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북한 벼 파종, 무복토육묘기술로 바꿔야

서울-이승재 yis@rfa.org
2023.03.31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북한 벼 파종, 무복토육묘기술로 바꿔야 강원도 원산시 인근 논에서 농부들이 추수를 하고 있다.
/AP

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 안녕하세요.

 

MC: 요즘 한국이 쌀 때문에 시끌시끌하죠? ‘쌀값안정화법이라고도 불리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지난 23일 한국 국회에서 통과됐습니다. 한국에서 쌀 생산량이 총 수요보다 3~5%이상이거나, 쌀 가격이 전년 대비 5~8% 이상 떨어지면 초과 생산량, 즉 남는 쌀을 모두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수해야 한다굉장히 파격적인 법안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전문가로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조현: 사실 당황스럽긴 합니다. 제 의견에 앞서지금 한국 국회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요. 국회의원이 300명 정도 되는데, 정부와 반대 입장을 가진 야당 소속이 그중 60%입니다. 이번 법안은 다수의 야당 국회의원들이 찬성해서 통과시킨 법인데요. 야당 입장에선쌀값을 안정화 시키고 쌀값이 떨어질 경우 농민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주장하고요. 반대로 정부나 여당 입장에선쌀을 국가가 의무적으로 매수하려면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고 오히려 이는 쌀 산업을 위기로 몰아갈 것이라며 반대하는 실정입니다. 북한 주민 생각을 늘 하는 저로선지금 한국에서 매년 20~30만 톤의 쌀이 남는데남북관계가 원만히 진행되어서 이 쌀을 북한 주민들에게 나눠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늘 하죠

 

북한은 부족한 쌀 생산량 걱정

남한은 남아도는 쌀 걱정

 

MC: 그렇군요. 참 역설적입니다. 북한은 생산을 못해서 걱정, 한국은 남아도는 쌀을 처리하지 못해 걱정이니까요. 북한에선 지금 올 한 해 농사가 걸린 아주 중요한 시기죠. 바로 벼 파종 기간입니다. 북한에선 무조건 다수확 품종을 심어야 할 텐데요. 벼 파종을 어떻게 하느냐, 이건 1년 농사 승패를 좌우합니다. 특별한 방법이라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조현: 그렇습니다. 말씀대로 북한은 무조건 다수확을 해야 합니다. 지금은 벼 재배를 위한 씨앗을 모판에 심어야 하는 때여서 이 파종과 모 기르기 준비를 정말 잘 해야 합니다. 올해까지 농사가 안 되면 내년엔 1990년대 대량 아사 시기보다 더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거든요. 게다가 기후 환경도 별로 좋지 않아 보입니다. 봄 가뭄도 기승을 부리고 있고 가끔씩 찾아오는 늦은 추위는 작물의 초기 성장에 안 좋은 영향을 주고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오늘은 북한에서 전혀 모르는 신기술 하나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바로 무복토육묘기술입니다.

 

MC: 무복토육묘기술이요?

 

조현: . 북한은 농기계가 낙후해서 파종 작업이 거의 인력으로 진행되는데 농촌 노력 중에 70% 이상이 여성들이거든요. 특히 지금 같은 벼 육묘 시기와 5월에 있을 모내기 시기엔 모뜨기, 모 이송작업 등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여성들이 쉽게 할 수 있는 기술이 절실하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제가 말씀드리는 무복토육묘기술은 벼 육묘 노동력과 재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북한에 없는 신기술

무복토육묘기술

 

MC: . 기대됩니다.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무복토육묘기술이 북한 농민들께서 알고 계시는, 기존의 보편화된 기술과 어떤 차이가 있는 거죠?

 

조현: 모를 만드는 과정(육묘)에서의 차이입니다. 보통 북한에선 두 가지 방법을 쓰는데요. 하나는 그냥 논바닥에 볍씨를 뿌리고 농약을 주어 잡초를 제거하며 키우는 방법이고요. 또는 냉상모판 위에 거름과 비료를 깔고 볍씨를 뿌린 후, 그 위에 흙을 또 덮어서 모를 키우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 모가 자라면 모내기 시기, 그때에 그걸 뜯어다가 땅에 옮겨 심는 거죠. 그러나 그때 사정없이 뜯어 옮기면 중간에 손실도 많이 되고요. 벼 뿌리에 상처를 주면 모살이의 지장도 주고, 무엇보다 많은 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그때 또 모내기 전투라면서 많은 인력이 동원되잖아요? 이건 그저 주체농법에 기록되어 지난 60년간 지속해온 방법이지요. 그런데 무복토육묘기술은 제가 한국에 와서 알게 된, 많이 편리한 방법입니다. 파종할 때에 흙부터 잘 다듬어서 마치 고른 알판을 깔 듯이 육묘상자에 모판 흙을 잘 깔고요. 거기에다 볍씨를 파종한 후에 볍씨 위에 기존처럼 흙을 대지 않고, 바로 못자리로 옮겨서 모를 키우는 기술인데요. 따라서 모판흙이나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이죠.

 

MC: 제가 이해한 바로는 기존과 다른 점이 ‘무복토’… 그러니까 흙을 깔고 볍씨를 뿌린 후에 다시 흙으로 덮지 않는다, 이게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고요. 그리고 모를 상자에서 키운 다음에 옮기는 게 아니라, 흙 위에 볍씨를 뿌린 상자를 바로 땅에다가 끌어다 놓는다는 거죠

 

무복토육묘기술

모내기 쉬워진다

 

조현: 그렇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방식과 무복토육묘기술의 다른 점 중 하나가, 볍씨를 얹은 흙 상자 즉 육묘상자를 못자리로 옮길 때 가뿐하게 땅에 흐트러짐 없이 옮길 수 있다는 건데요. 다만 다음의 주의사항을 지켜주셔야 해요. 못자리의 흙을 고를 때 벼 그루터기나 잡초 등을 제거하고 평탄 작업을 해서 육묘상자와 못자리가 딱 밀착되게 해야 합니다. 흙에 볍씨를 뿌릴 때는 상자 당 180~200g 정도 파종하되 육묘상자는 수분을 잘 흡수해야 하고 배수 또한 원활해야 하거든요. 그렇게 하려면 육묘상자 측면에 6~8개의 작은 구멍을 뚫어주면 좋습니다.

 

MC: 이렇게 못자리로 바로 옮겨서 기르면 모도 잘 자라고 흙은 적당히 잘 굳어서 쉽게 절단되고 그럼 모내기를 하기에 훨씬 쉬워진다, 이렇게 이해해도 될까요? 제가 보기엔 크게 어려운 방법은 아닌 것 같은데요.

 

조현: 그렇습니다. 말씀드린 방법과 양을 준수하시면 버려지는 씨앗도 줄일 수 있고요. 이 방법대로 하면 그 육묘상자 안에서 볍씨가 빠르고 건강하게 양분을 잘 받아들이며 자랄 수 있거든요. 크게 어려운 방법도 아닌데 북한에서는 전혀 시도되지 않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이렇게 해서 모를 키우는 기간은 25~30일 정도가 적당합니다. 그 외에 벼를 심는 방법은 똑같습니다. 모판에 넣을 흙은 모든 게 다 가능하지만 작업의 편의상 경량상토가 좋습니다. 육묘상자를 못자리로 이동하면 부직포나 비닐 박막을 덮잖아요? 1겹만 덮은 후에 온도를 유지하고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양쪽에 핀이나 흙을 덮어 고정해주세요. 이후 못자리가 물에 뜨지 않도록 천천히 상자 위까지 물을 대어주고 자연 배수를 시켜주면 됩니다. 오늘은 좀 구구절절하게 말씀드렸지만, 반드시 발전된 선진 방법으로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 그랬고요. 이 방법대로 하면 생산량도 지금의 배로 늘릴 수 있고요. 특히 모내기 전투 때 어린 학생들과 할머니를 동원해서 새벽부터 저녁까지 모뜨기를 안 해도 됩니다. 배고픈 사람들 또 모내기에 동원하는 건 그만 해야죠.

 

MC: 그렇군요. 오늘은 무복토육묘기술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진정 식량 생산량 증산을 원한다면 협동농장에서 이런 발전된 방법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본 프로그램은 좀 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과 국제사회에서 검증된 다양한 방법들을 앞으로도 여러분께 소개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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