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북 새끼 돼지들 ‘빈혈’로 폐사
2024.10.31
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소장님, 최근 북한 축산 업계 동향이 궁금한데요. 근래 들으신 소식이 있는지요?
새끼 돼지들 영양부족 극심
농장에서 미량 첨가제 제조해야
조현: 네. 최근 북한 양돈업계에서 들려오는 소식으론 새끼 돼지들이 영양부족으로 많이 죽었다고 합니다. 올해 생산한 새끼들 중에 어림잡아 30%는 될 것으로 추정합니다. 물론 수해 피해도 있었지만 주된 원인은 영양부족으로 인한 빈혈이라고 합니다. 이건 충분한 영양분이 함유된 배합사료를 먹지 못해서 생기는 병입니다. 모돈도 못 먹었으니까 당연히 젖 속에도 영양이 부족합니다. 지금까지 농민들이 고생해서 모돈을 키워 새끼를 생산했는데 새끼가 죽으면 너무 허망하잖아요. 그래서 제 생각엔 북한에서도 만들 수 있는 여러 가지 미량 첨가제를 만들어서 돼지에게 공급하면 한결 수월해질 것 같습니다.
MC: 30%면 손실이 큰데요. 뭐라도 만들 방법이 있다면 당장 시도해 봐야겠습니다. 미량 첨가제를 어떻게 만들 수 있나요?
조현: 제 생각엔 철분 보충제로 많이 이용되는 ‘헤민’을 먹이는 게 좋겠습니다. 동물의 핏속에 들어있는 헤모글로빈에서 헴(Heme)과 글로빈(Globin)을 분리한 다음, 여기서 얻은 헴에다가 염소 이온을 결합한 화합물입니다. 이건 피를 원심분리하면 만들 수 있는데요. 북한엔 원심분리기가 많지 않지만 농민이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제가 천천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돼지 피 100ml를 자연 응고시킨 다음, 여기서 나오는 노란 혈청을 없앤 후에 10분 정도 이를 분쇄하면 50ml 정도의 피즙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다 가성 소다 용액을 소주잔만큼 섞어서 80도에서 4시간을 반응시키고요. 거기에 염산을 PH 6.0이 될 때까지 섞으면 1차 헤민이 만들어집니다. 이걸 ‘조제 헤민’이라고도 말하죠. 이 조제 헤민에다가, 그 4배 되는 양의 아세톤 용액을 섞으면, 이게 헤민 용액입니다. 이 상태에서도 약간의 찌꺼기가 좀 떠 있을 거에요. 그걸 면포에 걸러서 빼주면 더 깨끗해집니다. 이걸 태어난 지 7일 정도의 새끼돼지에게 10ml씩 하루 3번, 이렇게 한달 동안 먹이면 먹이지 않을 때보다 약 15%의 체중 증가 효과가 있으면서, 병에 걸리지 않습니다. 가을 돼지는 이렇게 하고 지켜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MC: 이처럼 가축의 대량 폐사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가축의 질병 상태를 살피는 게 중요할 텐데요. 소장님도 북한에서 가축 질병 검사 많이 해보셨지요?
조현: 네. 평성에서 수의학을 전공했으니까 대학생 때, 80년대부터 검사를 많이 했습니다. 북한 나름의 가축 질병 검사 기준이 있거든요. 하지만 북한이 워낙 열악하니까요. 동물들이 좀 있어야 검사를 하는데 개체 수가 워낙 부족하니, 검사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되어서 대충 하거나 건너뛰는 것이 일반적이었죠. 또 기준대로 검사하면 소 10마리 중에 1마리 통과할까 말까 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래도 검사를 잘 해야 하겠습니다. 검사를 해봐야 병을 알게 되고 그 심각성도 느끼면서 해결할 방도를 찾으려고 노력도 하게 되니까요. 이제부터는 검사도 잘 하시고 반드시 검사를 할 때 기록도 하셔야 합니다. 북한엔 질병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국제 사회에서 도와주려고 해도 병의 진행상황이나 원인을 찾기가 힘들지요. 그래서 검사할 때는 꼭 수의사, 관리공(농장측), 기록자 이렇게 3명이 배석한 상태에서 진행해야, 객관성도 유지되고 신뢰할 만한 기록물도 남게 됩니다. 이런 자료들이 쌓여 효과적인 예방 자료가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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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그렇군요. 하지만 소장님이 북한에 계셨을 1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가축의 개체 수가 별다르지 않다고 하셨어요. 오히려 줄어든 상황인데요. 지금은 검사하기가 더 어렵겠네요.
가축 질병 기록 거의 없는 북한
질병 검사 시 직접 만지는 게 중요
조현: 그렇죠. 그래서 대부분 이런 검사를 요식행위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하지만 옛날과 달라진 건 북한에서 말로나마 새로운 정책이 생겼다는 거죠. ‘고리용 순환생산체계’라고 해서 축산업과 농업을 고리처럼 엮어 동시에 발전시켜야만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북한이 공포하긴 했거든요. 그렇다면 동물의 질병진단이 필수적이란 걸 강조하고 싶고요. 더구나 곧 겨울이 옵니다. 가축들이 제일 많이 죽어나가는 계절이죠. 지금 진단을 잘 해야 해결 방도를 세울 수 있습니다. 특별히 초식 가축 검사를 잘 해주시길 바랍니다. 겨울에 돼지나 닭보다 초식 가축의 피해가 훨씬 큽니다. 돼지들은 사육사 안에서 키우지만 북한에서 소, 젖소, 염소 등은 난방이 안 되는 개방형 사육사 혹은 밖에서 풀어놓고 키우거든요. 또 대충, 풀만 먹고 자란다며 쉽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고요. 그래서 좀 더 주의하시라고 강조합니다.
MC: 다른 나라에선 거의 벌어지지 않는 일인데, 북한에선 단지 겨울이라서 소나 염소가 죽을 수 있다는 게 새삼 놀랍네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그러려면 질병 검사부터 잘해야 할 것 같은데요. 지금부터 초식 동물의 질병 검사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소장님, 북한에서도 정한 검사 기준이 있을 텐데요.
조현: 네. 그렇습니다. 북한 수의학 교과서에도 농장에서 할 수 있는 일반적인 방법들이 잘 나와 있습니다. 나름대로 괜찮은 방법이지만 하는 분들이 거의 없어요. 그 방법들을 다시 말씀드리면 일단 코가 젖어 있는지, 눈에 막이 있는지, 수컷인 경우 뿔에 상처가 있는지부터 검사해야 합니다. 그러나 눈으로 보는 것만으론 안 되고요. 반드시 다 만져 보면서 검사해야 합니다. 북한에서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니까요. 소와 염소의 젖통도 만져봐야 상처의 유무, 염증과 피고름이 뭉쳐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발통 검사는 발 사이를 헤치면서 썩은 부분이 없는지 보고요. 생식기 검사는 ‘간성’이라고, 동물들 사이에 왕왕 돌연변이처럼 나타나는 중성을 분리시켜야 하니 생식기와 항문 주변도 관찰해야 합니다. 똥을 채취해서 기생충 검사도 해야 하죠. 검사 결과 병이 있다고 판단되면 번호를 등록하거나 몸에 물감으로 표시해서 따로 격리해야 합니다. 일단 지금 시기 이 정도만 실시해도 북한 농장에서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MC: 꼼꼼히 잘 살펴봐야 한다는 뜻인데요. 그렇다고 해도 전염병의 경우 이런 방법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피 검사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조현: 그렇습니다. 한국에선 원심분리기술을 이용해서 혈청 검사를 합니다. 혈청이란 혈액의 구성 성분으로, 혈액 중에 세포 성분을 제외한 부분이 ‘혈장’이고요. 혈장에서 섬유소원을 제거한 것이 ‘혈청’입니다. 채취한 혈액을 시험관에 가만히 세워 두거나, 원심력을 이용해서 액체와 고체를 분리하면, 혈액은 붉은색 덩어리(혈병)과 옅은 노란색의 투명한 액체(혈청)로 나뉩니다. 이 액체가 혈청입니다. 혈청 검사를 통해 혈청 내 성분들을 측정하며 질병 진단과 치료, 예후 판단 등에 사용되면서 건강 검진, 수술 전 검사를 할 뿐만 아니라 감염을 이길 수 있는 항원이나 항체를 뽑아내기도 합니다. 한국 소는 이런 방법으로 8개 질병 즉 유행 열, 아까바네, 이바라기, 츄잔병, 아이노, 구제역, 브루셀라병, 류코시스 등을 진단해 냅니다. 북한 농장엔 원심분리 시설이 없어서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원심분리기가 있는 군 농업경영위원회 가축방역소의 역할을 강화하고 국가에서 여기 실험실에 투자를 강화해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하겠습니다.
MC: 농장에서 농민이 직접 하는 검사도 중요하지만 국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된다면 훨씬 질병 진단이 효과적이고 그에 따른 예방도 쉽게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정보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