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북한이 축산물 생산을 당장 늘리려면

서울-이승재 yis@rfa.org
2023.12.22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북한이 축산물 생산을 당장 늘리려면 함경북도 북청군 청해농장의 돼지들.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세요.

 

조현: . 안녕하세요.

 

MC: 요즘 국내외의 여러 매체로부터 식량 안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데요. 그야말로 전 세계가 식량을 확보하기 위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고 봐야 하겠죠?

 

전쟁 장기화로 인한 식량 부족

북한에겐 더욱 심각한 타격으로

 

조현: . 그렇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되면서 우크라이나에서 곡물 수입을 하던 국가들이 타격을 받았습니다. 또 기후 변화가 심각해지니 대량의 농업생산을 하던 나라들에서 식량 수출 감소를 실시했어요. 그래서 한국도 가축 사료 원료를 미국과 브라질에서 수입했지만 이 나라들 외에 다른 나라를 찾지 않으면 안 되는, 현재 그런 상황입니다. 너도 나도 식량을 확보해야 하는 전쟁 상황에 돌입했으니, 여기서 실질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국가는 경쟁에서 밀리는, 북한과 같은 저개발 국가가 될 것입니다.  

 

MC: 북한 당국이 당장 해결책을 세워야 하겠네요. 그간 우리 방송에서 소장님이 북한 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제안해 주셨는데요. 오늘은 축산업의 측면에서 고민해 보겠습니다. 소장님, 축산업 발전이 식량 안보를 해결해줄 수 있다고요?

 

조현: . 당연하지요. 대부분 선진국들이 축산업 강국인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국민에게 단백질을 공급할 수 있으니, 지금 같은 식량 위기 상황에선 최소한의 생존 식량을 자력으로 보장할 수 있고요. 둘째는 농촌 경제를 활성화 시켜서 농민 소득을 증진시키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농축산업을 통틀어 보면,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큽니다. 농축산 전체에서 벌어들인 금액의 60% 이상이 축산업으로 인한 생산액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론 친환경 자원의 순환을 위해 축산업이 꼭 필요한데요. 농업 강국들은 항상 축산업이 함께 발달해 있습니다. 그건, 농지에서 생산된 사료가 가축의 먹이가 되고 또 가축분뇨는 다시 건초나 사료의 영양분이 되어 자원의 순환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북한과 같이 비료와 농약이 부족한 지역에서 가축 분뇨는 토양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고요.  

 

MC: 축산 분뇨가 많아지면 유기물 비료의 생산량도 자연히 증대되는 것이니 북한 상황에선 꼭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늘 침체 상태로 파악되고는 있지만, 올해 북한의 축산업 성과가 어땠는지 궁금한데요.

 

북한 주민 80% 이상이 단백질 부족 심각

 

조현: 2014년 북한이 발표했던 자료, ‘국가 경제 발전 전략(2016-2020)’을 보면, 과거 축산물의 최고량 생산 연도인 1970년대 말엔 고기 생산량이 287천 톤, 달걀은 126700만 개였어요. 현지 소식통에 의하면 올해는 그때의 반도 안 된다고 합니다. 여기에 근거해 올해 생산량을 1970년대 말의 50%로 계산해봐도 고기 143,500, 달걀은 63400만 개도 안 될 것으로 추정합니다. 북한 인구를 2500만명으로 생각할 때 주민 1인당 고기는 5.74kg, 달걀은 1년에 25.34개 먹게 되는 셈입니다. 물론 평등한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이것마저 먹지 못하는 사람이 거의 다,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북한 주민 80% 이상이 단백질 부족 상태입니다. 전문가들의 연구로는 성인은 체중 1kg당 하루에 0.73g의 단백질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50kg일 경우 50 곱하기 0.73g 36.5g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하는 거죠. 고기 36.5g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료에 의하면 고기 100g 당 단백질 함량이 소고기나 닭고기는 약 20g 전후이고 돼지고기는 약 20~40g이라고 합니다. 달걀은 1개당 6g 정도 됩니다.

 

MC: 그렇게 따지면 북한의 올해 축산물 생산량은 사람이 필요로 하는 기본 단백질 양의 반도 못 미치는 꼴이 되는데요. 1970년대 말에 최고 생산량을 기록했다고 하셨는데 그땐 충분했나요?

 

조현: 절대 아닙니다. 그때도 주민 1인에게 하루 돌아가는 고기가 32g, 달걀 0.13개 꼴이었는데요. 단백질량으로 계산해 보면 하루에 겨우 6.4g먹을 수 있던 겁니다. 50kg인 사람의 필요량 36.5g17.5% 밖에 안 되었어요. 그래서 북한 노동당이 주장하는 방법은 모두 틀렸다고 하겠습니다. 그들이 외치는 자력갱생, 사회주의, 집단주의만 찾다가는 곧 생존 불가능 상태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MC: 그렇군요. 그러나 당장에는 필요한 만큼 축산물을 모두 생산해 내기도 어려울 것 같은데요.

 

조현: . 그럼요. 그래서 자력갱생이 아니라 수입과 생산을 병행해야 하는 겁니다. 정상 단백질량을 보장하려면 주민에게 1182g의 육류와 달걀 1개가 필요한데요. 단백질은 곡물에서도 채울 수 있으니, 동물성 단백질로 필요량의 50%만 보장한다고 하더라도 1년에 33.3kg의 고기는 공급해야 합니다. 북한 주민 2500만톤의 생존을 위해 육류는 적어도 1년에 83만톤 이상 생산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북한 축산업 생산능력이 1970년대 말 수준으로 복구된다 해도 생산량이 1년에 28만 톤 정도니까 55만 톤이 더 생산되어야 합니다. 물론 방법은 있습니다. 축산물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사료 공급입니다. 사료가 부족하면 절대로 아무것도 더 생산할 수가 없거든요.

 

MC: 그렇군요. 한국의 올해 배합사료 생산량은 2000만 톤이 넘습니다. 하지만 배합사료의 원료 95%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비용이 상당할 텐데 이렇게까지 투자하면서도 사료의 양을 지켜내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네요.

 

조현: 그렇습니다. 북한만 빼고 세계가 다 그렇게 가고 있습니다. 북한의 사료 산업은 1995년 이후 곡물 생산의 저하로, 배합사료 공장이 전부 문을 닫았습니다. 북한의 2023년 배합사료 사용률은 35%, 2015년인 46%에 비해서 11%나 더 감소했네요. 한국은 배합사료의 사용률이 95% 이상입니다. 북한은 이 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다시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사료공장을 열면 일자리도 늘어납니다. 보통 사료 산업이 도정공장, 제분공장, 식품가공공장 등과도 밀접한 연계를 맺고 있어서 고용효과가 매우 크거든요. 한국만 해도 축산업 유통 관련 사업의 규모가 30조원이 넘습니다. 미화로는 2300~2400만 달러나 되는 거예요. 북한은 이에 비해 100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데요. 빨리 그 중요성, 심각성을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MC: . 사실 한국도 세계적 식량 위기의 상황에서 곡물 수입, 배합사료 원료의 수입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요. 아직까지는 위기를 잘 대처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국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북한이 축산물 생산을 당장 늘리려면

 

조현: 단순합니다. 축산업자들에게 결정권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축산업의 사료 원료 구입을 국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축산업자들이 상황을 보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많거나 적거나 하지 않게 적당 수준을 유지하며 항상 필요량만큼만 수입할 수 있는 상황, 그게 답인 겁니다. 북한 당국은 이 방법을 명심하지 않으면 절대 성공할 수 있다는 걸 깨닫길 바라고요. 물론 북한도 가축사료의 필요성을 인식하긴 했어요. 최근 몇 년 전부터 양질의 사료를 만들기 위해 초지 개발과 논밭에서 사일리지용 옥수수, 호밀, 연맥, 사초용 유채, 이탈리안그라스 등의 풋베기사료를 생산한다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정책만 있을 뿐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어요. 지금처럼 노동당에서 계속 지원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론 무용지물입니다. 좋은 정책이니까 계속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기를 바랍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잘 들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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