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밀 재배, 봄 가뭄만 잘 이겨내면 승산이 있다

서울-이승재 yis@rfa.org
2022.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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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밀 재배, 봄 가뭄만 잘 이겨내면 승산이 있다 지난 2019년 평양 형제산구역 형산남새전문협동농장의 말라버린 밀밭.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이 시간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 안녕하세요.

 

MC: 지난 2,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죠. 이로 인해 세계 경제가 출렁였는데요. 특히 전 세계의 25% 이상을 차지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밀 수출이 막히면서 세계적으로 밀가루 가격이 치솟고 있습니다. 북한도 당연히 영향이 있겠죠?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

북한 밀 가격에도 큰 타격

 

조현: . 아직까지는 북한의 주 곡식이 강냉이나 쌀이기 때문에 영향을 덜 받는다고도 볼 수 있지만, 밀가루를 즐겨먹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밀가루 1kg이 북한 돈 4,000원이었는데 지금은 10,000원이 훌쩍 넘었습니다. 국제 밀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후 지금까지 20% 이상 올라서, 1월엔 1톤에 284 달러였던 것이 지금은 400 달러가 넘었습니다. 전쟁에 대해 조금 말씀드리면, 우크라이나는 나토(NATO)라는 북대서양조약기구 즉 러시아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유럽 국가들의 군사동맹에 지속적으로 가입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나토는 회원국 중 하나가 공격을 받으면 다른 회원국들이 자동적으로 군사개입을 해서 서로를 지켜주는데요. 친미성향의 동맹이니 미국의 핵우산이라고 봐도 되겠습니다. 하지만 경계를 맞닿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지정학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러시아로선 이게 달가울 리가 없겠죠. 그런 이유로 일어난 전쟁인데요. 어쨌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대가로 국제사회의 수출입 제재를 받는 상황이고, 그래서 평소 러시아로부터 밀을 수입하는 북한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건 한국도 마찬가지예요. 한국은 밀 소비량이 북한과 비교도 안 되거든요.

 

 

MC: 한국에선 1인당 밀 소비량이 연간 33kg 정도 된다고 합니다. 제일 많이 먹는 쌀 소비량이 1인당 연간 59kg 정도 되니까, 이미 그 절반을 넘어섰고요. 쉽게 말하면 하루 한 끼 이상 밀 음식을 먹는 거죠.

 

한국서 주식 수준인 밀

북한에선 주요 곡물 아냐

 

조현: 그러나 밀 자급률은 한국도 1%가 채 안됩니다. 다 수입이에요. 그러다 보니 밀가루 가격 상승과 함께 식당에서 파는 국수류 가격도 이미 작년보다 10% 가량 올랐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밀가루를 수입하던지, 혹은 러시아에서 밀 자체를 수입해서 가루로 분쇄해서 썼는데요. 식량은 대북제재에서 명확히 제외되는 항목이라서 당국이 마음먹으면 인민을 위해 얼마든지 수입할 수 있지만, 노동당이 코로나19를 핑계로 무역 자체를 막아놨어요. 그래서 한국보다 더 빨리, 더 크게 가격 급등을 체감하는 겁니다.

 

MC: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면 북한에서 밀이 주요 곡물은 아니라는 건데요. 그래도 작년부터 북한에서 밀 재배가 강조되기 시작했습니다. 옥수수, 감자, 중심의 주식을 김정은 총비서가 쌀과 밀로 대체하라고 해서 화제가 됐어요.

 

조현: 북한이 밀 농사를 강조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밀 소비가 증가했습니다. 장마당에서 여성들이 경제활동을 하면서 라면, 국수, 튀김과 같은 간편한 음식을 선호하게 됐어요. 또 주민들이 스스로 돈을 벌면서 맛에 대한 기준도 높아졌습니다. 같은 값이면 억센 강냉이가루보다 밀가루가 먹기 좋습니다. 한국 라면과 같이 외부 음식도 인기를 끌다 보니 북한 내부에서도 라면을 생산하게 됐고요. 강냉이는 가루로 만든 후에 쌀로 가공하고 이 쌀로 밥을 해먹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복잡하고 전기도 많이 듭니다. 그런 상황에서 밀 생산량을 확대한다는 건 노동당이나 인민들 모두가 동의할 만한 결정이긴 합니다.

 

최근 들어 북한서 밀 농사 강조하는 이유

 

MC: 소비가 늘어났다는 면에서는 밀 농사를 강조한 건 좋은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는 건데, 문제는 현장에서 수고하는 농민들이 정작 밀 재배를 해본 경험이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조현: 그럴 겁니다. 전국적으로 밀 재배 면적은 3%가 되지 않고요. 농사짓는 사람도 아직은 소수입니다. 밀 재배면적을 늘린다는 건, 저는 당연히 찬성입니다. 밀이 강냉이보다 농사짓기 편하거든요. 순강냉이만 심는 것보다 밀 심는 데는 비료가 덜 들어가고 수확해서 밀가루로 가공하는 과정도 훨씬 쉽습니다. 자연의 영향도 비교적 덜 받는데요. 예를 들어 강냉이는 봄 가뭄과 여름 장마 이렇게 두 번을 견뎌야 합니다. 장마 때면 강냉이는 다 쓰러지고 난리가 나는데, 밀은 장마가 시작되기 전 6~7월에 먼저 수확을 하기 때문에 봄 가뭄만 잘 이겨내면 승산이 있습니다.

 

MC: 밀은 이모작을 하는 작물이니 지금 시기면 다 심겨져 있겠군요.

 

북한 밀 농사,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

없는 비료라도 지금 몽땅 털어넣어야

 

조현: 맞습니다. 6~7월에 한번 수확하고 가을에 또 심기를 반복합니다. 지금은 다 심겨져 있는 상태가 맞고요. 그래서 지금이 밀 농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올해 북한의 가뭄이 심했잖아요. 들리는 바로는 지금 밀 잎이 다 마르고 있다고 합니다. 이 시점에선 가진 비료를 아낌없이 털어 넣는 것을 권하고 싶어요. 그럼 살아날 수 있거든요. 비료를 다 털어 넣어야 하는 이유는, 밀 재배는 초기 육성이 중요한데 바로 지금이 제일 잘 잡아야 하는 시기거든요. 아마도 농민들께서 밀 농사를 해본 경험이 많지 않아서, 강냉이 농사 방식으로 하고 있을 것 같아 드리는 말씀입니다. 단 비료를 뿌리는 방식이 정말 중요합니다. 북한에서 비료 뿌리는 방식은 어깨에 비료통을 매고 위에서 아래로, 땅으로 분무하는 방식이거든요. 하지만 너무 가물어서 땅이 말랐기 때문에 그렇게 뿌리면 농작물이 흡수하지 못합니다. 작물의 뿌리에 거의 가깝게 접근시켜서 비료를 줘야 효과가 나타납니다. 밀을 심은 밭고랑, 고랑에 힘들더라도 허리를 굽혀서 직접 부어서 뿌려줘야 합니다. 또 참새가 와서 밀밭을 엄청 헤쳐놓을 텐데요. 그 피해를 막을 수 있게끔 밭에 허수아비를 잘 세우는 것도 중요한 방법입니다. 농업 간부들에게도 한 말씀 드리면 지금이 모내기철이라 간부들이 밀 농사에 관심을 적게 돌릴 것 같아요. 저도 거기서 일 해봐서 알고 최근 관련자들에게 들은 소식 역시, 지난 타성에 젖어 대부분 모내기에 집중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강조하면, 지금이 밀 수확을 위한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6~7월에 일정 정도의 밀이 생산되어야 그걸 먹고 부족한 강냉이, 벼 농사에 또 집중할 수 있거든요. 아마도 현재 비료가 턱없이 부족할 것 같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끼지 말고, 있는 것 모두를 쏟아낼 때라는 걸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농가소득 중심이 아닌 식량생산량 중심의 북한 농법

현장에 맡기지 않으면 생산량 증대 어려워

 

MC: 아까도 한국 사람들의 밀 소비량을 얘기했지만 유럽이나 북미는 주식이 아예 밀로 만든 빵이나 국수잖아요. 아무래도 생산량도 소비량도 많은 서양 국가들이나 또는 한국의 농업방식을 참고하면 북한의 곡물 생산량에도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조현: . 북한은 한국의 농업방식을 잘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북한은식량생산량중심의 농법을 강조하지만 한국은농가소득중심의 농법을 선택했다는 겁니다. 이는 밀 아니라 다른 작물도 마찬가지 얘기입니다. 농업은 그냥 현장에 맡기는 것이 가장 확실한 생산량 증대 방법이란 거죠. 북한은 이제 밀 농사를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밀도 생산량이 많은 우량 품종이 있고, 품질이 좋은 품종이 따로 있습니다. 또 재배에 적합한 토지가 따로 있고요. 밀을 재배할 때에 기술적인 교육도 필요합니다. 이런 문제들이 아예 준비 안 된 상태에서 당국이 밀 면적을 늘리라고만 했으니 지금은 당연히 척박한 환경일 수밖에 없죠. 게다가 공교롭게도 지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있어서 밀을 수입하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그래도 북한 정부가 결단만 하면 좋은 품종을 들여와 심는 것은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선진기술을 많이 배우시라고 말씀드리고 싶고요. 저도 방송으로 기회 될 때마다 좋은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MC: . 선생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오늘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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