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지난주에 메추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오늘은 비둘기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소장님, 북한에서는 '비둘기' 하면 굉장히 깨끗한 느낌을 받는 것 같더라고요.
북한에서 비둘기는 깨끗한 이미지
대학에선 비둘기학(學)도 가르쳐
조현: 네. 그렇습니다. 한국에선 비둘기가 지저분하니까 사람들이 싫어하잖아요. 북한엔 일단 비둘기 개체수가 많이 없으니 한국에서처럼 막 여기저기 날아다니지 않습니다. 쉽게 볼 수가 없어요. 또 비둘기가 '평화의 상징'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대부분 좋아합니다. 그러다 보니 비둘기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요. 한국에선 비둘기를 도시환경을 어지럽히는 새라고 생각합니다. 개체수도 너무 많고 버려진 쓰레기를 파헤쳐 놓기 일쑤라 다 피해서 다니죠. 반대로 북한의 여러 공식 문건을 보면 "비둘기는 도시와 농촌의 자연 풍경을 더 아름답게 하고 사람들의 정서 활동에 도움을 주며 비둘기 고기는 사람의 몸에 아주 좋다"고 수록되어 있습니다. 북한에선 비둘기를 인간에게 이로운 동물로 여기면서 깨끗한 고기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대학에선 '비둘기학(學)'까지 가르칩니다.
MC: 저는 '비둘기학'이 있다는 얘긴 처음 들어보는데요. 소장님도 북한에선 배우셨겠네요.
조현: 그렇죠. 북한에서 축산학 전공하면 다 배웁니다. 한국은 비둘기를 야생동물로 생각하지만 북한에선 사람이 먹는 가축의 개념으로 보니까요. 그래서 비둘기학을 일부러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배우는 것은 다른 가축과 똑같습니다. 이런 학문을 만들려면 어떻게든 그 필요성을 끌어와야 하잖아요. 품종이나 사료, 사육방식, 비둘기 산업화의 필요성 같은 내용들입니다. 저는 그걸 배우면서, 비둘기 사육의 산업화까진 어렵다고 생각했고요. 그런 반면 비둘기의 약용 가치는 제가 배우기에도 유용하다고 느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토대로 북한에선 비둘기 사육을 장려하는 건데요. 워낙 고기가 없는 북한이니까 비둘기라도 먹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낫겠죠.
MC: 네. 영양이나 효능 면에서는 어떻다고 보세요?
조현: 깨끗하게 잘 자랐을 때에 한해서 의학적인 효능도 좀 있는 게 사실입니다. 비둘기 고기는 신장을 보호하고 비장을 튼튼하게 한다고 합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비둘기 고기가 탈모, 흰 머리카락이 증가할 때, 유산, 몸이 허할 때나 여성의 달거리를 멈추게 하는 데 좋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북한에선 몸이 허약하거나 달거리가 심할 때 비둘기 뱃속에 자라 등껍질 6g에 생강, 대추를 넣어 2시간 쪄 먹고, 어지럼증이 있을 때엔 비둘기 1마리에 천마 6g을 넣어 탕을 만들어 먹으라고 처방하기도 합니다. 남한에서 비둘기 먹는다고 하면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북한에서 이렇게 비둘기를 먹는 데엔 아마도 중국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홍콩은 비둘기를 식용으로 사용하고 있거든요. 북한의 김정일도 생전에는 비둘기 요리를 매우 좋아했고 특히 비둘기를 간장에 쪄서 먹는 걸 선호했다고 합니다.
MC: 그렇군요. 일단 비둘기를 키운다면 먹이는 적게 들 것 같아요. 혹시 이 점이 북한에서 비둘기 사육을 장려하는 이유일까요?
조현: 네. 맞습니다. 북한에서 사육의 유리한 점으로, 가장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이유가 먹이를 적게 들이고도 자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비둘기를 보면 그냥 가만 놓아둬도 크잖아요? 땅에 떨어진 꽃씨, 쌀알, 사람들이 버린 과자, 빵 찌꺼기들을 먹을 뿐인데도 한국에는 거리에 널려 있으니까요. 정상적으로 사료를 급여한다면 비둘기는 식물성 사료를 주로 먹습니다. 거의 모든 알곡과 식물의 씨를 먹는데 하루 50~60g정도면 충분합니다. 고기용 닭 한 마리를 키우는데 드는 하루 먹이 소비량의 50% 정도입니다. 제가 비둘기 고기를 먹어봤는데 식감도 말랑말랑하더라고요. 성분 구성을 보면 단백질이 평균 19.3%, 지방 9.3%, 뼈가 가늘고 내장도 작아서 고기 비율도 닭보다 높습니다. 또 다른 부분에서 비둘기가 편한 점은 알을 깬 후 10일 정도만 어미의 보호를 받고 이후엔 알아서 사료를 찾아다니거든요. 질병 저항도 강하고 불리한 환경에 대한 적응력도 높다는 것이 북한이 비둘기 사육을 장려하는 이유입니다.
MC: 네. 비둘기학까지 만들어서 사육을 장려할 정도라면 비둘기 전용 목장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어떻습니까?
조현: 네. 목장이 있긴 한데요. 딱 하나, 평안남도에 있는 운곡목장뿐입니다. 여긴 주석목장이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가축과 약용 동물을 모두 사육해서 김씨 일가와 권력 상층의 축산물을 생산하는 곳이고요. 외부 인원 출입도 철저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거기서만 비둘기를 사육하는데 그건 인민을 위한 게 아니라 한줌도 못 되는 최고위권력층을 위한 것입니다. 그러니 북한 주민들을 위한 목장은 아예 없는 거죠. 그 외엔 그저 북한의 가정, 기관, 기업, 학교들에서 소소하게 비둘기 사육이 진행되고 있을 뿐입니다.
MC: 소장님이 방송 초반에도 조금 말씀해 주셨는데요. 요즘 한국 사람들은 도심에 사는 비둘기가 늘면서 털 날림이나 배설물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대부분 좋아하지 않습니다. 간혹 동물을 아끼시는 분들이 비둘기 먹이를 주려고 땅에 사료들을 풀어서 유인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하지만 비위생적인데다 무분별한 번식도 우려되어서 오히려 공공단체에서 하지 말라고 막는 분위기고요. 하지만 북한은 사정이 좀 다르잖아요. 주민들의 단백질 섭취도 필요하고요. 소장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비둘기 사육을 확장하는 게 좋을까요?
비둘기 사육은 득보다 실이 많아
대량 사육은 필요 없다
MC: 아닙니다. 보통 저는 다양한 축종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비둘기는 득보다 실이 더 많기 때문에 반대합니다. 일단 비둘기는 야생동물입니다. 한국에서도 비둘기가 야생동물이냐 아니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지만 한국의 법제처는 도심의 비둘기를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먹이를 채취하는 야생동물로 판단했습니다. 그러니까, 비둘기의 생육기간이나 먹이의 양을 보면 키우기 쉽게 보일 수도 있지만 대량의 사육 즉 산업화는 확실히 어려운 동물입니다. 생각만 해봐도, 닭처럼 우리에 가둬 키울 수도 없고 둥지에서 한번 떠나면 잡아오기도 힘들잖아요? 게다가 한 공간 안에 많이 몰아 두면 비둘기는 스트레스 받아서 금방 죽어버립니다. 그러니 북한에선 더더군다나 키우기가 어렵죠. 아까 한국에선 무분별한 번식을 우려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고기가 부족한 북한에선 그것조차 필요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둘기는 실제로 깨끗한 동물이 아닙니다. 잡식성 조류로 아무거나 다 먹기 때문에, 배설물을 검사해보면 기생충과 곰팡이가 정말 많습니다. 당연히 전염병에 걸리기도, 옮기기도 쉬운 거죠. 또 그 배설물은 강한 산성을 띄고 있어서 건축물과 문화재까지 부식시킬 만큼 오염이 극심합니다. 이런 이유로, 북한에서 개인이 몇 마리 정도 키우는 것은 좋지만 그 정도가 딱 맞는 것 같고요.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비둘기학은 이제 그만 가르쳐도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MC: 네. 말씀을 들으면 들을수록 달라도 너무 다른 남북의 비둘기군요.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