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 북한에서만 다르게 쓰이는 ‘첨단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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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최근 쏟아진 폭우로 북한의 채소 농장에도 피해가 클 것 같습니다. 평양을 비롯한 몇몇 지역 온실 농장에선 그럭저럭 채소가 재배된다고 들었는데요. 농민들에게나 인민들에게 도움이 좀 될까요?

조현: 거의 도움이 안 됩니다. 최근 북한에서 청진과 함경남도 함주, 평양시 강남군에 온실을 지어놓고 첨단기술로 채소 문제를 해결했다고 너무나 선전하길래 저도 평양에 있는 주민과 통화해서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그 농장에서 나는 채소를 먹어본 사람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게다가 일반 채소보다 3배나 비싸다고 하더라고요.

MC: 그럼 북한 당국이 선전하는 첨단기술은 뭐였을까요?

농업은 이제 첨단기술의 영역

‘첨단기술’이란 컴퓨터와 AI를 의미

조현: 그냥 비닐박막 안에서 CCTV로 감시하는 걸 말하는 겁니다. 그게 한국처럼 컴퓨터나 인공지능과 관련된 기술도 아니잖아요. 북한을 제외한 세상에서는 첨단기술의 의미가 다릅니다. 컴퓨터 인공지능 즉 첨단기술을 활용해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장을 스마트팜이라고 합니다. 북한식으로 표현하면 '지능형 농장' 이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영어로 스마트는 똑똑한, 영리한 이런 뜻인데요. 전자기기에서 말하는 스마트는 인터넷으로 연결해 기능을 이용하고 재구성하는 기술을 말하기도 합니다.

MC: 기능면에선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지만 그나마 북한의 타치폰과 비슷한 게 스마트폰이죠. 스마트폰으로 조정할 수 있는 농장? 이렇게 이해하면 쉬울까요?

조현: 네. 맞아요. 그렇게 이해해도 되겠네요. 스마트팜의 가장 큰 특징은 자동화입니다. 농장엔 각종 자동인식장치(센서)가 달려 있어서 흙의 상태, 온도와 습도, 햇빛의 양을 손전화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합니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컴퓨터에 전송됩니다. 컴퓨터는 이 자료를 조합하고 분석해서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이미 컴퓨터 안에는 세계 전 지역, 오랜 기간, 다양한 조건의 농업 연구 결과가 축적되어 있거든요. 어느 때에 물을 주고 어떤 영양분을 공급해야 할지 알려주고 병충해를 예측해서 대비할 수 있게 만들어 주죠. 덕분에 한국을 비롯해 농업이 발달된 국가의 농부들은 손전화로 식물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문제가 생겨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곧바로 판단할 수 있는 겁니다.

MC: 이미 축적된 농업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각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지시하니까 그만큼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겠네요. 무엇보다 인력 동원을 안 해도 되어서 좋겠어요.

조현: 당연하지요. 스마트팜에선 로봇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로봇은 사람 대신 힘든 일을 도맡아 해줍니다. 하늘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드론'은 식물 상태를 확인하고 알아서 땅에 물이나 비료, 농약을 뿌려 주기도 합니다. 또 최근 한국에선 모종을 옮겨 심는 로봇도 등장했습니다. 한국생산기술원 연구팀이 개발한 이 로봇은 두 개의 로봇 팔과 자율주행차로 이뤄져 있는데요. 차가 움직일 때 한쪽 팔은 모종을 뽑아내고 다른 팔은 땅을 파낸 뒤에 모종을 옮겨 심습니다. 또 올해 1월엔 잘 익은 열매를 따주는 로봇도 개발됐습니다. 한국기계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했는데요.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어 열매 위치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로봇 손을 이용해 열매를 수확합니다. 그리고 상자에 수확한 열매가 어느 정도 차면 이송 로봇을 불러 열매를 전달해 주기까지 합니다. 대단한 세상이죠.

MC: 지하철역에서도 볼 수 있는데 역 안에 있는 채소가게 규모로도 운영되더라고요. 집이나 식당 등에서 탁자 위에 놓고 키울 수 있는 스마트팜도 있고요.

조현: 맞습니다. 규모는 큰 곳도 작은 곳도 있는데요. 넓은 땅이 없어도 실내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죠. 그러니까 환경을 지키는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서 농약과 화학비료, 물도 필요한 만큼만 쓰기 때문입니다. 지하철에 있는 농장, 그것도 스마트팜인데요. 다른 말로 '수직농장'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높은 탑처럼 농작물을 수직으로 쌓아 재배할 수 있거든요. 햇빛 대신 LED 조명을 사용하고 흙 대신 영양분이 섞인 물을 분무기로 뿌려 농작물을 키웁니다. 요즘 한국 사람들은 건강을 생각해 각종 채소에 약간의 양념을 한 야채샐러드 많이 먹는데 아까 말씀하신 지하철역의 스마트팜에서는 자기들이 키운 채소를 바로 따서 같은 곳에서 음식을 만들어 팔기도 합니다. 또 첨단기술로 무장한 한국 스마트팜을 통해 지금 딸기도 사시사철 먹을 수 있고 심지어 한국은 열대 과일을 수출하는 나라로 도약하는 거 아닙니까? 작년에 한국 스마트팜 수출 및 수주액이 거의 3억 달러 육박했고요. 이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고 합니다.

MC: 네. 그런 장점 덕분인지 전 세계 많은 농장이 스마트팜으로 변신하고 있고 과학자들 또한 스마트팜을 만들기 위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의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보십니까?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의 스마트팜

이제는 북한도 준비할 때

조현: 한국은 스마트팜 농업기술면에서 세계를 이끄는 위치에 있습니다. 이미 스마트팜에서 생산하는 채소를 태국에 수출도 하고 있고요. 중동 쪽에는 아예 스마트팜 기술 자체를 수출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의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는 스마트팜 수출 활성화 사업에 선정된 한 기업은 2025년까지 사우디아라비아의 약 4000㎡ 부지에 스마트팜 시설을 구축하고 운영을 맡게 됩니다. 또 한국과학정보연구원(KISTI)에서도 데이터, 컴퓨터가 축적한 정보를 활용해 미래 농업기술을 개발하는 '데이터농업'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다양한 재배실험 환경을 만들어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환경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여러 농장과 함께 협업해서 실패 없는 농업 환경을 만들기 위한 통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할까요? 세계에서 거의 제일이라는 한국도 계속 발전과 연구를 거듭하는데 북한은 여전히 1960~70년대에 머무르고 있는데다 그걸 최고라고 떠들고 있으니 그게 아쉬운 거죠. 북한 농민 여러분도 현실을 잘 아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MC: 여러 모로 북한에 스마트팜이 필요해 보이네요. 하지만 쉽고 많은 생산량을 내는 것만큼 제반 시설을 만드는 데는 정말 큰 비용이 들어갑니다. 현재 북한에서는 어렵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조현: 네. 맞아요. 정부가 문을 꽁꽁 닫고 있는데, 현재 상태로 북한에서 스마트팜은 힘들겠죠. 한민족인 한국과 협력하여 기술도 배우고 투자도 받는 것이 북한 농촌이 살 길입니다만, 북한은 최근 노동신문에서도 "농업부문을 비롯한 인민경제 모든 부분에서 높은 충성심을 지니고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필요 없는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첨단은, 농업의 미래는 바로 기술과 재원이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또 북한도 전체 농가 인구 중 절반 이상이 50~60세 입니다. 김정은과 노동당은 청년들을 강제로 농촌에 탄원시키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스마트 농장을 도입하면 농촌 노력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북한의 뛰어난 청년들이 꿈과 희망을 이룰 수 있잖아요? 오히려 이득이라는 걸 북한 정부가 꼭 아시면 좋겠습니다. 북한 농민 여러분도 좀 더 멀리, 넓게 보시면 좋겠습니다. 알고 준비한다면 더 크고 빠른 변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