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올해 북한 벼농사가 풍작이 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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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세요.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지난 7일 재일 조선신보의 평양발 보도에 따르면 북한 각지 농장벌에서 유다른 풍작이 펼쳐졌고 이어, 평양에서는 '전국농업부문 기술경험발표 및 과학연구성과전시회'가 진행됐습니다. 아무래도 북한에서는 올해 농사를 풍작이라고 인정하는 분위기 같지요?

조현: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전혀 풍작이 아닙니다. 보통 북한에선 농사가 잘 되면 노동신문에 어느 지역에서 정보당 몇 톤을 생산했다고 구체적으로 발표하는데요. 그걸 못 하는 걸로 봐선 거짓이라고 보여집니다. 또 이번에 북한이 풍작을 얘기할 때 주로 발표하는 자료로써 이삭당 알 수를 드는데요. 풍작인지 아닌지를 제대로 판단하려면 그것만 알아서는 부족하죠. 벼 한 포기당 가지 몇 대가 들었는지도 알아야 하고 또 평당 포기 수, 그 다음 알의 무게 등을 종합해서 파악해야 되거든요. 이런 것들을 종합해 볼 때 올해는 절대 풍작이 아니라고 판단되고요. 또 8일 노동신문을 보니 '올해 생산을 못한 농장은 내년에 분발해서 잘 하자, 한해 농사 잘 됐다고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런 내용들이 있었는데요. 아직도 부족하다는 걸 노동당이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평양의 과학연구성과전시회는 주민에게 선전하거나, 대외에 업적을 자랑하기 보다는 최고지도자에게 보고하는 행사라고 하겠습니다. 잘 했다고 보고해서 비판 받지 않으려는 것뿐이지, 현장에 전시된 논문이나 자재, 농업 방법 등은 별 효과를 내지 못하는 자료들입니다.

MC: 네.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이제 12월인데요. 올 한해를 돌아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대부분은 작년보다는 작황이 더 나은 편이었는데 정말로 풍작이 되려면 얼마나 더 필요한가요?

북한 주민 충분히 먹이려면

올해보다 벼 100만톤은 더 수확해야

조현: 벼농사만 생각했을 때 최소 100만 톤 이상은 더 생산되어야 북한 주민에게 필요한 양을 채운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올해 하늘의 덕을 크게 본 것은 맞습니다. 올해 큰 피해 없는 태풍과 8~9월의 일조량 증가로 벼 작황이 작년보다 웃돌게 되었거든요. 이게 아니었으면 그나마도 얻을 수 없었을 겁니다. 일단 북한 농사는 생산이 안 될 수밖에 없는 요인이 여러 가지라서요.

MC: 네. 기후의 이점을 얻었음에도 풍작을 이룰 수 없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한번 알아볼까요? 오늘은 벼농사를 중심으로 소장님께서 차례차례 한번 짚어 주시죠.

조현: 네. 첫째는 우량 품종의 부족입니다. 올해 농사 잘 된 곳은 모두 우량 품종을 도입한 농장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노동신문엔 평안남도 숙천군 약전리의 소식이 보도됐습니다. 노동신문엔 그곳에서 올해 정보당 7톤이 나왔다고 했는데요. 보통 농사가 잘 되면 평양1호, 풍년모1호, 이렇게 품종도 같이 알려주는데 품종 얘길 안 하는 걸 봐서는 한국의 통일벼 종류로 추측됩니다. 10년도 더 되었는데 거기 한국 품종이 들어갔어요. 제가 3년 정도 그것으로 농사짓는 걸 보고 북한을 떠나왔는데 그 품종이 지금까지 유지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초기에 제가 있었을 때는 정보당 10톤이 나왔습니다. 현재 좀 퇴화 되긴 했으나 그래도 품종이 좋으니 잘 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모든 농장이 이렇게 우량 품종을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게 아니거든요. 없어서 못 하는 거죠.

MC: 그간 품종 변화를 소장님이 자주 강조하셨는데 이유가 있었군요. 이처럼, 비교적 농사가 잘 된 곳은 노동신문에 소개되기도 하잖아요. 그런 곳은 품종 외에 또 어떤 이점이 있었던 걸까요?

김정은이 방문하는 곳만 농사가 계속 잘되는 이유

조현: 네. 그런 곳은 대부분 최고 지도자가 자주 방문하는 농장입니다. 황해남도 연안, 평안남도 숙천군, 문덕군 용림리, 문덕군 입석리 등인데요. 그 농장들은 원래도 농사가 잘 됐어요. 지도자가 자주 찾는 곳이니 농자재나 비료가 훨씬 많습니다. 이곳들 외엔 사실 실적이 좋지 못합니다. 여기서 우린 북한 농사가 잘 될 수 없는 두 번째 요인을 찾을 수 있는데요. 바로 비료 부족입니다. 농장들이 돈도 없고 돈이 있다 해도 국가 봉쇄로 비료와 농약이 시장에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문제는 물 관리가 과학적이지 못했다는 건데요. 올해 보니 찬물 들어가야할 논에 더운 물이 들어가고, 애써 비료를 주고 나면 비가 와서 넘치는 등의 사고 건수도 많았거든요. 한국은 논마다 자동 물 관리 장치를 설치하고 사람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단추만 누르며 관리를 하는데 북한은 농사를 과학기술에 의존한다고 하면서 아직도 농민이 삽을 들고 현장을 다닙니다. 마지막으로는 올해 4월, 종자 전염병으로 키다리병, 도열병, 깨씨무늬병, 모잘록병 등이 나타났는데요. 그러나 이건 종자 소독만 해도 충분히 피해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노동당이 조금만 신경 쓰면 됐는데 아쉬웠고요. 이때에 이어 5~6월에 필요한 모판 물대기 처리제와 7~8월에 필요한 해충 병제약제에 대한 공급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올해 풍작이 되지 못한 이유였습니다.

MC: 네 그랬군요. 벼농사만 얘기하셨지만 어떻게 보면 올 한해 이 시간에 짚어본 여러 문제점을 요약해 주신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북한 농민들이 다른 세상이었더라면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보도, 전혀 얻지 못해서 농사에 적용하지 못하셨던 부분이 가장 아쉽더라고요.

조현: 네. 그렇습니다. 한국에선 "지인 농업기술 TV"를 비롯한 인터넷, 유튜브 동영상, 국가기관 통계, 기상 정보, 위치 정보 등 다양한 인터넷 자료가 너무도 많고요. 정부가 만든 농업 자료 센터에 누구나 다 접속할 수 있고 전화를 이용해서도 내가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기술 문의를 할 수 있습니다. 농장들은 대부분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지난 1년 농사의 결함과 내년 농사를 위한 사전 경영계획을 작성합니다. 또 직접 온라인으로 세계 각지 곳곳에서 파는 필요한 농자재를 구입할 수 있고요. 그래서, 이런 것들이 안 되는 북한에선 제 방송이라도 잘 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그리고 꼭 강조하고 싶은 건 북한 노동당은 모내기, 김매기, 가을 추수 시기를 전투 시기로 규정하고 전국민을 동원하는데요. 이걸 잘 하는 줄 알고 대외에 자랑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창피한 줄 알아야 해요. 지금 세계 어느 곳에 가도 소와 사람이 논에 들어가 농사짓는 농장은 없습니다. 농번기에 농촌에 작물보다 사람이 많으면 농사가 결코 잘 될 수가 없습니다. 세계적으로 능률 좋고 검증된 좋은 농기계들이 많거든요. 각 농장에서, 자신들이 번 돈으로 시장에 나가 필요한 농기계를 사다가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조치가 꼭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MC: 네. 올해는 좀 아쉬웠지만 내년에는 정말로 풍작을 위한, 유의미한 변화가 꼭 있기를 기대해보겠습니다. 아무쪼록 농민들도 12월을 잘 보내시길 바라는데요. 이 겨울, 농장에서 좀더 집중해서 관리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요?

조현: 네. 우선 12월엔 벼 건조를 잘 해야 합니다. 북한엔 제대로 된 건조장이 없기도 하고 건조장이 있다고 해도 선풍기, 온도 조절기가 부족한 상황이지요. 그리고 이런 장비를 갖췄다고 해도 결정적으로 전기가 부족해 가동이 안 될 테니 좀 걱정이 됩니다. 제가 있을 때는 제일 괜찮은 쌀이 수분 18%, 안 좋은 것들은 22~23% 정도 나왔는데요. 그래도 수분을 15% 정도 보장해야 벼가 썩어 나가지 않습니다. 또 내년 농사를 위해 농장마다 우량 품종을 최소한 2~3개 확보해야 안전성이 보장된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토지를 개량하기 위해서 다른 곳에서 흙을 옮겨 담는 객토 작업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특히 청천강 하류, 압록강 하류 지역과 대동강 하류 지역 농장엔 반드시 객토를 유념해주시고요. 마지막으로 병해충 방지를 위해 '염 수선'이라는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데요. 벼 종자를 소금물에 담가서, 뜨는 건 버리고 가라앉는 것을 종자로 이용하십시오. 이렇게 고른 뒤에 60도의 물에서 10분간 소독하고, 이후 바로 냉수에 식혀 주신 뒤, 종자로 보관하면 건강하게 잘 보관됩니다. 마지막까지 농민 여러분께서 힘을 내시길 응원합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디.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