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북한 트랙터는 지금 어디에?

트랙터를 이용해 농사를 짓고 있는 북한 농부들.
트랙터를 이용해 농사를 짓고 있는 북한 농부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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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세요.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한국 자동차 기업들이 11월부터 한국 농민들이 많이 쓰는 1톤짜리 경유 트럭 생산을 중단한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만든 대기환경특별법에 따라서, 기존에 만들어진 차량은 계속 사용할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이런 차량 등록 자체가 불가하다고 하고요. 대신에 액화석유가스, LPG를 사용하는 트럭을 생산한다고 하네요. 소장님은 이런 변화를 어떻게 보십니까?

한국, 디젤 대신 LPG 트럭 생산

연료절감 및 친환경 위한 새로운 시도

조현: 네.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경유가 연소되면서 질소산화물이 발생하는데 호흡기 건강에도 안 좋고,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데다 오존층까지 파괴시킵니다. 그러니 한국 정부에서 대기환경특별법을 만든 건데요. 자동차 업계에선 오히려 이걸 기회 삼아 더 좋은 차를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현대나 기아 같은 회사에서 앞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한 차량 사양을 보니 기존 것보다 훨씬 뛰어난 엔진이 장착되었고, 또 한번 LPG를 가득 충전하면 500km나 달릴 수 있어서 연료비도 훨씬 절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차량들은 농민들이 많이 쓰니까 요즘 자동차 회사들이 농민들에게 이 차량을 판매하기 위해 각종 판촉행사를 하더라고요. 또 LPG가스 회사에선 농민들에게 연료비 할인권도 줍니다. 가스 회사 관계자가 언론에서 "농민들에게 좀 더 보탬이 되고 싶어서 이런 행사를 연다"는 인터뷰를 했던데, 그걸 보며 한국 사회가 지구의 환경과 농민들의 윤택한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농민을 중시하는 이 분위기는 북한이 꼭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MC: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근래의 변화를 보면 내연기관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북한 농장에선 아직 경유를 쓰는 트랙터를 주 농기계로 사용하는데요. 기계의 품질이나 연료 공급 측면에서 문제는 없는지요?

조현: 문제가 많지요. 북한 경유는 제대로 정제되어 있지 않아 질이 좋지 못하고 그마저도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많이 부족합니다. 여태껏 북한 트랙터는 28 마력의 천리마호가 대부분이었고요. 최근에 65마력으로 높인다며 신품 제작을 강조하던데, 그 65마력은 70~80년대 한국 농촌에서 쓰던 겁니다. 한국에 비해 40~50년이 뒤늦은 거지요.

MC: 작년 이맘 때겠네요. 노동신문을 통해 금성뜨락또르공장에서 윤전기계(차량) 공업 발전의 거점이 마련되었다면서 트랙터가 가득한 준공식 사진을 본 적이 있습니다. 1년 정도 지났네요. 각 농장들에 트랙터 보급이 잘 되었는지요?

농민 위한 트랙터 보급은 여전히 요원해

조현: 아니요. 보급이 거의 안 되었습니다. 그게 65마력 트랙터입니다. 탈곡기 같은 경우는 5000대 만들어서 어디 보급했다고 노동신문에 나오잖아요? 트랙터에 대해 그런 발표를 하지 않은 건 그만큼 생산량이 적다는 뜻이죠. 게다가 해당 트랙터의 품질에 대해선 이미 9월 9일에 다 밝혀졌습니다. 그때 열병식하면서 해당 트랙터가 군용 탱크 등을 이끌고 가는 행진을 했는데요. 그때 푸른 연기가 꽉 차서, 불이 난 것처럼 보일 정도로 오염물질이 어마어마하게 나왔어요. 제가 지인들에게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저런 일 있으면 서울 사람들 모두 난리 났겠다"며 우스갯소리를 한 적도 있습니다.

MC: 북한의 농업 과정이 좀더 효율적으로 바뀌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아쉽습니다. 그럼 금성뜨락또르공장은 현재 어떤 상황이에요?

조현: 작년에 1차 공정 완성했다고 했는데요. 다음 과정에 대해선 말이 없습니다. 요즘엔 트랙터 생산을 흐름식(컨베이어벨트) 공정으로 하잖아요? 트랙터 한 대가 흐름선을 타고 쭉 가는 과정에서 기초 단계의 공정이 이뤄집니다. 볼트를 조이고 엔진도 조립하고… 이후엔 창도 붙이고, 상판도 덮고 등등… 로봇들이 옆에 서 있어서 착착 공정을 마쳐야 하는데요. 이런 흐름식 공정을 시작할 수 있을 정도만 완공된 것 같아요. 트랙터가 완성되려면 협동으로 생산할 게 많습니다. 창문도 필요하고 의자에 씌울 가죽도 필요하고 등등 이런 것들은 완비되지 않았어요. 듣기론 올 가을까지 모두 완성된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는 걸 보니 진행 중이겠네요.

MC: 보통 트랙터 하나가 100명분의 작업을 할 수 있다고도 말하는데요. 상황이 그렇다면 북한도 양질의 트랙터 생산을 위해 다른 방법을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요?

조현: 지금으로선 당연히 북한이 개방을 하고 밖으로 나와 사오는 방법이 가장 좋겠습니다. 이미 세상은 저만큼 앞서갔기 때문에 북한에서 65마력 트랙터를 만들어봐야 소용없다고 봐요. 과감하게 생산을 중단하고 농민의 편의를 위해 하루라도 빨리 수입하면 그만큼 농업 생산량도 많아질 거라 확신합니다. 동시에 선진 기술도 함께 배워야지요. 지금 LPG와 전기 트럭을 만드는 시대 아닙니까? 이런 기술을 배워 미래를 준비하면 북한의 미래는 밝아질 거라고 확신합니다.

MC: 지금 당장 현실을 사는 북한 농민들에게는 한숨만 나는 얘기일 것 같은데요. 특히 벌써 추운 겨울에 들어섰으니 기계도 정비하고 고장 난 부분은 보수도 해야 할 때 아닙니까?

겨울철 트랙터 관리와 보수는

내년 농사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

조현: 네. 그게 맞는 말이지요. 사실 우리가 지난 1년 동안 농업과 축산업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오지 않았습니까? 생산량을 늘리는 방법도 제안했고 해외의 좋은 사례들도 많이 소개했는데요. 지금 이 시기에 북한 농장에서 꼭 필요한 것이 바로 농기계나 트랙터를 잘 관리하고 보수하는 일이거든요. 그래야 내년 농사를 잘 지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저도 꼭 하고 싶었습니다. 일단 현장을 기억해 볼 때, 많은 분들이 트랙터는 쇠로 되어 있어 관리를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추운 겨울, 밖에 두는데요. 꼭 실내에서 관리하거나 그게 어려우면 햇빛, 비, 눈을 피하도록 덮개를 덮어 두셔야 합니다. 또 평지에 보관하셔야 고장이 덜 나지요. 북한에서 흔히 보는 풍경이 있는데요. 차량의 라디에이터가 얼어서 그 밑에 모닥불 펴놓고 녹이는 광경입니다. 이건 사람도 차도 날아갈 수 있는 아주 위험한 행동입니다. 또 북한 사정상 농장의 트랙터가 겨울에 각종 공사에 지원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럴 때 부동액 대신 물을 사용하는데 부동액이 없으면 꼭 칼슘이나 마그네슘 같은 광물질이 조금 포함된 연수를 사용해야 합니다.

MC: 일단은 아주 기본적인 차량 관리라도 충실해야 한다는 말씀이시네요.

조현: 그럼요. 사실 한국이나 미국에선 너무 당연한 관리법입니다. 다만 북한은 워낙 폐쇄적인 사회라 이런 정보 전달 체계도 미비해서,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트랙터란 봄부터 땅을 갈고 두둑을 만들고 수확을 위해서 사용되는 농기계입니다. 절대로 그냥 놔두어서는 안 된다는 점, 이거 강조합니다. 겨울에는 외부를 물로 깨끗이 씻은 후 기름칠을 해주셔야 하고 볼트, 너트 풀린 곳은 조여주고 각종 클러치와, 레버, 벨트는 풀린 상태에서 보관하셔야 하겠습니다. 엔진은 점화구, 기화기, 공기청정기를 깨끗이 하시고요. 청소할 땐 냉각수를 완전히 빼 주고 부동액이 있다면 그걸 채워 넣어서 동파를 방지해 주세요. 또한 실린더 내엔 5~6방울 기름을 넣고 6~7회전 공회전 시킨 후에 압축시켜 고정하여 보관해야 합니다. 농기계 관리하시는 분들이 이 정도만 해도 내년 더 많은 추수로 이어질 것입니다.

MC: 철저한 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칠 리가 없지요. 한편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앞으로 10년 동안은 농기계 역시 과도기적 성격으로 LPG차량이 득세하다가 이후에 전기나 수소 차량으로 바뀔 거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북한 농장에서도 이런 변화의 흐름을 주목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