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세요.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요즘 한국에선 교도소에서도 비교적 영양이 균형 잡힌 식단이 나오는데요. 과거에는 감옥 가면 콩밥만 먹는다는 말이 있었죠. 북한에서도 이런 말을 알고 있나요?
조현: 네.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게 일제강점기 때 얘기인데요.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을 잡아가면 감옥에서 콩밥만 줬다고 그러더라고요. 제가 지금 생각해보니 사람이 밥이나 고기를 안 먹고 콩만 먹으면 칼슘이나 인이 부족해서 하체가 약해집니다. 다리 특히 무릎에 힘이 빠지니까 도망 못 가게 하려는 의도 아니었나 생각하게 되네요.
MC: 그렇군요. 그랬던 콩밥이 지금은 오히려 권장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너무 흰 쌀밥만 먹을 게 아니라 영양 높은 콩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거죠. 북한에서 콩은 한국보다 훨씬 중요한 식재료지요?
북한에서 중요한 단백질원 콩
조현: 네. 남한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갖죠. 남한에선 선택이지만 북한에선 필수적이니까요. 식량과 기름, 고기가 충분하지 못한 북한에서 콩은 중요한 단백질원으로 주민들의 건강에 필수 재료입니다. 된장, 간장, 두부, 콩나물을 만들어 먹는 건 남북이 비슷한데 북한은 거기에다 콩기름까지도 공업용으로도 사용합니다. 또 기름을 짜고 난 콩깻묵을 가축 사료나 농촌의 땔감으로도 쓰고요. 콩의 줄기는 인공 섬유 원료로도 씁니다. 한국은 콩을 먹기나 하지 그렇게 다양한 용도로 쓰지는 않고 있습니다.
MC: 북한에선 정말 콩을 버릴 게 없군요. 콩 음식이 참 많지 않습니까? 저도 콩밥, 두부, 콩자반, 콩국수, 콩으로 만든 과자 등등 많이 먹어봤는데 인조고기라는 건 다 자라서 탈북민을 통해서 알았어요. 정말 식감이 고기 같더라고요. 처음에는 '이런 걸 만들 수 있구나' 하고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조현: 네. 맞습니다. 인조고기는 여기 한국에선 뭐 인기 있는 음식은 아닌데 종종 탈북민 행사에서 북한 음식을 소개할 때 종종 선보이고 있습니다. 저도 가끔 그렇게라도 고향 음식을 맛볼 수 있어 좋습니다.
MC: 요즘 보니 콩의 종류가 정말 다양하더라고요. 흔히 검은콩이라고 하는 서리태, 쥐눈이콩, 병아리콩, 호랑이콩… 요즘 한국에선 미국의 유명한 건강잡지에서 세계 10대 항암식품 중 하나라며 소개한 '렌틸콩'이 그렇게 유행하고 있습니다. 북한에는 어떤 종류가 인기 있나요?
조현: 당연히 한국만큼 종류가 많지는 않습니다. 렌틸콩은 없고요. 일반인들이 농장이나 장마당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건 서리태나 강낭콩, 완두콩 정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콩은 종류에 관계없이 다 인기 있죠. 그보다 더 큰 차이가 있는데요. 한국의 농촌진흥청에서 개발된 콩 품종은 같은 콩이라도 된장용, 두부용, 콩나물용, 풋콩용 등으로 다양합니다. 한국에선 각 용도로 콩의 품종이 개량되고 있기 때문에 그 맛도 훨씬 뛰어나죠. 북한은 이렇게까지 콩의 품종이 세부적이지 않고요. 그저 콩이 있다고 해도 된장, 두부, 콩나물, 콩우유 정도로 해먹는 것이 전부일 것 같습니다.
북한 콩 재배의 가장 큰 문제점
MC: 북한에서도 다양한 품종, 다양한 용도의 콩이 개발되면 좋겠네요. 때마침 지금이 콩 파종철입니다. 비교적 콩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래도 확실하게 준비한 만큼 수확도 늘어나겠지요?
조현: 당연합니다. 말씀대로 콩은 비교적 어디서든 잘 자라는 편입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할 때 북한 콩 재배의 가장 큰 문제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잘 자란다고 생각해서 생각 없이 막 심거든요. 파종을 잘 하면 똑같이 심더라도 수확량이 최소 2~3배는 늘어날 겁니다. 가장 먼저는 시기가 중요합니다. 북한에서의 콩 파종은 노지 재배의 경우 대체로 4월부터 5월 사이에 끝내야 하는데요. 대체로 토양 온도가 15도 이상일 때 파종하는 것이 가장 좋겠습니다. 또 '콩'하면 이랑 재배를 생각하십시오. 이랑은 밭은 파면 쉽게 만들 수 있잖아요. 일반적으로 물 빠짐이 좋은 평이랑을 만들어서 파종한 후에, 식물이 넘어지지 않고 잘 자라게 하기 위해 뿌리나 밑줄기를 흙으로 덮어주는 '북주기'를 겸하면서 파종골을 형성해주는 방법으로 재배해야 합니다. 배수가 잘 되지 않는 땅은 비가 오면 과습 피해를 받을 우려가 크거든요. 특히 7~8월의 장마를 대비해야 하니까 반드시 물이 잘 빠지는 이랑 재배가 필수적인 거죠. 이거 중요한 비법입니다
MC: 다른 작물들을 보면 북한에선 한꺼번에 많이 심어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었어요. 콩도 면적에 따라 양을 조절해서 심어야 하는지요?
콩 파종, 주체농법대로 하면 안 돼
조현: 네. 그럼 훨씬 효과적이죠. 파종할 종자의 양은 100알 무게에 따라 다른데요. 남북한이 장려하는 콩 품종들 100알의 무게는 대체로 12~25g 정도인데요. 콩의 품종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의 경우 25정보당 5~6kg정도 소요됩니다. 재식 거리 즉 심는 거리를 말씀드리면 일반적으로 이랑과 이랑 사이는 60~70cm 거리, 포기와 포기 사이는 10~20cm 띄어 놓으시면 됩니다. 이게 주체농법과는 다른, 콩 파종의 진짜 교과서적인 방식입니다.
MC: 저도 나중에 심어볼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하며 열심히 적고 있습니다. 북한은 땅을 소유할 수 없지만 북한 농민들도 집 앞에 텃밭이나 마당을 많이 이용하시잖아요. 농장 단위에서 콩을 재배하는 것도 좋지만 각자 재배해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조현: 그렇습니다. 콩은 생명력이 강해서 둑 밑에도 심고 옥수수 대 사이사이에 심을 수도 있는데요. 집 앞의 60~70평 되는 땅을 가만 두면 너무 아깝지 않습니까? 단 앞서 말씀드린 방법들만 잘 지켜 주시고요. 사실 콩 뿐만 아니라 이제는 가계 소득을 위해 텃밭 농사에 관심을 돌려야 할 때입니다. 청취자 여러분께서는 가족이 즐겨 먹으면서 시장에서도 수요가 많은 남새(채소)를 골라서 재배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기르기 쉬운 남새는 상추, 시금치, 쑥갓, 배추, 무, 고구마, 완두, 강낭콩 등이고요. 재배하기는 좀 어려워도 돈이 되는 작물은 토마토, 오이, 고추, 가지, 딸기, 수박, 참외, 들깨가 있습니다. 당연히 아무 때나 심으면 안 되고 계절과 온도에 따라 가꿀 남새를 선택해야 하는데요. 지금 5월은 고추, 가지, 고구마, 들깨, 호박, 오이, 콩, 부추를 파종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집에서 재배하면 해충 피해가 많을 겁니다. 이건 모르실 텐데 제가 또 하나의 비법을 알려드리면, 식용유 60ml와 계란 1개 그리고 물 20리터를 섞어보세요. 이걸 난황유라고 부르는데 농작물에 1주일 간격으로 뿌려주면 병 예방, 응애, 진딧물 같은 작은 해충 예방에 큰 효과가 있습니다.
북한 콩 재배면적 3배 더 늘려야
MC: 농민들이 이렇게 애쓰시는 만큼 정말 올해엔 많은 수확이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북한 농업은 자율성이 없다는 가장 큰 문제점 때문에 발전에 한계가 있기 마련인데요. 콩 재배에 있어서도 농민의 노력보단 제도적으로 바뀌어야 할 부분도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조현: 그렇습니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밀, 보리 면적은 늘리고는 있거든요. 그러나 콩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콩은 북한의 전체 농작물의 10%도 되지 않거든요. 수요량에 비해서는 정말 많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강냉이 재배 면적을 좀 줄이고 콩 재배면적을 좀 늘리면 국가적으로 봐도 훨씬 경제적 이득이 될 것입니다. 현재 면적의 약 3배 정도 늘려도 되겠네요.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농민께 더욱더 힘을 드릴 수 있길 바라며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다음주에 다시 만나뵙겠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