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북한 밭농사, 내년에도 폭망 가능성

남포 인근의 한 협동농장에서 농장원이 밭에 줄 물을 퍼고 있다.
남포 인근의 한 협동농장에서 농장원이 밭에 줄 물을 퍼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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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세요.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지난주에는 올해 북한 벼농사의 문제점에 대해서 들어봤는데요. 오늘은 밭작물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소장님, 올해 북한 밭농사에 대해 전체적인 평가를 한번 해주시죠.

북한 밭농사, 종자 보급 실패

조현: 네. 잘 못했습니다. 보통은 모든 밭작물을 통틀어 정보당 5톤이 기준입니다. 그 정도는 되어야 안정적인데요. 자강도, 양강도, 북강원도, 함경도는 정보당 2톤을 겨우 넘겼습니다. 작년에는 정보당 1.7톤 생산했으니 올해 조금 나은 건데요. 문제는 올해 태풍과 같은 재해가 거의 없었는데도 그 정도밖에 못했다면, 절대 농사를 잘 했다고 평가할 수 없는 거죠.

MC: 그렇군요. 그럼 문제를 한번 진단해 보죠. 그간 소장님이 저희 방송에서 지적하신 내용을 중심으로 차례차례 확인해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종자 보급의 실패를 꼽으셨는데요. 역시나 품종 다양화를 이루지 못한 부분이 주된 원인이겠지요?

조현: 네. 맞습니다. 현지 소식통을 통해 옥수수 농사하는 농민들 얘기를 들어보니 "코로나 이전엔 괜찮은 종자를 좀 가져다 심었는데 정부의 무식한 봉쇄 때문에 올핸 어쩔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일단 북한엔 좋은 종자가 없고요. 올해 보니까 평북 의주 농장들에서 옥수수 수확량이 비교적 높았어요. 정보당 4톤 나왔습니다. 그건 코로나 봉쇄 전에, 중국 단둥에 한중 공동으로 옥수수 종자를 개발하는 연구농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거기서 종자를 들여간 거고요. 옥수수가 아니더라도 코로나 전에는 중국 시장에서 여러 돈이 될만한 밭작물 종자를 가져다 재배했고, 이게 농장과 농민 소득에 도움이 좀 됐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개정된 농장법의 주요 골자가 밀보리 면적을 늘리라는 거였어요. 자연스럽게 다른 밭작물이 파종될 면적이 없었습니다. 한국은 올해 11품목, 149품종, 종자만 3만 5218kg을 전국 농촌지역에 보급했습니다. 벼와 다른 밭작물이 10종류 포함됐는데 콩, 팥, 참깨, 들깨, 땅콩, 조, 피, 기장, 고구마, 감자 등 종류도 정말 많았습니다.

MC: 한국은 매년 이렇게 새 품종을 개발하거나 외국에서 들여와 농민들에게 보급하던데 좋은 품종을 선별하는 기준이 따로 있나요?

조현: 아 네, 종자를 보급하는데 그냥 나눠주는 의미는 아니고요. 사실 농민이 돈 주고 사는 겁니다. 한국은 매년 농민들을 초청해서 박람회 즉 종자 설명회를 엽니다. 거기서 전문가들이 여러 작물의 종자에 대해서 소개하는 거죠. "이건 어느 지역에서, 어떤 토양상태에서 심었을 때, 단위당 몇 톤이 생산됐다" 이런 걸 알려주면 농민이 직접 종자의 질이나 효율성을 판단하고는 '아, 우리에겐 이게 적합하겠구나' 이렇게 선택하고 구매하는 겁니다. 강제성은 전혀 없습니다. 만약 정부에서 꼭 심기 원하는 종자가 있다면 그걸 심은 농민들에겐 혜택을 줍니다. 종자를 무료로 받거나 세금의 혜택을 받을 수 있죠. 그런 박람회에 가면 먼저 시험 재배했던 농민들에게 "이거 심어보니까 어땠다, 힘들었다" 이런 얘기도 들을 수 있는데 그런 교류를 하면서 배우고 선택할 수 있는 겁니다. 저는 북한 농업전문가들이 한국에 한번이라도 와서 이런 박람회를 경험하면 참 좋겠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노동당이 그걸 허락할 수 없다면 외국 잡지라도 좀 들여가면 어떨까요? 독일, 네덜란드 등 농업이 잘 발달된 유럽에는 여러 작물 품종을 소개하는 잡지가 너무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기후, 풍토, 생육 길이, 가지당 알 수, 어떤 질병에 약하고 강한지, 각종 품종들의 특성을 잘 알려주는데요. 북한처럼 '이게 좋고 저게 나쁘다' 이렇게 대략 평가하지 않습니다. 농민들이 그런 종자의 자세한 특징이나 수치를 보고 직접 결정하게 해야지, 밭작물이 증대될 수 있는 거고요. 아니면, 내년에도 별 기대할 것이 없는 겁니다.

MC: 올해 소장님이 강조하신 것 중에 밀보리 면적의 증대도 있었는데요. 밀보리에 집중하느라 다른 밭작물 파종을 못했을 정도라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밀보리 수확은 많이 늘었습니까?

북한, 우량 종자 개발보다

이미 검증된 종자 수입이 시급하다

조현: 아니오. 올해는 기후가 좋았는데 늘릴 수 있는 기회를 다 놓쳤어요. 세계적으로도 밀보리 수확은 정보당 5톤이 기본인데, 북한은 올해도 3톤을 못 넘겼습니다. 농사 다 끝나서, 좋은 품종 심어야 한다고 회의나 하고 농업기술자들에겐 우량 품종 만들지 못했다고 추궁이나 하고 있다는데요. 일반적으로 종자가 품종으로 자리잡으려면 10~20년은 걸리는 겁니다. 그 정도 시간을 기다릴 수 없는 북한은 당장 우수성이 검증된 종자 중에서 각 지역에 맞는 걸 선택해서 심어야 하고요. 그래도, 밀보리 파종면적이 늘기는 했어요. 3년 전에 비해서 2~3배 늘었는데 아직도 부족합니다. 북한에서 밀보리는 밭작물 재배면적의 30%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현재는 9%정도입니다. 늘리는 게 중요한데 지금 북한이 하듯이 막 늘려서는 안 되고요. 황해도와 평안도를 중심으로 확대해야 하겠습니다. 이쪽은 기후가 온화해서 작황이 좋습니다. 그 외 다른 지역은 가을에 심고 봄에 추수하는데 황해도와 평안도는 1년 이모작도 가능합니다. 이것도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MC: 네. 지역에 따라서 심어야 할 품종이 다르다는 것 꼭 유념해주시고요. 밭작물 수확이 적은 이유로 관개시설, 물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고 지적하셨습니다.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문제죠?

북, 밭작물 늘리려면

이동식 양수 시설부터 갖춰야

조현: 당연합니다. 관개 문제는 제가 볼 때 북한 밭작물 재배에서 가장 심각한 오류입니다. 북한의 밭 면적이 100만 정보인데 그중 70%가 경사지거든요. 그럼 관개 수로 보다는 관수 설비가 더 중요합니다. 쉽게 말하면 이동식 양수 시설이 꼭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올해도 북한은 봄 가뭄에 주민, 어린이 다 동원시켰는데요. 무조건 그 무거운 물을 높은 곳으로 다 끌어 올려서 붓기만 하니 더 역효과를 일으킨 거죠. 이건 이동식 양수기를 사면 됩니다. 물론 그것도 종류가 다양해요. 이동식 양수기에 연결하는 관도 플라스틱으로 된 것도 있고, 넓고 두꺼운 천으로 된 것도 있는데 천은 둘둘 말아 보관하기도 편합니다. 이런 관에 물을 통과하게 하면서 중간에 뚫려 있는 구멍으로 물이 새도록 해야 밭에 물이 고르게 들어갑니다. 이게 정말 쉬운 원리인데 북한에선 몰라요. 2024년엔 북한이 고질적인, 구시대적 방식에서 벗어나야 밭작물 수확을 늘릴 수 있겠습니다.

MC: 이런 걸 다 구입해야 하니까 경제적 상황이 부담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조현: 그러니까, 이젠 농가 소득을 높여서 농장이나 농민이 직접 필요한 걸 구입하게 해야 한다는 거죠. 그러려면 또 돈이 되는 밭작물들을 많이 심어야 합니다. 이게 안 되어서 올해 밭농사도 실패한 거죠. 일단 수수, 콩류, 감자, 고구마 같은 밭작물 재배 면적이 너무 적어요. 모두 2배 이상 늘려야 하겠고요. 북한이 계속 주작물인 벼와 옥수수, 밀보리만 심으라고 하는 이유는 먹을 것을 생각할 때, 그저 배불리는 것, 그것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니죠. 사람은 식량을 골고루, 영양을 갖춰서, 건강하게 먹어야 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식량이 한반도에 있을 수 없어요. 필요한 것은 바꿔 먹고 사서 먹어야 합니다. 그래서 세계가 공존, 공생, 협력해야 살 수 있는 거고요. 예를 들어 깨 1톤만 생산해도 옥수수 5톤과 바꿔 먹을 수 있어요. 자력갱생 이제 그만 외치고 여러 종류의 밭작물 면적을 늘려야 하겠습니다. 깨, 담배, 호프, 모시풀… 국제 시장에서 이거 정말 잘 팔립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