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얼마전 노동신문을 보니까 토끼를 잘 기르고 있는 평안북도의 모범사례가 소개됐는데요. 반면 한국에선 토끼고기를 찾는 사람도 별로 없고 토끼 사육은 경제성이 낮다고 평가되어서, 토끼를 전문적으로 키우는 농가가 전국을 통틀어 100호 미만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어떤 자료를 보니 북한 토끼의 수가 한국의 540배나 된다고 하더라고요.
조현: 네. 맞습니다. 북한에서 토끼는 털가죽과 고기를 공급하는 유용한 가축이고 특히 초식동물이라 곡물사료 없이도 사육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도 적게 들어서 주민들과 친근합니다. 북한 영세 농가 입장에서 보면 토끼 사육이 가장 적당하고 적합한 부업이라고 할까요? 돈도 적게 들고 자본 회전이 빠르면서 관리가 쉬워서 어린 아이, 부녀자, 노인 등의 남아도는 노동력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죠.
MC: 토끼는 풀을 먹고 자라는 동물이잖아요. 아무래도 풀이 풍성한 지금이 가장 키우기 쉽고 잘 자랄 때가 아닌가 싶네요.
여름은 토끼에 잔인한 계절
조현: 가장 먹을 것이 많으니까 틀린 말씀은 아닌데요. 저는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토끼는 의외로 겨울에 강해요. 추위는 잘 견디는데 더위에는 지극히 약하기 때문에 여름철엔 직사광선을 막아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조건 바깥에 풀어놔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여름철의 무더운 날씨는 토끼에게 정말 잔인한 계절이 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질병이 여름철에 발생하고요. 따라서 여름철에 토끼 관리를 잘 하면 고기도 먹고 돈도 벌 수 있지만 그걸 못 하면 쪽박 찰 수도 있는 거죠.
MC: 아, 그렇군요. 그러면 오늘은 지금 이 시기에 토끼를 건강하게, 잘 키우는 방법에 대해 들어 봐야겠네요. 일단 잘 모르는 분들이라면 풀만 잘 먹이면 된다는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어떤가요?
조현: 그렇지요. 그래도 단 하나 반드시 주의하실 것은 젖은 풀은 먹이면 안 됩니다. 설사와 전염병에 걸릴 위험이 있습니다. 일단 여름에는 될수록 사료 급여를 생초로 하는 게 좋습니다. 생초에는 수분도 많고 토끼에게 바로 효과가 드러나니까 사육에 유리합니다. 그늘에서 약간 시들하게 말려주면서 습기를 없애 주십시오. 이슬 맺혀 있는 풀을 그대로 먹이면 십중팔구 질병에 걸리거든요.
MC: 토끼를 키우는 분들에게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조언이네요. 풀을 말리는 것만으로도 병을 예방할 수 있군요.
조현: 네. 맞아요. 게다가 여름철엔 토끼들이 더위도 견뎌야 하고 나름대로 고달픈 게 많으니 사료 양도 잘 조절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토끼는 크기에 따라 먹는 양이 달라요. 새끼토끼는 체중의 25~30%를 주시고요. 자라는 토끼들은 체중의 15~20%를 급여해야 합니다. 다 자란, 큰 토끼는 체중의 10%만 먹어도 됩니다. 가정에서 길러서 바로 식용으로 쓰실 분들은 이렇게만 하셔도 되고요. 또 토끼를 번식시켜서 장마당에서 돈을 벌려는 분들은 좀 더 주의를 해주셔야 합니다. 장마당에서 토끼는 번식도 잘 하고 가죽의 질도 좋아야 잘 팔리거든요. 풀만 주지 말고 효율적으로 사료를 배합시켜 보세요. 예를 들어 기초 사료, 즉 풀이죠. 클로버, 산야초, 아카시아잎, 칡잎 등은 70~80% 주시고요. 여기 열량을 내는 사료가 10~15% 들어가야 합니다. 그건 깻묵을 쓰시면 좋습니다. 그리고 그 외에 0.5% 정도 무기물이 필요한데요. 그건 골분이나 소금을 섞어주시면 좋습니다. 이렇게 잘 키우신 토끼업자들은 확실하게 신뢰를 얻으실 겁니다.
토끼에 가장 위험한 질병이 매독?
MC: 요즘은 그런 광경을 볼 수 없지만 20~30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는 소학교 앞에 애완용 병아리와 함께 토끼 파는 분들이 있었거든요. 아이들이 뭣도 모르고 귀여워서 한두 마리 사들고 집에 가는데요. 대부분이 얼마 뒤에 죽습니다. 애초에 건강하지 않은 아이들을 팔기도 했고요. 또 토끼는 이상하다 싶으면 손쓸 새도 없이 픽 하고 죽어버리더라고요.
조현: 네. 그거 맞습니다. 토끼는 이상하다 싶으면 픽 하고 죽어버립니다. 그래서 정말 관리가 중요해요. 특히 여름철에 전염되는 병들이 있는데요. 대표적인 게 입병입니다. 이건 즙이 많거나 자극적인 사료를 급여해서 걸리는 겁니다. 토끼가 침을 계속 흘리고 입 주위가 불결하거나 간혹 호흡곤란이 있다면 이건 입병에 걸린 겁니다. 이때는 붕산수로 입안을 닦아준다거나 소금물을 급여하면 나아집니다. 또 귓병도 있죠. 중이염, 이창 등이 있는데 이것들이 보이는 증상은 비슷합니다. 귓속이 헐고 딱지가 가득 생기는 거죠. 이건 알코올로 소독하고 수은 연고나 페니실린 연고를 발라줘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모든 토끼 사육장에서 가장 위험하고 전염성이 높으면서 잘 없어지지 않는 질병이 있는데 그게 바로 매독입니다. 이건 여름철만 아니라 연중 내내 발병하는데요. 이게 성병이잖아요. 생식기에 출혈과 물집, 궤양, 고름 등이 생기는데 이건 페니실린 주사를 맞아야만 해결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현 실정에서 토끼에 페니실린 주사까지 놓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니 최대한 예방하는 게 좋습니다.
MC: 토끼 사육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게 매독이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하면 전염을 막을 수 있을까요?
조현: 우선 토끼를 처음 고를 때부터 주의해야 합니다. 항상 생식기 주위에 병이 없는지 확인하고 골라야 하는데요. 얘기가 나왔으니까, 건강한 토끼를 고르는 방법도 말씀드리겠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몸에 더러운 상처나 흔적이 없고 털에 윤기와 탄력이 있는 게 좋고요. 수토끼를 고를 때는 생후 8개월에서 3년 이내의 원기 왕성한 것, 표준 체중에 털가죽이 고르고 윤기가 있는 것, 성질이 온순한 것이 좋습니다. 암토끼는 될수록 새끼를 낳아 기른 경험이 있는 게 좋고요. 체중이 튼실하고 성질이 온순한 것으로, 젖꼭지는 두 줄로 6개 이상인지 꼭 확인하세요. 그리고 매독 같은 성병에 걸리지 않도록 평소에 암토끼와 수토끼는 반드시 분리시키 키워야 합니다.
토끼 사육으로 부자 되는 비법
MC: 북한에선 아이들도 토끼를 많이 기르니까 아이들에게도 잘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건강한 토끼를 잘 고른 다음에는 잘 키우는 게 중요하겠죠. 북한 농민들에게 도움이 될 비법, 뭐가 있겠습니까?
조현: 네. 토끼를 기르는 적정 사육 규모는 목표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료 보장 조건에 따르는 것이 늘 현실적입니다. 가정에서 시작한다면 저는 수토끼 1마리, 암토끼 4마리 정도가 알맞을 것 같아요. 토끼는 너무 일찍 교배시키면 새끼가 너무 작거나 허약해서 실패하기 쉽습니다. 반대로 너무 늦게 교배시키면 어미토끼가 이미 살과 기름이 지나칠 정도로 많이 찌게 된 상태라 번식이 안 될 염려도 있습니다. 따라서 토끼의 번식 적령은 생후 8개월, 경제적인 번식 연한은 3년 정도로 보는 게 적당합니다. 먹는 목적으로 토끼를 키울 때는 2~3월에 교배시켜서 6월에 태어나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육용 토끼는 6~7개월 어린 토끼의 고기 맛이 제일 좋은데요. 토끼고기의 수요가 가을에서 이듬해 봄까지 지속되기 때문에 이때 가장 높은 값에 팔릴 수 있습니다. 평소 분리시켜 키우던 암토끼를 수토끼장에 넣되, 맑은 날 오전 9시에서 10시에 교배시키는 것이 통계적으로 가장 새끼를 많이 생산할 수 있습니다. 토끼가 가장 원기 왕성할 때거든요. 제가 오늘 방송을 토끼 키우는 법에 대해서만 오롯이 집중했는데, 아무쪼록 다들 건강한 토끼 잘 키우셔서 배도 든든하게 채우시고 꼭 부자 되시면 좋겠습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청취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