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 네. 안녕하세요.
MC: 북한의 식량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도매 시장이나 생산 현지에 가면 농산물을 조금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데요. 북한에선 국가 기관 외에는 일반 시장보다 더 싸게 살 수 있는 곳이 전혀 없나요?
북한 농산물 유통의 문제점
도매를 독점하는 정부
조현 : 그런 데가 없습니다. 북한에선 '도매'라는 개념이 좀 생소할 수 있어요. 도매 상인은 유통과정에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중간에 위치하는 판매자인데요. 한국이나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세계 모든 나라의 곡물 판매는 농민들이 재배하고 수확해서 쌓아두면 도매 상인이 와서 돈 주고 작물을 사갑니다. 이때 도매 상인은 곡물의 상품성을 생각해서 품질 별로 분류하고 도매 시장으로 운반까지 하죠. 이건 농부의 관점에서 보면 작물을 사줄 사람을 찾아다니고 농산물을 운송, 보관하는 비용을 지출하는 것보다 그 시간에 작물을 경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자기가 직접 움직이는 대신 도매 상인에게 파는 겁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 도매를 정부가 맡아 하면서 결코 농민에게는 가격을 높게 쳐주지 않습니다. 대부분 자유세계 국가들은 안 그럽니다. 이들 정부는 도매 상인들이 유통을 잘 하도록 제도를 만들어주고 이 과정에서 농민과 생산자를 다 보호해주며, 혹 문제가 생기면 그때만 관여하고 있습니다. 그게 바람직한 역할입니다.
MC: 네. 그렇죠. 사실 유통을 잘 하려면 도로, 철도도 중요한데요. 북한은 이 부분이 덜 발달되어서 식량 확보나 유통 구조를 갖추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 같아요.
북한에서 유통망이 발달할 수 없는 이유
조현 : 당연하죠. 농민은 생산한 곡물을 현지에서 도심까지 운송할 수단도 없고 수확 후에 보관할 방법도 없습니다. 그러니 간간이 있는 중간 상인들은 가격을 후려치는 비도덕적 행위를 벌이는 거고, 유통을 거의 독점하는 정부는 공짜로 가져가는 강도행위를 하는 거죠. 그리고 북한은 통신이 발전하지 못해서,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고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영세 농민들은 시장 환경이나 주위 농산물 작황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상태로 벌써 수십 년 왔잖아요? 그렇게 농산물 유통의 변화가 없는 것이 곡물 값을 천정부지로 만드는 이유라 하겠습니다.
MC: 곡물 값이 높아도 농민에겐 남는 게 거의 없다는 북한, 북한의 농산물이 어떤 과정으로 유통, 판매되는지 알고 싶네요.
조현 :네. 생산 후에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봅시다. 밀보리와 감자를 예로 들면… 북한 당국은 도와 시, 군에 설치한 농업경영위원회를 통해서 농장의 밀보리, 감자의 파종 면적을 조사하고 정보당 몇 톤 생산하라는 계획을 줍니다. 그러면서 수확 후 정부에 수매 시킬 양까지 함께 제시하지요. 수확 시기가 되면 농업경영위원회, 인민위원회, 당 사법검찰성원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농장에 파견해서 예상 수확고를 판정하고 그에 따라 정부의 의무수매량을 결정합니다. 더 황당한 건 생산량의 30%도 아니고 계획량의 30%를 가져갑니다. 따라서 농장은 실제로 생산량의 반 이상을 정부에 바쳐야 하는 거죠.
MC: 정부가 가져가서 군대나 당 간부 배급으로 어느 정도 처리하면 식량판매소에서 다시 비싸게 팔잖아요? 여기서 얼마 정도 이득을 취합니까?
조현 : 약 100배 정도요. 실제 농사지은 농장이 시장 가격의 약 -100배 정도 되는 가격으로 국가수매를 시켜야 하는데요. 정작 그렇게 사간 정부는 국영판매소에서 시장 가격에 준하여 판매합니다. 그러나 토지의 소유자는 국가, 농민은 소작인일 뿐이니 농민은 어쩌지도 못하고 응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난 봄에 영농 물자 구매를 위해 돈주에게 꾼 돈을 곡물로 물어주게 되는데요. 이때 정한 가격은 지난 봄에 계약한 가격이니까 그새 아무리 곡물 값이 올랐다고 해도 농민은 과거 저렴한(눅은) 값으로 계산해 더 많은 곡물로 갚아야 합니다. 이래저래 농장은 손해만 보고 국가는 폭리를 취하고… 이런 구조에선 생산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실제 생산량의 많고 적음도 곡물 시장 변화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MC: 네. 지금까지 문제가 심각했지만 이젠 바뀔 때가 됐습니다. 말씀을 들어보니 어떻게든 생산자인 농민이 유통시장에 직접 참여하도록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보이네요. 변화의 첫 걸음을 어떻게 떼야 할까요?
조현 : 그렇습니다. 농민이 유통시장에 참여해야만 하는데요. 그렇게 하려면 반드시 정부 당국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그 일환으로 한국의 가락시장처럼 모든 농산물을 집대성해서 대규모로 판매할 수 있는 초대형 농산물시장이 있으면 좋겠네요. 각 시, 군에 하나씩만 있어도 생산자와 소비자가 쉽게 만나는 장이 될 테니, 유통에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그걸 각 지역 정부 중심으로 세워보면 좋을 것 같고요. 여건이 가능한 분이라면, 가능한 분량만큼 도매업을 시작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도매 상인은 트럭과 인력을 끌고 농장에 찾아가 상품을 확인하고 사면서 운반하고 또 보관해야 하는데요. 그때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작황 상황과 품질에 따라 가격 결정을 해보는 습관이 필요할 겁니다. 그래도 가격은 농민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정해야겠죠. 그렇게 농민과 유통업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면 유통이 원만하게 진행되고 지금 같은 곡물 가격 폭등이란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작은 노력들이 유통 체계의 개선, 그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MC: 아까 농민들이 다른 지역의 작황이나 농산물 가격을 알기 어렵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이런 부분도 공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북한에서 그게 가능할까요?
각 지역 작황에 대한 정보 공유와
민간 중심의 유통 시도가 시급
조현 : 네. 할 수 있습니다. 주요 곡물의 수급이나 관련 정보도 정부 차원에서 늘 조사하거든요. 정부 공식 인터넷에 올릴 수도 있고요. 함남일보, 평양신문 같은 각 지역 신문, 광고 면에 곡물 가격을 올려도 됩니다. 이런 것들을 이용해서 지방단체가 꾸준히 가격을 고시하면 북한의 곡물 가격을 적당히 유지시키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도매 상인까지는 아니어도 북한에서도 간간이 이런 유통업, 중간 상인을 하시는 분들도 있었는데요. 코로나를 지나면서 그런 분들이 많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젠, 농민들도 더 이상 생산만 할 것이 아니라 유통과 소비까지 우리가 주체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는 인식, 그 책임을 갖는 게 좋겠습니다. 하나 추천하는 방법으로는 작업반, 농장, 마을 단위로 계를 조직해서 다른 지역에서 함께 작물을 사오면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공동 구매를 하자는 거죠. 예를 들어 지금 함흥 이남지방에는 감자 수확이 끝났을 텐데, 양강도와 자강도는 아직 감자 못 먹거든요. 거긴 9월~10월에나 먹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북쪽 지역에서는 자체적으로 계를 만들어서 그 안에서 유통 담당을 선출해 보시고요. 함께 돈을 모아서 차량 빌리고, 휘발유 값 대고, 기타 경비를 지출해서 대표자들을 다른 지방으로 보내는 겁니다. 혼자는 절대 못 하지만 그렇게 하면 좀 더 작물을 많이, 한꺼번에 싣고 올 수 있어요. 좀 더 저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유통을 시작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MC: 네. 감사합니다. 오늘은 북한 농산물 유통의 문제점과 그 개선 방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박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