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요즘 한국에선 기침, 콧물 증상 보이는 분들이 많습니다. 감기, 독감, 코로나 등 다양한 호흡기성 질병이 원인인데요. 이거 가축들도 영향이 꽤 있을 것 같아요.
먼지는 호흡기 질병의 가장 큰 원인
축사 환경 개선이 유일한 방법
조현: 네. 지금 북한에도 이런 호흡기성 질병, 설사병이 많이 퍼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질병이 사람으로부터 동물로 퍼지는 양상이 보이죠. 다행히 북한에서 지금 특정 질병이 집중적으로 전염되지는 않지만 구제역, AI(조류독감), 각종 호흡기병이 가축들 사이에서 꾸준히 퍼지고 있기 때문에 곳곳에서 폐사가 일어납니다. 이런데도 노동당의 대책이 전혀 없다는 게 안타깝고요. 일단 북한에서 가축 전염병은 추워서 걸리는 게 아니라 환경이 좋지 못한 게 더 큰 원인입니다. 대부분의 사육장에 먼지가 그렇게 많아요. 개인 집에선 목재나 석탄 난방에 의한 이산화탄소 중독이 가축의 면역력을 해칩니다. 한국은 소 사육사를 잘 만들었지만 북한에선 나무 막대기 세우고 가마니로 둘러 막고 볏짚으로 지붕 씌운 게 전부이기 때문에 더 빨리 병이 퍼지는 거죠. 무조건 환경을 깨끗하게 해 주는 게 최우선입니다.
MC: 할 일이 워낙 많은 농민인데 그래도 주의하셔야 하겠습니다. 특히나 이맘때가 소들의 출산 시기잖아요?
조현: 맞습니다. 7~8월에 쌍붙여서 10개월 정도 임신하니까 지금부터가 출산 시기입니다. 소는 북한에선 정말 중요하죠. 농기계가 부족하니 사람 대신해서 쟁기 차고 논밭 갈아엎고 물자 운반까지 합니다. 그래서 북한 소는 고생하다 뼈만 남아서 일찍 죽고요. 노동에 지쳐서 암소라도 송아지 생산에 참여하는 비율이 엄청 낮습니다. 지금 북한에 필요한 소 마릿수는 정보당 0.35마리로 봐도 약 70만 마리가 필요한데요. 현재 암수 합쳐 50만 마리로 약 70%정도 있고요. 그마저도 병을 앓는 등 생산에 참여할 수 없는 소가 태반이라 지금 잘 관리해야 합니다. 지속해서 감소하는 실정이니까요. 그러다 보니 북한에선 전부터 소가 새끼를 낳으면 꼬아놓은 새끼줄에 벽지를 끼운 금줄을 대문이나 외양간 앞에 매달아 놨고요. 상갓집을 다녀온 사람이면 부정하다고 출입금지까지 시켰습니다. 송아지가 젖을 빨지 못하면 무당을 부를 정도였고요. 하지만 21세기인 지금 소가 중요한 이유는 농사 일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에게 질 좋은 단백질을 제공해서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노동당이 관점을 반드시 바꿔서 소를 농사에만 쓰지 말고 인민들의 식생활에 이용하길 바랍니다.
MC: 네. 북한엔 지금 미신이 아니라 체계적인 관리가 절실한 것 같네요. 그런데 이미 교배철은 지났는데 출산철인 지금 신경을 쓴다고 해서 소의 개체수가 늘어날 수도 있습니까?
지금은 송아지 출산 시기
한 마리라도 더 지켜야
조현: 그럼요. 소의 출산철은 어미소와 갓 태어난 송아지의 생명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때 관리 잘못해서 20~30%가 죽어 나가거든요. 임신 소 관리할 때는 송아지 성장의 70%를 차지하는 분만 전 2개월 정도가 아주 중요합니다. 이때 사료를 20~30% 증량해주면 정상적인 송아지 생산이 가능합니다. 임신 말기엔 근육세포가 커져서 소에게 소화불량이 지속되고 근내 지방세포가 증가하기 때문에 더 많이 필요한 겁니다. 평소 농후사료를 하루 1~2kg 정도 줬다면 1kg정도 늘리시면 됩니다. 분만 2주 전에는 유선을 발달시켜 비유량을 늘려야 하고 분만 후에는 자궁 회복을 위해 녹색의 건초류나 옥수수 등이 많이 함유된 사료를 줘야 합니다. 북한 축산업이 가장 안 되는 이유가 영양 부족인데요. 가축을 잘 먹이는 것이 사람에게 더욱 질 좋은 영양을 가져온다는 점을 꼭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MC: 네. 소장님이 항상 주장하시는 지론이죠. 앞서 지금 호흡기 질병을 주의해야 할 때라고 말씀하셨는데요. 막 태어난 송아지라면 훨씬 더 감염에 취약하지 않을까요?
조현: 네. 당연하지요. 이것도 갓 태어난 송아지가 살아남지 못하는 주요 원인인데요.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북한 축산 당국에서 충분한 백신을 들여와야 합니다. 한국은 설사병, 전염성비기관염, 유행성 감기를 동시에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1개월령 이상의 모든 소에게 2주 간격으로 2회 기초 접종을 실시하고 있고요. 그 이후엔 6개월 간격으로 꼭 주사합니다. 임신한 소들은 분만 7~8주 전과 2~3주 전에 설사병이나 호흡기병 주사를 꼭, 추가로 접종시킵니다. 호흡기 질병이 번식 장애를 일으키기도 하거든요. 이렇게 주기적으로 접종하면 수태율도 높아지고 유산이나 사산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백신이 거의 없죠. 대신 병에 걸렸을 때에 비슷한 질병에 걸린 사람들이 먹는 약을 구해서 조금씩 공급하는데 이것도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MC: 네. 그렇다면 결국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사육사의 환경을 청결하고 안전하게 관리하는 게 좋겠습니다. 보통 소가 출산을 할 때는 스스로 진행하나요?
조현: 네. 맞습니다. 혼자 분만할 수 있고 또 혼자서, 태어난 새끼를 잘 안을 수 있는데요. 북한에선 송아지 하나하나가 워낙 귀하니 사람이 옆에서 돌보면 사고를 줄일 수 있습니다. 난산이나 허약한 송아지가 태어나면 빠른 응급도 가능하고요. 분만 후에 난폭해지거나 젖먹이를 거부하는 어미 소로부터 송아지를 보호할 수도 있습니다. 분만 시에 송아지 다리가 밖으로 보일 때 헝겊으로 묶어서 잡아당기면서 도와줄 수도 있고요. 그러나 소는 겁이 많은 동물입니다. 쥐나 닭 보고도 크게 놀라요. 개나 닭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익숙해 하는 동물입니다. 그래서 분만할 땐 신경이 굉장히 예민하거든요. 낯선 사람이라면 머리를 받을 수도 있고 새끼를 발로 차기도 합니다. 그래서 분만할 때 입회하더라도 꼭 주의가 필요합니다. 가능하면 소와 가까운 사람이, 평소와 같은 색 옷을 입고 들어가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MC: 굉장한 주의가 필요하군요. 하지만 보통 송아지가 밤 시간에 분만을 하거든요. 일상이 피곤한 농민들에겐 이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소장님도 북한에서 밤에 소 분만을 도운 적이 있으신지요?
사료 급여 시간 조정만으로
출산 시간을 바꿀 수 있다?
조현: 네. 그랬죠. 맞습니다. 송아지의 출산은 70% 이상 밤에 합니다. 북한에서 축산업에 종사할 때 저흰 한 마리라도 더 지키려고 분만철엔 집에도 못 들어가고 계속 축사를 지켰던 기억이 납니다. 다만 일반 농민들은 그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제가 한국 와서 알게 된 비법 하나 말씀드리면, 사료 급여 시간을 조정하면 암소가 낮에 분만하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암소는 사료를 먹으면 체온이 상승하는데요. 보통 체온이 상승하다가 낮아질 때 출산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분만이 얼마 남지 않은 소들은 사료를 앞서 말씀드린 대로 많이 주시되 야간에 주로 공급해주세요. 그럼 야간엔 어미 소의 질 온도가 높아졌다가 낮에는 낮게 떨어져서 송아지를 낮에 출산하게 됩니다. 이게 중요하고요. 참, 소는 분만 후 2~3시간 후산을 배출하는데요. 거기서 냄새도 나니까 어미 소는 본능적으로 천적으로부터 새끼를 지키기 위해 그걸 삼켜버립니다. 야생에서는 동물의 본능이라 자연적으로 내버려둘 때가 많은데 그건 어미 소의 건강엔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즉시 후산을 제거해 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송아지 출산철에 아무쪼록 잘 적용하셔서 건강한 소 키우시기를 바랍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