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북한이 염소젖 유제품을 만드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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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4월도 다 가고 벌써 5월이 시작됐는데요. 요즘 북한 농촌의 분위기가 어떻습니까?

지금 돈 되는 작물은 고추와 토마토

조현: 네. 우리 농민들, 돈과 식량이 없어서 고생한다는 얘기가 자주 들립니다. 이럴 때마다 너무 마음이 아프죠. 지금 조건에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그저 자신의 텃밭을 이용하는 것 밖엔 없겠습니다. 지금 시기엔 토마토와 고추가 좋습니다. 토마토 종자는 원래 수명이 4~5년 되지만 북한에 있는 종자는 대부분 발아율이 불량하고 발아세가 균일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가급적 채소반에서 새 모종을 구해다가 텃밭에 심으실 것을 권장합니다. 또 고추 좋은 거야 모두 아시겠지요.

MC: 그런데 고추는 한국에서도 보니 키우기 힘든 작물이더라고요. 일단 병충해도 많고 재배 기간도 다른 작물에 비해서 좀 길잖아요. 번거롭지 않겠습니까?

조현: 네. 맞습니다. 그러나 우리 민족 식생활에 정말 많은 부분 활용되는 작물이라 농민 소득 관점에서 보면 가장 큰 도움이 됩니다. 북한에서 잘만 관리하면 고추는 정보당 1년에 평균 2.8톤 수확하더라고요. 만약 100평 땅에서 500kg 생산했을 때를 가정하면, 1kg 당 북한 돈 3,000원만 받고 팔아도 150만원 나오니까요. 이거 달러로 환산하면 약 200달러 됩니다. 이 돈으로 쌀을 사면 120kg, 옥수수는 250kg이나 가능합니다. 고추농사만 잘 지어도 1년 식량의 70%는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MC: 그렇군요. 혹시 텃밭에 아무것도 안 심으셨다면 이번 주엔 고추, 토마토 꼭 시도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북한의 낙농업 분야를 좀 자세히 들여다 볼 텐데요. 최근 노동신문에 인흥젖소목장 얘기가 나왔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젖제품(유제품) 생산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얘기였는데, 북한의 젖제품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됩니까?

턱없이 부족한 북한의 유제품

조현: 북한이 젖제품 생산을 잘한 것처럼 선전하고 있지만 생산계획 자체가 크지 않습니다. 한국이나 유럽 생산량과는 차이가 심하게 나죠. 젖제품엔 우유, 분유, 버터, 요구르트 다 포함됩니다. 한국에선 유제품이라고 말하지요. 모두 소젖 가지고 만들지 않습니까? 엄밀히 말하면 젖소죠. 그런데 북한 젖소 사육두수가 많지 않아요. 한국은 젖소만 500만 마리 이상인데 북한은 전체 소 사육두수가 45만 마리 정도 될 겁니다. 그 중에 젖소는 또 5% 미만입니다. 소젖의 양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한국에서 젖소 한 마리는 1년에 젖을 평균 1톤 생산하거든요. 그런데 북한 젖소는 같은 기간 많아야 300kg 정도 생산합니다. 부족한 걸 메우기 위해 각 지역마다 염소목장을 만들어서 염소젖을 짜고 그것으로 젖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염소는 젖의 양이 젖소의 10분의 1밖에 생산 못해요. 결국 북한에서 젖제품을 생산하는 양이 한국 기준으로 평가하긴 어렵고요. 생산되는 염소젖은 그날그날 데워서 설탕 좀 넣고 마시는 느낌이다 이렇게 보면 맞습니다.

MC: 양이 정말 많이 부족하군요. 품질은 객관적으로 어떻다고 보십니까?

조현: 네. 당연히 한국이나 외국에 비해선 많이 떨어지겠죠. 그러나 냉장보관이나 위생이 문제지 만드는 기술은 그 정도면 괜찮다고 봅니다. 사실 젖제품 만드는데 큰 기술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젖을 짜서 냉장시키고 그 다음에 기계에 넣고 회전시켜서 기름과 물, 단백질을 분리하는 건데 이건 시설만 잘 갖춰 놓으면 어린 애들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한국처럼 저온 숙성시키고 여러 미생물 이용해서 변하지 않고 신선하게 유지시키는 건 아직 못 합니다. 유제품이 그렇게 생산되어 시장에 나가야 하는데 뭐 기술은 둘째치고 젖소 자체가 없는 상태이니 북한의 젖제품은 거의 생산이 안 된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염소 몇 마리에서 나는 젖 가져다가 치즈, 버터 겨우 몇 kg만들고 상표 붙이고 사진 찍어서 성공했다고 자축하는데, 실질적으로는 생산량이 많이 부족합니다.

MC: 그렇군요. 보통 유제품 하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찾는 기호식품인데요. 소장님 말씀대로라면 북한에서 어른들 먹을 양은 거의 없다고 봐야할까요?

조현: 대강의 생산량을 가늠해보면 북한 전역의 아이들이 한 달에 한번 우유 맛을 보는 정도라고 할까요? 그것도 안 될 것 같고요. 어른들 몫은 없습니다. 그런데 말씀대로 한국에선 어른들이 유제품을 얼마나 많이 먹습니까? 북한은 주로 아이들을 위해서만 젖제품을 생산하는 분위기예요. 이런 인식이 오히려 젖제품 시장을 더 침체되게 만듭니다. 북한 당국은 젖제품 가격을 많이 받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고요. 특히 국가에서 젖제품 공장에 주는 지원이 있다면 엄청나게 가격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만약 시장에서 1달러에 팔릴 만한 제품이라면 공장에 0.5달러, 반값 정도를 받게 합니다. 아이들 먹일 거니까 값을 비싸게 주지 않는 겁니다. 그러면 생산자들도 의욕이 안 생겨요. 시장에서 어른들이나 아이들이나 누구나 사 먹을 수 있도록 제값을 받게 해야 시장이 성장하는 겁니다. 북한에서 젖제품에 대한 인식을 빨리 변화시키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MC: 여러 말씀을 종합해보면 북한에서 젖제품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결국 젖소의 두수를 늘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맞을까요?

젖소 두수 확충 시급

그에 맞는 인공초지도 조성해야

조현: 그렇습니다. 그게 아니면 수입해야 하고요. 지금처럼 부족한 젖소 대신 염소 몇 마리 안 되는 거 가지고 젖제품을 만들겠다는 건, 몸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머리와 몸통 없이 꼬리만 있는 현실이라고 할까요? 원래 다른 나라도 젖제품 산업, 그러니까 낙농업을 시작할 때, 전문가들이 우유 시장이 얼마나 잘 되어있나 이것부터 따지거든요. 그래서 일단 북한에서 젖제품을 제대로 생산하려면 어린이가 500만이 있든 300만이 있든 우유 수요량을 타산해서 그만큼 생산할 젖소가 먼저 있어야 하고요. 그 후엔 그 젖소가 먹을 먹이를 보장해야 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래서 북한 당국이 좋은 품종의 젖소를 들여오고 그 다음 농민이 젖소를 사육할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겠죠.

MC: 농민들이 젖소를 사육할 환경을 만든다는 건 무슨 뜻인지요?

조현: 네. 예를 들면 과거 한국에서 평양의 강동군 구빈리에 집집마다 한두 마리씩 젖소를 나눠 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실제로 소젖을 짜서 장마당이나 호텔에 팔면서 농가 소득을 엄청 높일 수 있었어요. 북한 축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그 이후 또 노동당이 한국과 담을 쌓았고 해당 젖소들이 더 번식하지 못하고 죽는 바람에 생산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그때처럼 농민이 직접 키워 이득을 볼 수 있게 해야 장마당에서 우유와 젖제품을 찾아볼 수 있을 거고요. 두 번째는, 현재 북한의 초지는 1990년대에 대충 만들어진 자연초지입니다. 하지만 젖소가 워낙 많이 먹어서 새 초지를 조성해야 합니다. 결국 북한 2500만의 수요를 채우려면 그 소들을 먹일 인공초지를 개발해야 하는 거죠. 한국도 강원도 대관령에 대규모 인공초지를 만들고 젖소를 사육하는데, 그 초지가 완성되기까지 10년이란 시간이 걸렸습니다. 북한도 지금 시작해야 10년 뒤에 빛을 보는 겁니다. 당장 가능한 일은 아니죠. 이와 동시에 지금 볏짚과 밀짚을 한국처럼 소 사료로 쓸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도 시작해야 합니다. 지금은 그게 다 땔감으로 쓰이는데 농민이 그걸 소먹이로 쓸 수 있도록 농촌에 석탄도 싼 값에 공급해야 하겠지요. 이런 많은 것들을 하나도 준비하지 않은 채 '작년에 젖제품 생산계획을 완수했고 올해도 생산의 기세를 늦추지 않겠다'는 화려한 말은 의미 없는 노동당의 선동이라고 하겠습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