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북한이 구제역 발생 숨기는 이유

0:00 / 0:00

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세요.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지금은 모내기철, 북한 인민들이 총동원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소장님께서 모내기는 제때에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요. 제가 평소에도 소장님과 자주 얘기를 나누는데 농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물 관리라고 하셨어요. 특히 지금 잘해야 하는 게 바로 물 관리 아닙니까?

벼농사는 물농사

북한의 물 관리 비법

조현: 네. "벼농사는 물농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논에서의 물 관리는 벼 피해를 막고 안전한 소출을 내기 위해 아주 중요한 부분이죠. 그래서 오늘 저는 물 관리 비법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보통은 모를 낸 후 5~7일 이면 모가 완전히 뿌리를 내리는 모살이가 완전히 끝나지만 그래도 물로부터 영양분을 충분히 받은, 10일 정도 이후에 물갈이를 하시는 게 좋습니다. 반면에 모살이 시기에 물갈이를 자주하면 벼의 체내에 물기 부족현상이 나타나서 소출이 적습니다.

MC: 논에 물은 얼마 정도 채우면 될까요?

조현: 네. 생육 시기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보통 10~15cm 깊이로 대는 것이 가장 적당하겠습니다. 북한에선 지역에 따라 또 물 공급 상황에 따라 어떤 곳엔 이 정도 대고, 어떤 곳엔 훨씬 적게 대기도 하시는데요. 10~15cm를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분은 드물 것 같습니다. 수확량이 확실하게 다릅니다. 3~5cm 깊이로 물을 댄 곳과 비교하면 벼대 길이가 줄고 이삭아지(이삭이 나와 열매를 맺는 가지) 비율이 50% 이상 높습니다. 또 쌀알 무게가 더 무겁고 여문 알 수가 많아서 소출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모살이 기간에 물을 15cm 이상 대어 두면 마른 잎만 물 위에 뜨고, 다른 부분은 거의 물 속에 잠기므로 죽은 포기가 많아지는 거죠.

MC: 물이 많아서 실패하는 경우보다 물이 없어서 못 대는 경우가 많을 텐데요. 물 관리 조절이 관건이겠습니다. 이런 관리는 물 관리공이 맡아서 하는 일이지요?

조현: 그렇습니다. 굉장한 책임감을 필요로 하는 일이니 농장들은 물 관리 담당을 잘 뽑아야 합니다. 물 관리공은 거의 농사를 책임지다시피 해야 하니까 대부분 기피하거든요. 너무 힘들고요. 그래서 저는 다른 농장원들과 달리 물질적인 보상이 꼭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 사람들 식량 공급도 충분히 해줘야 하고요. 각 농장에서 꼭 신경 써야 할 부분입니다.

벼농사는 물농사

북한의 물 관리 비법

MC: 네. 적절한 보상 없이 좋은 성과는 나오지 않는다는 걸 북한 당국부터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엔 북한의 축산 농가 현장으로 가보죠. 최근 기온이 부쩍 오르고 있는데도 북한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고요?

조현: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최근 평안남북도 지역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제가 입수한 최근 자료에 의하면 의주, 용천, 안주 시의 농장에서 소들이 폐사되었고, 폐사된 소들의 입 안과 유두에서 물집이 발생해 검사해 보니 구제역이었답니다. 이 병은 전염성이 매우 강해 입술·혀·잇몸·코 등에 물집이 생기며 체온이 급격히 상승하는데요. 어리거나 허약한 개체는 바로 폐사하는 질병이거든요. 하지만 북한 당국은 이를 국제 방역기구에 보고하지 않고 '발쪽병'이라면서 방치하고 있습니다. 지난달에 제가 얻어낸 자료에 봐도 자강도, 양강도 지역에서 발쪽병으로 많은 부림소가 죽어서 농장에 큰 손해가 있었다고 합니다. 벌써 많이 퍼진 거죠.

MC: 구제역이 점점 더 퍼지고 있는 추세라면 국제사회에 보고해야 도움도 받고, 주변국들도 대책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조현: 북한이 국제사회에 보고하지 않는 이유는 체제유지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죠. 북한 정권이 진짜로 인민의 아픔과 고통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권 안위만을 위해서 국제사회가 반대하는 핵미사일을 개발하기 때문입니다. 핵미사일을 버리고 인민을 위해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면 왁진(백신), 소독약, 의약품까지 정말 많은 물자가 지원됩니다. 세계가 하나 같이 협력하자는 의미의 지원이니 주변국에게는 해당 질병을 대비할 수 있는 효과도 있지요. 하지만 지금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상태니까, 이 같은 상황에서 구제역 발표를 했다 해도 다른 나라들이 크게 도움을 주진 않을 것으로 판단했겠죠. 그러나 구제역은 시기가 중요합니다. 민간의 도움은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걸 북한 당국도 알 겁니다. 지금이라도 정확한 피해 사례를 발표한다면 국제 민간구호단체 등을 통해 소독약이나 왁진, 각종 방역 물품 등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겁니다.

구제역에 대처하는 자세

남한 VS 북한

MC: 지금 한국에서도 갑작스럽게 구제역 비루스가 퍼지면서 충북 지역에서만 농가 10곳 이상이 감염됐다고 합니다. 여기에 한국 정부가 굉장히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더라고요.

조현: 맞습니다. 구제역으로 밝혀지자 마자 이번에도 한국 당국은 전국 소돼지 농가를 대상으로 11일 0시부터 48시간 동안 일시 이동 중지명령을 내렸습니다. 지금 청주시를 비롯해, 세종, 대전, 보은, 괴산, 증평, 진천, 천안 등 8개 시군에선 전체 우제류(소, 돼지)에 대한 긴급 예방 접종 및 임상 검사가 실시되고 있습니다. 역학조사 결과 이번 구제역 발생 원인은 동남아에서 유입된 바이러스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농림축산식품부는 전국 모든 우제류 축산 농장 및 도축장을 대상으로 구제역 긴급 백신접종 명령을 발령했습니다. 이와 함께 모든 축산 농장에 대해서도 지금도 일제 소독이 시행되고 있는 중이고요.

MC: 한국에서는 구제역에 감염된 농가가 한 곳만 나와도 이렇게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동시에 방역에 총력을 기울입니다. 구제역에 감염된 소는 즉시 살처분되고요. 지금 북한에서는 방역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조현: 국가적 차원에서 방역이라고 할 만한 것은 현재로선 전혀 없습니다. 한국처럼 살처분 하는 것도 아니고요. 일단 농민들이 자체적으로 발병한 소들을 적당히 격리해 놓긴 하지만 북한의 축사 환경은 기본적으로 형편없는 데다 소독약이 부족해서 방역이 되지 않습니다. 여태껏 북한은 구제역이 발생해도 살처분하지 않았고 앓다가 괜찮아지면 다시 부림소로 이용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소들이 다 정상적으로 건강할 때 얘기죠. 현재 북한 소는 뼈만 앙상하게 남았고 영양상태가 최하여서 구제역을 전파시킬 가능성이 더 큽니다. 이 병이 전국에 확산되면 많은 소가 폐사될 수 있으니 노동당이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또 피해를 농민들 몫으로 만들지 말길 바랍니다.

MC: 그러게 말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농업과 축산을 함께 하는 경우가 드문데 북한 농민들은 상당수가 가축도 키우면서 농사일도 병행한다고 들었거든요. 결국은 방역 역시 농민의 일이 될 것 같습니다. 현실적으로 북한 농민들이 할 수 있는 방역 조치는 어떤 게 있을까요?

조현: 일단 소독제가 있다면 위에서부터 아래로 충분히 흐를 수 있도록 지붕-벽-바닥 순으로 뿌리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소독제가 없다면, 북한에서 흔한 것이 석회석이잖아요. 이걸 활용하면 좋습니다. 축사 바닥이 흙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니 바닥에 석회석을 뿌려 놓아야 합니다. 석회석에 열을 가하면 이산화탄소가 빠지면서 생석회가 되는데요. 이 생석회는 곰팡이의 발생을 방지하고 바닥의 산성 상태를 중성으로 만들면서 미생물과 유익한 효모균을 증식을 활성화시킵니다. 또 축사 수분의 조절, 분뇨의 건조 및 발효, 연약한 지반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으니 잘 이용하면 좋겠습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청취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