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볏짚으로 돈을 버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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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세요.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추수가 끝나면 산더미처럼 쌓이는 볏짚, 한국에서는 이걸로 예술작품을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하는데요. 얼마 전 전북 장수에서는 볏짚으로 소, 닭, 부엉이 등 대형 조형물을 만들어 관광객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소장님도 들어보셨나요?

조현: 네. 장수군은 안 가봤지만 사진으로 많이 보았습니다.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에도 대형 볏짚 개구리가 전시되어 있더라고요. 옛날엔 볏짚으로 초가지붕, 멍석 같은 세간을 만들었는데 요즘엔 이런 장식물도 만드는 추세입니다. 이런 지역에선 관광객들 모아서 볏짚으로 새끼 꼬는 법도 가르치면서 공예품을 만들어 보게도 하는데요. 이런 게 제가 이 방송에서 자주 강조한 6차 산업입니다. 1차 산업은 농수산업, 2차는 제조업을 말합니다. 농가에서 농작물을 추수한 후에 가공해서 제품을 만들고 거기에 3차 서비스업을 추가하는 것, 즉 사람들 초청해서 관광지처럼 운영하면 1+2+3이 6이 되지요. 이렇게 한국 농촌도 6차산업화 된 곳이 많습니다. 일본에서도 매년 '와라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어요. '와라'가 일본어로 볏짚이란 뜻인데요. 이런 볏짚 공예 축제엔 관광객이 몰려오니 훌륭한 문화행사가 됐습니다.

MC: 농촌 경제를 일으킬 수도 있는 산업이겠네요. 더구나 볏짚은 농가에서 자연히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잘 활용하면 일석이조가 될 텐데요. 북한에선 볏짚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요?

조현: 솔직히 볏짚 공예까지는,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해야 하는 북한에선 너무 먼 일 같고요. 북한에서 볏짚은 주로 월동 보온 용도로 쓰입니다. 거의 땔감입니다. 또 가마니 짤 때 많이 쓰는데, 북한 농촌엔 겨울에 가마니 짜느라 여성 농민들의 고생도 막심합니다. 예전엔 일본에 다다미 생산용으로 수출해서 외화벌이로 각광을 받기도 했는데 지금은 북한이 국제적으로 고립된 상태라 수출마저 끊긴 상태입니다.

MC: 안타깝지만 이 기회에, 지금 시대에 맞게 볏짚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보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요즘은 지구 환경 보호를 위해 친환경이 대세인지라, 바이오매스 에너지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볏짚도 훌륭한 원료가 된다면서요?

볏짚은 친환경 에너지 연료

바이오매스 기술로 난방도 가능해

조현: 네. 맞아요. 바이오매스(Biomass)란 친환경에너지, 신재생에너지의 한 분야인데요. 식물과 미생물이 만나 광합성 작용을 하면서 새롭게 생성되는 균체, 물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런 원리로 볏짚 내의 당분을 미생물로 발효시켜서 바이오매스를 추출하고 그걸 액체연료로도 만들 수 있는데요. 그건 석탄 같은 화석연료보다 훨씬 소량으로 더 큰 난방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한국과 해외에선 이미 바이오매스 기술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볏짚이 그 정도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 볏짚 1단에 5달러 정도로 돈을 받고 시장에 팔기도 합니다. 당장 북한농장이나 농민들도 이런 방법으로 여유 자금도 만들면 좋겠는데, 이런 방법을 전혀 모르시기도 하고 또 있는 볏짚 대부분을 땔감으로 써야 하는 상황이니 여유 물량이 없기도 해서 좀 아쉽습니다.

MC: 그렇군요. 한국에선 지금 이맘때 농촌 지역을 지나다 보면 비어 있는 논바닥에 커다란 하얀색 물체들이 많이 놓여 있는데요. 이걸 '곤포 사일리지'라고 하죠. 이게 소에게 훌륭한 사료가 된다면서요. 북한에도 곤포 사일리지가 있나요?

조현: 아닙니다. '곤포 사일리지(Silage)'는 북한에 전혀 없습니다. 곤포 사일리지란 볏짚을 아주 강하게 압축시키고 미생물 첨가제를 뿌린 후에 둘둘 말아서 지름이 1 내지 1.5m 크기의 원기둥 형태로 뭉쳐놓은 걸 말합니다. 아주 단단하게 뭉쳐서 비닐로 포장해 놓은 건데요. 만들기 나름이지만 대부분 300~500kg 정도 되고 그 이상으로 무겁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냥 뭉쳐만 놓은 게 아니라 미생물 첨가제를 살포했으니 그게 발효되어 소, 젖소, 염소의 훌륭한 먹이 사료가 되는 겁니다. 뭉쳐서 비닐에 포장해 놓으니 사람들은 공룡알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지금 국제적으로 곡물가격이 상승해서 북한 농장의 경영 악화는 심각한 실정입니다. 이럴 때 빨리 축산업을 발전시켜 농장 소득을 올리고 농민들 고기를 먹이는 게 중요한데요. 소를 키우는 비용 중엔 사료비 비중이 50% 이상 됩니다. 북한이 곤포 사일리지를 잘 만들면 사료 비용을 현재보다는 30%는 아낄 수 있겠습니다.

MC: 말씀 들어보니 곤포 사일리지의 장점이 북한엔 아직 소개되지 않은 것 같네요.

곤포 사일리지, 북한에서도 만들 수 있을까?

조현: 네. 절실하게 필요한데 반해 전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가을이면 들판이 하얀 공룡알로 장관을 이룰 정도로 곤포 사일리지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건 수확기에 바로 만들기 때문에 신선한 사료가 되죠. 곤포 사일리지는 일정 크기로 포장됐기 때문에 운반과 보관도 편리하고 늘 필요한 양만큼만 사료를 이용하니까 낭비도 줄일 수 있습니다. 또 볏짚은 건조되면서 비도 맞고 하면서 사료 가치가 저하되는데 곤포 사일리지는 강하게 압축되어 습기와 공기의 침입을 방지하니 오래도록 신선도와 영양가를 유지할 수 있고요. 또 미생물 첨가제로 처리한 곤포 사일리지는 일반 건조한 볏짚에 비해 50%나 더 많이, 먹이로 이용될 수 있습니다.

MC: 소장님이 보시기엔 현재의 북한 기술로는 곤포 사일리지 제조가 어렵다고 생각하시나요?

조현: 네. 만드는 모든 과정이 기계로 이뤄지잖아요. 현재 북한에선 볏짚을 수거하고 압축하고 비닐을 씌우는 고가 장비의 구매가 농가에게 부담이 될 겁니다. 또한 벼 수확과 동시에 이 작업을 진행해야 해서 노동력 문제가 있을 수 있고요. 이런 부분에선 노동당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농장 기술자들이 해외에서 기술을 배우면 그들을 통해 얼마든지 좋은 기계들도 무상으로 들여갈 수 있으니 얼마든지 해결이 될 텐데요. 그러지 못해서 안타깝지요. 곤포 사일리지를 만들려면 탈곡하고 1일 이내, 즉 볏짚의 수분함량이 40% 이상일 때 볏짚을 모아 미생물 첨가제를 살포한 후 둥글게 압착하고 즉시 비닐을 감아야 합니다. 수분이 적으면 발효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북한에서도 이정도 미생물은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곤포 사일리지를 만들어 놓으면 1년 정도 보관할 수 있으니 비닐을 여러 겹 감아두는 거고요. 만든 지 45일이 지나면 발효가 완료되므로 그때부턴 먹일 수 있습니다. 잘 활용하면 가축의 사료가 되고 이후엔 그게 가축분뇨가 되어 땅을 비옥하게 만드니까 장기적으로는 아주 훌륭한 효과를 만들 수 있는 방법입니다.

MC: 그렇군요. 자연에서 나온 건 하나도 버릴 게 없다는 명언이 있었는데, 볏짚이 땅으로 환원되면 훨씬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군요. 토양 산성화가 심각하다는 북한에선 꼭 기억해야 할 부분 같습니다.

조현: 맞는 말입니다. 벼를 수확하고 남은 볏짚은 어느 정도 땅으로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그래야 토양 미생물의 먹이가 되어 토양의 질 개선, 지속적인 곡물생산을 이룰 수 있습니다. 볏짚을 모두 수거하면 토양 내 유기물과 규산 함량이 저하되어 비옥도가 떨어지고 그건 생산량 저하와 병해충 피해로 직결되거든요. 지금 북한의 볏짚 생산량을 볼 때 50%는 다시 땅으로 돌아가야 할 양(量)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땔감으로 많이 쓰기 때문에 그럴 수 없는 형편인 걸 잘 압니다. 장기적으로는 이 원리를 유념하시고 당장은, 볏짚을 수거한 논의 경우는 정보당 15톤의 거름이 필요하거든요. 이 양을 기억하시고 가축분뇨 같은 퇴비 30%와 물거름 70%를 매년 잊지 않고 토양에 살포하는 방법으로 유기물을 다시 토양에 환원시켜 주셔야 합니다. 잘 알고 계시면 좋겠습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평안한 주말 보내시고요.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