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폭우에 대비하는 자세

서울-이승재 yis@rfa.org
2022.08.12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폭우에 대비하는 자세 지난달 7일 평안북도 신의주시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신의주백화점이 폭우로 침수된 모습.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 안녕하세요.

 

MC: 이번주 서울지역에는 자그마치 115년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도로가 꺼지고 산사태로 축대가 무너지는 등 큰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보면 8 12일 기준으로, 이번 폭우로 인한 사망자가 11, 실종자가 8명이나 된다고 하네요.

 

자연재해를 대하는 남한과 북한의 자세 극명

 

조현: 그렇습니다. 굉장했죠. 그런데 북한에서 온 저는 보는 게 좀 달랐습니다. 폭우가 쏟아지던 월요일 밤, 저는 서울에서 가장 피해가 극심했다는 서초구에서 친구들 만나 술을 마셨습니다. 11시에 헤어졌는데 거리엔 사람 허리 아래까지 물이 차오른 상황에서도 버스나 지하철이 다니더라고요. 또 많은 비로 통제됐던 도로나 지하철이 하룻밤 사이에 복구되는 걸 보면서 할 건 또 다 해내는구나 싶었죠. 한국이 그동안 많은 사건, 사고를 통해 자연재해를 준비해왔다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에서 그 정도 비가 내리면 모두 정전되거든요. 사람도 정말 많이 죽고요. 하지만 한국에선 폭우와 천둥, 번개가 무섭게 치는 한밤중인데도 거리의 빛은 환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별 생각없이 그냥 안전할 거라고 믿었던 것 같아요. 나중에서야나도 여기와서 참 많이 변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MC: 위험한 지역에 계셨는데 안전하셨다니 다행입니다. 저는 이번 폭우를 보면서 북한 걱정도 많이 되던데 지금 피해가 어느 정도인가요?

 

조현: 압록강과 청천강 하류, 대동강 중하류에 엄청난 폭우가 내렸는데 여기가 북한이 자랑하는 서해 곡창지대, 열두 삼천리벌입니다. 여기서 농사가 안 되면 전국 식량상황에 타격을 주는데요. 올해 북한 농사는 완전히 망했어요. 겨우내 가물었고 6월에 보리장마가 한번 지나갔잖아요. 그 후엔 폭염, 그리고 이렇게 기록적인 폭우가 온 건데 이렇게 4차례나 피해 입은 농작물이 정상수확을 낸다는 건 북에선 완전히 불가능한 일입니다. 북한 농민들이 얼마나 고생을 할까요? 1990년대 말에 북한에 큰 해일이 있어서 제가 평안남도 문덕, 숙천, 평원 이쪽에 나가서 해안방조제 무너진 것 다시 공사하고 짠물 피해입은 농작물 복구하는 일을 했어요. 당연히 양수기를 이용해 물을 빼야 하는데 그땐 그런 게 없어서 사람들이 곡갱이 들고 왔다갔다하며 노력동원을 했죠. 그때를 머릿 속에 떠올리는 것도 힘드네요.

 

MC: 20년이 지났잖아요. 지금은 그때보다는 좀 나아졌을까요?

 

북한의 자연재해 피해복구

20년이 지나도 여전

 

조현: 전혀 아닙니다. 여전히 노력동원뿐입니다. 지금 다 날렸으니 북한 당국은 올해 농작물 기대하지 말고 빨리 식량지원을 받아야 합니다. 농민들의 배를 채워줘야 하니 어서 국제시장에서 옥수수나 밀 사와서 식량안보부터 챙기시고요. 다음으로 중요한 건 배수입니다. 지금 논밭에 엄청나게 물이 쌓여있어요. 이건 한국에서 도움받는 게 제일 빠릅니다. 한국에서 양수기나 건설중장비 가져다가 빨리 배수로도 만들고 만든 지 50~60년이나 지난 해안방조제들부터 다시 보수해야 합니다.

 

MC: . 한국 정부도 이번 일을 통해 배수가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달았는데요. 일례로 서울 양천구에는 2020 5, 시간당 95~110mm의 폭우까지 처리할 수 있는 배수터널이 생겼습니다. 지하 40m 아래 지름 10m의 원형 형태, 3.6km길이로 만들어진 이 터널엔 자그마치 32만 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데요. 사실 양천구도 몇년 전까지는 폭우 피해를 크게 입었지만 이번엔 이 시설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잘 넘어갔다고 하더라고요.

 

조현: 맞습니다. 북한도 그런 물주머니가 필요한 겁니다. 이런 폭우는 앞으로 해마다 올 겁니다. 지구온난화와 세계적인 이상기후 현상 때문에 최근 몇 년동안 뉴스를 보면 100년만의 폭우, 80년만의 폭설, 몇십 년만의 더위, 이런 말들이 계속 나오거든요. 당장 저도 내년엔 더 험한 일이 벌어질 거라고 예상하는데요. 북한처럼 물을 원래 있던 강하천으로 내려보내거나, 강이나 바다의 둑을 막는 식의 방법만으로는 더이상 소용없습니다. 이번에 북한에선 최대 만조 시간에 비가 제일 많이 왔다고 하더라고요. 바닷물이 서해평야의 논으로 넘어 들어와 피해가 더 큰 겁니다. 그런데 이게 한두 번 있는 일은 아니거든요. 바닷물에 벼들이 잠기면 나중에 말랐을 때 벼들이 불에 탄 것처럼 빨갛게 변해요. 그건 빨리 불태워 버리시고요. 그 땅에 단물, 짜지 않은 물을 부어서 희석시켜야 합니다. 땅에서 염기를 빼내야지 가만히 놔두면 다음 농사 또 망하거든요.

 

MC: 말이 쉽지 면적이 엄청날 텐데 노력동원만으로는 쉽지는 않겠네요.

 

조현: 그러니까요. 북한은 주로 물두렁만 만들어 물을 빼내고 사람들 동원해 풀 베어내는 정도인데 그거가지고는 어림도 없습니다. 게다가 북한은 다 민둥산이라 산에 나무가 없어서 이 농작물들이 흙탕물에 잠겼을 거거든요. 이거 빨리 씻어내야 작물들이 숨을 쉴 수 있어요. 그러니 북한 당국에서는 전기를 농촌지역에 먼저 공급해서 양수기를 통해 배수하도록 해야 합니다.

 

21세기 말에는 하루 강수량이 800mm?

 

MC: 이제부터 복구를 시작해야 할 텐데, 아까 소장님도 말씀하신 것처럼 이런 예상 밖의 자연재해는 내년에도 계속될 지도 모릅니다. 과학계에서는 이번 폭우의 원인이 지구온난화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기상전문 연구기관들은 이대로 간다면 70년 이후엔 열대 태평양 지역에 하루 800mm까지 비가 내릴 수 있다고 예측했는데요. 이는 1년 동안 남한에 내리는 비의 절반 이상이 하룻동안 내린다는 의미입니다. 북한도 이에 따라 농업정책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조현: 절실히 필요합니다. 두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겠는데요. 첫 번째는 품종변화입니다. 10년 전에 비해 북한의 평균 온도가 1.5도 상승했습니다. 현재 심는 벼, , 보리 품종을 모두 남쪽에서 재배하는 품종으로 교체해야 해요. 두 번째는 제가 오늘 계속 주장하고 있는 건데요. 농촌의 기계화입니다. 간단한 트랙터 뿐만 아니라 중장비까지 이용한, 제대로 된 기계화 농법과 제대로 된 배수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MC: 그렇군요. 저도 이번 일을 보면서 자연재해는 국가적인, 전 지구적인 해결이 시급하다고 느끼게 됐습니다. 일단 유엔은 거의 매년, 북한을 아시아에서 자연재해 대비능력이 가장 부실한 국가라고 지목하고 있는데요 북한의 정책적인 변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지금, 당장 피해를 겪고 있는 농민들은 어떻게 극복해야 하겠습니까?

 

폭우 피해 입은

북한 농민들이 지금 해야 할 일

 

조현: 가장 먼저 위생관리가 필요합니다. 몇달 전 황해남도에 수인성 질병이 많이 돌았다는데 이번에는 평안남도, 평안북도의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 물은 흙탕물이라 끓여 먹어도 배탈납니다. 물찼던 것들이 빠져나가면 거기 여러 병균들이 범람하니까 거기에 맞게 집에서도 꼭 위생관리를 잘 하시고요. 농민들은 일단 가정에서 폭우 피해를 빨리 걷어내는 게 중요하니까 공동일 좀 못하더라도 지붕 수리하고 방도 건조시키고 물에 잠긴 텃밭도 빨리 물 빼내세요. 그 다음으로는 텃밭에 빨리 무와 배추를 파종하십시오. 전번 여름에 심어놨던 거 이번 비에 다 쓸려내려갔을 거예요. 지금 다시 파종하면 10월 말, 11월에 수확할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이거 생수 공급하는 것도 농업당국이나 지역정부가 해야하는 일이고, 각 집의 땔감도 다 젖었겠네요. 국가에서 그 문제도 해결하면 좋겠는데 그게 가능할 지사태가 심각하니 할 일이 갈수록 태산이군요.  

 

MC: . 북한의 피해상황은 아직 정확하게 발표되지 않은 상황인데요. 다음주에도 또 폭우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습니다. 최소한 인명 피해라도 없도록 청취자 여러분 안전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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