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축산업 성장 위해 사료 수입해야

서울-이승재 yis@rfa.org
2025.01.09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축산업 성장 위해 사료 수입해야 함경남도 흥상군 젖소목장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 안녕하세요.

 

MC: 지난주엔 북한의 올 한해 농업 전략에 대해 짚어 주셨는데요. 축산업도 살펴 봐야겠죠. 일단 북한엔 충분한 식량 자체가 없다는 걸 국제사회에선 모두 알고 있습니다. 농업만 발전시킨다고 해서 이게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1970년대 이후 발전 없는 북한 축산업

노인과 어린이는 생존 불가 상황까지

 

조현: 그렇습니다. 그건 북한도 압니다. 식량 문제 해결이 농업 생산만으로는 절대 불가하다는 걸 북한 정권도 잘 알아요. 그래서 노동당이 2012년부터 농업의고리형순환생산체계를 주장한 것 아닙니까? 농업과 축산업을 고리처럼 연결시켜서 같이 발전시켜야 한다는 뜻인데요. 10년이 지나도 해결이 안 되고 있습니다. 올해, 노동당이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북한의 미래는 정말 없다고 봐야 할 겁니다. 노동당의 미래도 사라질 것 같습니다.

 

MC: . 그만큼 중요한 문제가 왜 해결되지 않고 있는지 한번 짚어 보죠. 우선 현재 북한에는 축산물이 얼마나 생산되고 있으며 또 얼마나 부족합니까?

 

조현: 2024년 북한 발 자료를 통해 가축 사육두수를 보니까 정말 한심하더라고요. 한국과 비교를 해 보지요. 북한엔 소 56만 마리가 있다는데, 한국은 400만 마리가 넘습니다. 돼지는 북한 240만 마리, 한국은 1100만 마리가 넘고요. 닭은 북한엔 580만 마리, 한국엔 무려 1 8 200만 마리가 있습니다. 여기에 한국은 수입도 많이 합니다. 닭고기만 해도 2024년에 23만 톤을 넘게 수입했어요. 150만 마리의 닭을 수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엄청난 차이죠. 북한이 한국보다 유일하게 많이 가진 축산물이 바로 토끼인데요. 그건 한국 사람들이 토끼고기를 먹지 않으니까 수요가 없어서 안 키우는 것뿐입니다. 북한 주민 1명에게 필요한, 정말 최소한의 단백질 양은 하루 182g의 육류와 달걀 1개입니다. 그럼 1년에 1명에게 육류 33.3kg을 공급해야 하는데요. 북한 주민을 2500만 명으로 잡으면 고기가 적어도 84만 톤은 생산되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북한 역사상, 축산업 생산 능력이 최고치를 찍었다는 1970년대 말에, 그때 생산량이 1년에 28만 톤이었습니다. 지금 모든 북한 주민이 단백질 부족 상태고요. 더욱이 65세 이상 노인과 어린이는 생존 불가의 상황입니다.

 

MC: 심각하네요. 그럼 1년에 55만 톤 이상은 꼭 수입을 해서라도 주민에게 공급해야만 하는 상황인데요. 여전히 꿈쩍 않는 북한 당국입니다. 관련된 분들이 오늘 방송은 꼭 들으시면 좋겠어요.

 

조현: 맞습니다. 바로 그것, 1년에 55만 톤 이상의 육류를 꼭 수입해야 한다는 걸, 오늘 북한 간부 여러분들이 꼭 기억하셔야 하겠습니다. 일단 축산업을 발전시켜야 할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북한 주민의 식량 권리 보장이겠죠. 그러나 그 외에도 이유는 많습니다. 일단 축산업은 각 지역에 있는 자원 그대로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업입니다. 어디 멀리 가서 뭘 가져와야 하는 게 아니잖아요. 농촌에선 사료용 작물을 재배해서 그 자리에서 사용할 수도 있고요. 또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나 가축 분뇨는 퇴비나 물거름으로도 활용 가능합니다. 이게 또 바이오 가스나 고체 연료로도 변환되어서 각 지역의 에너지 기반으로 쓰일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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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농촌에 살아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겠네요. 북한 주민들 중 상당수가 농촌을 떠나고 싶어 하는 것도 문제잖아요?

 

조현: 농촌에선 얻을 것도 없고 농민들을 무시하니까 다 떠나고 싶어 하지만, 만약 축산업이 지역 경제의 핵심 산업으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다면야 얘기가 또 달라지겠죠. 직업도 창출되고 농가의 소득도 증대되어 농촌 경제가 활성화될 겁니다. 축산업의 사슬에는 사료, 조사료, 도축, 가공, 유통, 가축 분뇨 처리 등 여러 분야가 있는데 여기서 다양한 일자리가 만들어지거든요. 이게 일자리도 찾고 안정적인 소득도 있으면서 기아도 해결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의 축산업 규모는 240억 달러나 됩니다. 축산업과 관련된 많은 일자리가 있고 그들도 도시 근로자 못지않게 넉넉하게 가족의 생계를 이어갑니다. 부족한 게 없으니까 내가 좋아하고 원한다면, 딱히 농촌을 떠날 이유가 없죠. 농장을 잘 운영하면 한국 사람들은 그 지방 농촌으로 고기 먹으러 갑니다. 동네도 훨씬 활기차게 되는 거예요.

 

MC: 이렇게 중요한 일인데 북한 당국만 왜 모를까요? 일단 축산물을 키우려면 배합사료가 중요한데요. 현재 북한 배합사료 공장들이 문을 거의 닫았습니다. 사료 원료도 부족하고 공장을 다시 가동한다고 해도 시설도 미비하지요. 어쩌나요?

 

조현: 근데 사료 원료는 한국도 없습니다. 2024년 한국은 배합사료 생산량이 2000만 톤을 넘겼습니다. 많죠? 하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원료의 95% 이상이 수입입니다. 축산물 생산이 국가 부의 창출이나 일자리, 식량 문제 해결의 이유로써 충분하기 때문에 국가 정책으로 과감히 수입을 하는 거죠. 원료를 수입해서 배합사료를 만들어내는 건 한국이 기술이 좋아 잘 하는 거고요. 북한엔 2024년에 자연재해와 경제난 때문에 곡물이 많이 부족했어요. 당연히 사료 산업에 위기가 왔고, 축산업 전반이 위축됐지요. 2024년 북한 평안남도 북창의 돼지공장 자료를 보면 배합사료 사용률이 35%, 2015년의 46%보다 11%나 감소했습니다. 이유야 당연하죠. 곡물 부족으로 옥수수, 대두박 등의 원료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작년 옥수수, 콩 가격이 2020년에 비해 2배 이상 올랐거든요. 이건 자력갱생으로 절대 불가능합니다. 양질 사료의 더 많은 자급 달성을 위해서 당분간은 수입을 통해 곡물을 확충하고 사료 산업의 기술을 배워야 할 때입니다. 사람 먹을 식량도 부족한데 북한 내 사료를 이용하지 말고, 곡물 사료를 좀 수입하거나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오는 게 훨씬 국가적으로도 이득입니다. 외화는 또 다른 정책을 통해 벌어들이면 됩니다. 아마, ‘지방발전 20*10정책하는 것보다 곡물사료 100만 톤 더 들여오는 게 지방발전 더 잘 시키는 방법일 걸요?

 

MC: 지방발전의 제대로 된 성과를 내고 싶다면 시행 안 할 이유가 없는 정책이겠네요. 소장님, 농민들에게 그동안 소소하게 가축을 키우라고 많이 추천하셨어요. 올해도 농민이 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일까요?

 

농민 부업 축산은

, 오리 등 질병에 강한 축종으로

 

조현: . 그것뿐이지만 그것도 생계엔 정말 큰 도움이니 농가엔 큰 영향이 됩니다. 일단 북한 정권은 올해, 농장 및 개인의 부업 축산을 알아서 해결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해 주면 좋겠고요. 농민은 무조건 돈이 되는 가축을 키워야 하겠는데요. 북한 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축산물은 닭과 돼지고기, 계란입니다. 이걸 키울 수 있는 형편이라면 너무 좋겠는데요. 다만 제가 경험했던 대부분 농가는 자본력이 약해서 어려울 것 같아요. 이 가축들은 곡물을 많이 소비하고 질병에도 약하거든요. 그래서 오리, , , 염소 이런 것들을 키워 보는 게 적당합니다. 이런 게 비교적 사료 비용이 적게 들면서 질병에 강합니다. 오리고기, 개고기는 시장에서 대중적 수요도 높고요. 양과 염소는 고급 축산물이기 때문에 비싸게 팔릴 수 있거든요. 꼭 지금부터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MC: . 소장님, 감사합니다. 농업과 축산업을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는 북한 정권의 생각이 2025년에는 그에 합당한 정책으로 꼭 보장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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