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농번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소장님이 북한의 토질을 개선하지 않는 한, 앞으로 성공적인 농사는 불가능하다고 전망하신 적이 있는데요. 현재 개선된 부분이 있는지요?
북한, 알칼리성 토양 늘어나
간척지로 인한 생육 방해도 문제
조현: 아닙니다. 북한의 토질 악화가 더 심해졌습니다. 얼마 전 평안북도 농업경영위원회에서 토질 검사 발표를 했어요. 토질 검사는 원래 북한 전역에서 11월~12월에 실시하고 이듬해 1~2월에 결과 발표를 하는데, 일정을 못 지키는 곳도 많습니다. 토양 상태가 정상이라면 산도가 PH 5.5~6.5 사이여야 하는데 평안북도는 상당 부분의 땅이 그 수치를 벗어났다고 합니다. 원래 북한 땅은 심하게 산성화된 것이 문제였는데, 이번 조사엔 산성 토양에 더해서 일부 서해안 농장 지역에 알칼리성 토양의 비중이 높아졌다고 해요. 상당 지역이 PH 7.0 이상으로 드러났습니다.
MC: 알칼리성 토양 면적이 갑자기 늘어난 이유가 있나요?
조현: 네. 그건 새로 개간한 간척지 논들 때문입니다. 이런 논들은 나트륨이나 마그네슘, 칼슘과 같은 가용성 염류를 많이 포함하고 있거든요. 이런 알칼리성 토양에선 질소, 효소가 감소돼서 토양 미생물의 발달이 저해됩니다. 토양 상태를 알려주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산성과 알칼리성을 구분해주는 PH도 있지만, 요새 국제 농업 사회에선 전기전도도(electrical conductivity)를 많이 얘기합니다. 물질에서 전하를 얼마나 잘 운반해줄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기준인데요. 이게 보통 2.0dS/m 이하여야 농사가 가능합니다. 물론 작물마다 달라서 인삼은 0.6, 딸기는 0.8, 상추는 1.5 이하가 되어야 하는데요. 하지만 평안북도 지역은 평균 수치가 3.1이나 됩니다. 솔직히 북한에선 일반 농민들이 이런 수치까지 듣기는 어렵겠죠. 하지만 농민이 알아야 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앞으로 농민들도 토양 상태에 대한 지식과 측정하는 기술을 잘 배울 수 있다면 북한 농업은 상당한 발전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MC: 그렇군요. 사실 토질이 좋다고 해도 요샌 예상치 못한 기후변화가 많아서 그게 토질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도 하죠. 이런 걸 볼 때 북한 당국도 수시로 토양 상태를 점검하고 피해를 줄이도록 전략을 세워야 할 때 같은데요.
조현: 그렇습니다. 온도 상승, 폭우, 가뭄 자체가 토양의 생태적 기능에 워낙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젠 정말 땅에 집중할 때입니다. 저는 일단 노동당이 우선 개량이 필요한 지역을 선정하고 거기부터 회복시켜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북한 전역에 개선이 필요하지만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이 부족하니까 선택하고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또한 지금 북한의 농업 방식은 환경 파괴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막심합니다. 특히 화학물질은 지하수 오염을 심각하게 만들고 토양의 유기물을 상당량 소실시키고 있습니다. 이젠 기존의 화학비료와 농약을 집중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생태적, 친환경적 방법의 연구가 시급하다고 하겠습니다.
MC: 그렇겠네요. 하지만 환경오염과 이상기후로 인한 토질 악화는 사실 북한만의 문제는 아닐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한국은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요?
조현: 네. 한국은 이제 손으로 농사짓지 않는다고 제가 방송에서 수차례 말씀드렸는데요. 이젠 농기계도 넘어서서 컴퓨터로 농사짓는 시대입니다. 산업 분야에만 쓰던 인공지능(AI) 컴퓨터를 일반 가정에서도, 누구나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인공지능 컴퓨터는 자신의 경작지 상태를 바로바로 확인해주고요. 게다가 세계 곳곳의 토양 정보가 다 입력되어 있어요. 그래서 각 토양에 맞는 비료와 토양개량제를 알아서 처방해주고요. 또 각 땅에 적절한 작물을 알려줍니다. 이렇게 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은 각 땅에 대한 적절한 양분 관리도 가능한 거고요. 한국 농민들은 자기 땅에 원하는 작물을 아무거나 심을 수 있으니까, 인공지능 컴퓨터를 보고 해마다 작물을 바꿔 심기도 합니다. 컴퓨터엔 계속 정보가 쌓이고, 나중엔 과거의 장단점을 파악해서 현재에 적용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되지요.
MC: 네. 이런 걸 바로 과학농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여러 지역의 경험이 컴퓨터에 차곡차곡 쌓인 만큼 실패 확률도 줄일 수 있을 텐데요. 하지만 북한에선 아직 적용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북한에서 토질 개선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북한 토질 개선 방법
조현: 네. 일단 아는 게 중요하니까요. '토양' 하면 '미생물'부터 떠올려야 합니다. 미생물의 영향을 잘 알고 계셔야 해요. 북한 농업 당국자들은 미생물 제제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미생물을 화학비료의 부분적 대체제로만 생각하고 있는데요. 아닙니다. 미생물은 농사의 기본이자 기반입니다. 이걸 먼저 이해하고 있는 것이 농업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흙 속에 존재하는 미생물은 엄청나게 다양합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해도 이런 미생물이 전체 미생물의 7% 미만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이런 미생물이 토양 속의 유기물을 분해하여 대자연을 청소함과 동시에 식물에게 영양을 제공하고 자연계의 물질을 순환시킵니다. 인간이 매년 쏟아내는, 5000억 톤에 달하는 폐기물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된다는 걸 생각할 때 전 정말 고마움도 느낍니다. 미생물에 의한 환경문제 해결 방법은 그 한계를 가늠하기 힘들죠.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산화탄소도 광합성세균(빛과 이산화탄소를 에너지원으로 만들어지는 세균)을 적절히 활용해서 발생 원인을 차단시키는 결과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미생물로 토양을 바꾸어야 합니다.
MC: '토양'하면 '미생물', 저도 기억하겠습니다. 말씀대로 인류가 맞닥뜨린 여러 환경문제나 농업생산을 위해서 필요한 미생물 제제 생산이 중요하다고 보이는데요. 북한에도 꼭 필요해 보이는데 생산이 가능한 상황인가요?
토양 산성화를 막으려면
조현: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현재는 3대 토양미생물 즉 사상균, 방선균, 세균이 충분하게 포함된 미생물 제제를 만들어 각 농장이 땅에 뿌릴 수 있도록 공급하는 게 중요한데요. 이는 자연에서 원료를 얻을 수 있으니까 굳이 수입 안 해도 됩니다. 그저 노동당이 조금만 시선을 돌려서 각 도, 시, 군의 미생물 공장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투자만 좀 더 해도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또 농민의 경우는 지금 대부분 산성화된 토양을 개량하는 게 최선인 것 같아요. 토양 산성화를 막기 위해서 기존처럼 북한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석회를 수시로 땅에 뿌려주시고요. 간척지 근처의 알칼리성 토양은 시금치나 완두콩 같은 채소를 재배하면 좋습니다. 그럼 그 뿌리에서 산성 물질이 나오기 때문에 토양을 중성화 시켜주거든요. 최근 주목받는 농업 연구에 따르면, 논밭을 갈고 매는 것보다는 같은 땅에 여러 농작물을 바꾸어 심는 게 토양미생물을 활성화시키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여름에 휴경한 밭보다는 붉은토끼풀, 녹비, 들완두콩을 심은 밭에서 미생물이 다양하게 번식했다는 자료도 있습니다. 반대로 관행적인 경운(논밭을 갈고 김을 매는 것)이 이뤄진 밭보다 그렇지 않은 곳이 더 다양한 미생물 군집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연구는 제가 자주 강조했던 윤작(같은 땅에 콩과 작물을 여러 번 바꾸어 심는 것)이 땅을 더 비옥하게 한다는 걸 증명해 주기도 합니다.
MC: 네. 소장님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풍부한 미생물로 토양의 질부터 개선해야 북한 농업이 발전 할 수 있다는 점, 꼭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