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탈곡기 회전수를 줄여야 수확량이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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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세요.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최근 북한의 식량 사정에 대해서 알아 보죠. 올해 들어 간간이 중국과의 무역도 재개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전보다 좀 나아졌는지요?

작년보다 높은 시장 가격

여전히 부족한 북한의 식량

조현: 일단 작년과 비교하면 올해가 더 힘든 상황입니다. 그건 시장에서 쌀, 옥수수 가격을 보면 알 수 있는데요. 작년 이맘때 쌀 1kg이 북한돈으로 5000원이었는데 지금은 5700원이 됐습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밀가루, 옥수수, 쌀 합쳐서 곡물 10만 2~3천 톤을 중국에서 들여왔다고 하는데요. 이게 시장을 통해 주민에게 배분되는 게 아니라 군대나 간부들에게 들어가니까 일반인은 부족한 겁니다. 반면에 지난 4~6월과 비교해보면 좀 나아졌어요. 그건 감자, 밀, 보리 수확이 시작되어서 그렇습니다. 옥수수도 수확을 시작했는데 현재까진 제대로 여물지 못해서 식량으로 쓰일 수는 없고요. 현지 소식통에 의하면 주민들이 그런 것을 낫으로 쳐서 알을 으깨 먹으며 배고픔을 달래고 있습니다. 이런 걸 종합해 볼 때, 북한 입장에선 몇 달 전 보다 나아졌지만 외부 입장에서 볼 땐, 지금의 식량이 정말 짐승에게 주는 양 정도라고 말하겠습니다.

MC: 그렇군요. 그 어느 때보다 손실 없는 수확이 절실한 것 같습니다. 지난주에 우리가 옥수수 가을에 대해 얘기했는데요. 본격적으로 9월에 접어들면 벼 가을도 시작되겠네요. 올해 벼 수확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십니까?

조현: 많으면 300만 톤, 적으면 180만 톤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벼가 재배되는 논은 60만 정보이고 정보당 3~5톤 생산한다고 예상해볼 수 있거든요. 한국은 여전히 쌀이 주식량이지만 쌀에 대한 의존도가 많이 낮아졌죠. 다른 식량이 워낙 풍부해서, 젊은이들은 하루 1끼 쌀밥을 먹을까 말까 합니다. 반면 북한은 '이밥에 고깃국'이 여전히 중요한 의미거든요. 일단 이밥에 고깃국까지는 갔다가 한국처럼 다양한 식생활로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채소도 많이 먹고 고기도 한국처럼 삼겹살, 목살, 부위별로 갈라 먹고 그래야죠. 일단 이밥에 고깃국이 그 관문이라고 생각합니다.

MC: 네. 그래서 결국은 벼 가을을 정말 더 잘 해야겠네요. 하지만 최대 수확량 300만 톤을 다 수확해냈다고 해도 북한 인구를 생각할 땐 좀 적어 보이는데요.

조현: 맞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는데 쌀과 밀 포함해서 북한에선 하루에 곡물 1만 톤이 필요합니다. 올해 10만 톤 정도 수입한 걸로는 10일밖에 못 먹습니다. 그러니 벼 300만 톤을 수확했다 해도 1년 식량을 다 못 채우고요. 여태까지 보면 추수와 탈곡과정에서 적어도 20% 이상의 손실이 꼭 있었습니다. 손실양만 봐도 매년 36~60만 톤으로, 북한 주민 전체가 1~2개월은 먹고 살 수 있는 양이었습니다.

MC: 옥수수처럼 버려지는 양이 너무 많군요. 그럼 손실양을 줄이는 법을 짚어 보지요. 지난주 옥수수에 대해 얘기한 것처럼 수확 적기를 잘 판단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으로 보입니다. 맞나요?

조현: 정확합니다. 아주 중요하지요. 수확량이 높고 품질 좋은 쌀을 생산하기 위해선 수확 적기를 잘 잡으셔야 하는데요. 지난주에 제가, 옥수수 수확 적기는 수염 색깔이 짙은 갈색이 됐을 때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벼의 수확 적기도 외관을 보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벼 이삭의 알맹이가 90% 이상 황색으로 변했을 때죠. 벼 잎이 녹색이라고 해도 낟알 색깔이 그렇게 되었다면 수확해야 합니다. 날짜로 보는 수확 시기는 품종에 따라 다른데요. 보통, 북한에서 가장 많이 심는 종을 토대로 말씀드리면 이삭 팬 후 55~60일이 수확 적기입니다. 농민들도 자주 보신 푸른 쌀, 기형 쌀, 금이 난 쌀은 너무 일찍, 혹은 늦게 수확해서 생긴 결과입니다. 여태껏 많은 손실이 있었습니다.

MC: 그렇군요. 최근 노동신문을 보니 북한에서도 탈곡기 등 농기계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장님은 늘 이런 기사는 믿을 필요가 없다고 하셨어요. 올해도 비슷한 상황인가요?

이동식 탈곡기, 전체 필요량의 20%도 못 채워

적당한 탈곡기 회전수는 수확량을 높인다

조현: 그렇습니다. 손으로 합니다. 이동식 탈곡기가 보급되고는 있지만 전체 필요한 양의 20%도 못 채웁니다. 농장마다 고정식 탈곡기가 있긴 하지만 상태가 좋지 못하니 있으나마나 합니다. 순전히 운입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조금만 상부의 말을 안 들으면 몸도 편하고 수확량도 많아지더라고요. 농기계 담당하는 분들께 꼭 하고 싶은 말은 이동식 탈곡기(콤바인)를 절대로 빠르게 움직이면 안 된다는 겁니다.

MC: 왜요? 다들 빠르게 사용하시나요?

조현: 네. 항상 그래요. 매일 아침 농민들이 농장에 나가면 목표 과제가 주어집니다. 예를 들어 '오늘 10정보를 수확해라' 이런 거죠. 탈곡기가 1시간에 1정보쯤 해내니까 보통 하루 8시간 기계를 돌립니다. 그러나 기계가 고장 나면 정비도 해야 하고요. 농민들이 배고프면 밥도 먹어야 하죠. 화장실도 가야 하고요. 그런 시간 빼고 순전히 일만 하는데 8시간 돌리라는 거예요. 북한은, 예를 들어 '10월 10일까지 뭐 완공했다, 다 끝냈다' 이런 거 좋아하잖아요? 그러니까 농민들이 빨리 돌립니다. 결과는 기계가 쉬지도 않고 계속 돌아가서 열 받아 고장 나고요. 그럼 낟알이 깨지는 등 쌀의 품질도 떨어집니다. 적당한 탈곡 통의 회전수는 1분에 500회 정도, 종자용은 1분에 300~350회가 적당합니다. 이 정도로 한번 해보시죠.

MC: 기계 수가 많이 적기 때문에 더 조심해서 다뤄야 하겠습니다. 태풍이 지나고 본격적인 장마철도 끝났지만 지금도 한국엔 간간이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혹시 추수하면서 비로 인한 손실이 있을까 걱정되는데요. 혹시나 있을 영향에 대비하는 법도 알려 주신다면요?

조현: 네. 9월에도 비가 예견되어 있습니다. 북한의 9월 강수량 평균이 85~200mm인데요. 내리는 비는 어쩔 수 없고요. 대신 비가 올 것을 계산해서 논바닥 말리기를 잘해야 합니다. 추수할 때 논에 물이 아예 필요 없는 건 아니거든요. 벼에 영양을 줄 수 있는 약간의 물 정도는 필요합니다. 그래서 추수할 땐 항상 논의 물을 적당히 빼고 말리는 과정이 필요한데요. 그런데 제가 북한에 있을 때 즉 10년 전까지도 보니까, 농민들이 과제수행에만 시달려서 논을 못 말리니 추수 때 논에 잉어, 붕어도 떠다니고 그랬어요. 그럼 안 됩니다. 벼 추수는 낟알에 물기가 없고 논이 말라야 수확하기 수월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논골을 터트리십시오. 물이 들어오는 쪽을 막고 나가는 쪽을 열어놓으라는 뜻인데요. 이게 생각보다 굉장히 기술적인 방법입니다. 물 수위를 적당히 낮추면서 벼가 성숙할 수 있는 만큼만, 바닥에 살짝 수분을 보장하면 됩니다. 그런 방식으로 논을 잘 말려주면 됩니다. 벼가 물에 잠겨 있으면 싹이 나올 테니, 이 정도만 챙겨줘도 그런 피해는 확실히 줄게 됩니다. 또 마지막으로 벼 건조에 대해서도 말씀 드리고 싶은데요. 벼는 45~50℃에서, 종자용 벼는 40℃ 이하의 온도에서 서서히 말리는 게 좋습니다. 높은 온도에서 벼를 건조시키면 단백질 응고나 전분의 노화 등으로 맛도 없고요. 생명력이 상실되어 종자 발아율이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MC: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북한에는 그 의미가 훨씬 더 크게 와 닿을 것 같은데요. 북한의 올해 벼 가을, 소장님 말씀대로 손실 없이 알차게 수확하기를 바랍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