성휘 : 아, 한 가지 빼놓으셨네요. 진짜 제일 싫은 것, 아침동원! 조기 작업이라고 하죠?

진행자 : 그럼 세 가지네요! (웃음)

김태산 : 나는 거기다가 술 맘대로 먹을 수 있는 것, 그거 들어야지... (웃음) 근데 1, 2번은 철저히 생활총화와 농촌 동원이죠. 그러니까 탈북자들이 농촌이라면 진저리를 떠는 겁니다.

문성휘 : 지금은 또 일부 탈북자들이 특수한 농업에 종사한다고 농촌에 가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어요. 례하면 버섯 같은 특수작물 농사, 벌도 치고... 앞으로는 점점 늘어날 거예요.

김태산 : 옳습니다. 탈북자들도 와보면 도시 생활은 복잡하고 힘들지만 농촌으로 나가면 북한에서 해본 농사일인데... 여기 농촌은 북한 농촌과는 완전 하늘과 땅 차이여서 예전보다는 농촌으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탈북자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어요.

진행자 : 이제 탈북자들이 남한에 와서 정착한 지도 근 십년이니 그 동안의 경험들이 쌓여서 이런 농사짓는 일도 가능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좀 더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다양해지는 거죠.

문성휘 : 아직은 농촌에 두려움이 큰데요. 이제 농촌에서 성공한 탈북자들이 그런 사례를 만들어 나가면 앞으로는 도시보다 농촌으로 가는 몸값이 더 비싸질지도 몰라요. (웃음) 김 선생님도 당장 간다잖아요? 김 선생이 가서 성공하시면 저도 가겠습니다.

진행자 : 방송은 누가 하시려고요?

문성휘 : 아니, 못할 이유가 없어요. 차를 타고 방송할 때 서울로 올라오면 되고 낮엔 농사짓고 밤엔 컴퓨터에 앉아서 글을 쓰면 되는 거니까...

진행자 :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일이 있으면 잠깐씩 서울 나갔다 오고... 젊은 사람들도 동경하는 삶입니다.

김태산 : 그러게요. 저도 얼른 집을 잡아서 오리, 염소 키우고 물고기도 잡고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근데 재정적인 뒷받침이 안 되네요. (웃음)

진행자 : 터전을 잘 닦아주셔요. 나중에 북쪽에서 오신 분들도 농촌에 터를 잡으실 수 있게요. 우리 추수 때 많이 쓰는 표현이 있어요. 마음은 풍년! 북쪽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이번 가을 마음은 풍년이신지 모르겠습니다.

문성휘 : 올해도 농사가 썩 시원치 않다고 하니까 아마 근심이 많을 겁니다. 내년도 강성대국이라고 해도 먹을 게 있어야 강성대국이죠. 참 안타까운 일이고요. 이 가을 맞는 북한 주민들, 북한에 있는 내 형제들 내년을 어떻게 보낼지 근심이 큽니다.

김태산 : 어쨌든 그래도 살아남아서 열심히 사노라면 어떤 좋은 일이 있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모두 몸 건강하길 바랄 뿐입니다.

진행자 : <내가 사는 이야기> 오늘까지 세 차례에 걸쳐 농촌과 가을걷이 얘기 해봤습니다. 두 분 말씀 감사합니다!

문성휘, 김태산 : 감사합니다.

진행자 : 지금까지 진행에 저는 이현주 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