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훌륭한 초지를 만드는 방법

서울-이승재 yis@rfa.org
2023.04.28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훌륭한 초지를 만드는 방법 한 북한 여성이 소를 지켜보고 있다.
/ AP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세요.

조현: . 안녕하세요.

MC: 전 세계 어느 국가나 갖고 있는 문제입니다만, 한국은 70~80년대부터 시작된 급격한 산업화로 자연환경이 많이 훼손됐고, 지금은 환경복원과 유지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한국에 비해 산업화가 더디고 덜 되었으니까 아마 자연환경도 과거 그대로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남한으로 들어오는 탈북민들 얘기는 절대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조현: 그럼요 저는 남한보다 북한의 자연환경이 훨씬 나쁘고 열악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산들은 오랜 기간 방치되어서 메마른 산성 토양이 되어버렸고요. 이러한 북한 산지의 황폐화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폭우, 가뭄과 함께 과도한 다락 밭 경작, 개간, 벌목 등 북한에서 시도한 인위적인 요인들 때문에 벌어진 결과입니다. 그러면서 초지의 퇴화도 가속화 되었어요.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북한은 조금만 가물어도 흙먼지가 엄청 날리거든요. 이렇게 먼지 바람은 각종 오염물질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북한 자연환경은 아주 심각합니다.

 

환경오염으로  

북한의 초지 면적 급격히 줄어

 

MC: 인류가 자연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대가가 너무나 크다는 사실을 더 깊이 느끼게 되는 요즘입니다. 지금이 4월 말, 북한에선 초지를 조성하는 시기로 알고 있는데요. 이런 환경오염이나 기후 변화 때문에 초지의 면적이 굉장히 많이 사라졌을 것 같아요

조현: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원래 북한 자체에 초지가 별로 없습니다. 북한은 온대성 기후의 영향으로 연간 강수량이 900~1000mm가 좀 넘거든요. 이런 조건이라면 원래 자연 초지가 제대로, 충분하게 형성될 수 없는 지역이고요. 벌목이나 산불 등 사람의 물리적 간섭으로 인해, 기존 생식이 파괴된 장소와 농경지를 방치하면, 그런 변화의 한 단계 중에 초지가 조성되기도 하거든요. ‘인공초지라고 할까요? 그렇게 생기는 소규모의 초지가 있을 뿐입니다.

MC: 북한은 원래 자연 초지가 별로 없는 지역이라니, 저도 몰랐던 사실입니다. 그러고보니 한국에서도 울창한 삼림은 많지만 드넓은 초지를 보기는 쉽지 않았던 것 같네요.

조현: . 맞습니다. 그래도 한국은 어디나 삼림이 무성해서 정말 멋지고요. 푸르른 녹음이 정말 넘치지요. 또 기자님이 도심에서 생활해서 초지를 못 볼 뿐이지 한국은 정말 초지가 많은 국가입니다. 왜냐하면 인공적으로 잘 조성하고 있거든요. 사실, 지금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 때문에 한국도 초지가 많이 사라졌지만, 한국의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외국에서 도입한 풀의 품종을 한국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지금까지 축적해 놓은 전통 육종 기술을 바탕으로, 변화하는 한국 기후에 적합한 목초 신품종을 개발해 왔습니다. 그렇게 개발된 풀들의 이름이 푸르미, 그린마스터이런데요. 그린마스터 2, 3, 4이렇고요. 계속 개발 중입니다. 초지를 조성하는 데서 가장 중요한 것이죠. 외국의 것들을 들여와 한국의 고유한 것들을 교접해서 사용하는 것그럼 생산성이 수월하게 높아집니다. 사실 90년대엔 북한도 이걸 좀 시도했었어요. 스위스에서 좋다는 풀씨를 가져다가 연구를 하긴 했는데 금세 없던 일이 되어버려 아쉬웠습니다. 기후변화 때문에 그 환경에 살아남을 수 있는 풀을 개발하는 것, 바꾸는 것 이거 굉장히 중요한 문제고요. 조금이라도 상식이 있는 국가라면 모두 그 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초지하면 스위스를 떠올리는데요. 스위스는 100년 전부터 이 초지를 준비했지만 여전히 노력하고 있지 않습니까?

MC: 그렇군요. 그만큼 초지 조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지금 그 부분에 열을 올리고 있는 건데요. 흔히 알기로는 풀이 많으면 가축들이 든든하게 자랄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그 외에 초지가 꼭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북한에 초지가 꼭 필요한 이유

 

조현: 초지가 단순히 가축의 먹이로만 이용되는 건 아닙니다. 질 좋은 풀사료를 공급하는 것과 동물의 복지와 건강을 위한 방목지의 기능도 있고요. 토양의 침식과 홍수 방지, 산불 확산 억제 같은 환경 보호 기능도 있습니다. 특히 북한처럼 무더기비가 많은 곳에선 산을 보호하기 위해 정말 중요하죠. 또한 관광, 휴양, 건전한 정서함양 같은 사회문화적 기능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농축산의 핵심요소인 북한의 초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게 큰 문제지요.

MC: . 저도 들으면 들을수록 북한에서 제대로 된 초지 조성이 시급하다고 느껴지는데 가장 먼저 뭘 해야 하죠?

조현: 목초는 여름철 고온과 장마, 겨울철 동파와 가뭄의 영향을 받습니다. 게다가 과거 104년 동안 한반도의 평균기온이 2.4도 높아졌고 무더기비가 빈번해지는 등 기후변화를 보이고 있어 북방형 목초가 성장하긴 더욱 어려운 환경이거든요. 따라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품종 개량이 시급하고요. 또 초지는 바로 토양에서 비롯됩니다. 목초가 잘 자랄 수 있는 토양 환경을 마련해야 합니다.    

MC: . 북한에서 단시간에 나무를 많이 심는 건 불가능하지만 초지는 한번 잘 해놓으면 나무보다 빨리 퍼지기도 하고, 오히려 토양의 질도 좋아질 거란 생각이 드네요. 좋은 토양 환경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게 거름 아닙니까?

조현: 그것도 아주 중요한 방법입니다. 북한 분들은 초지는 자연적으로 생긴다고 오해하시는데요. 절대로 관리를 해줘야 하는 분야입니다. 초지를 조성할 때 밑거름을 줘야 하는데, 꼭 가축분뇨를 이용한 유기질 거름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유기질 거름은 지역별로 차이가 나지만 대체로 정보당 20kt 정도가 필요합니다. 이런 유기질 비료와 함께, 요소나 질소가 포함된 북한의 흙보산비료를 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또 북한에는 석회가 많거든요. 초지 특성을 고려해서 석회를 주면 영양분이 높아집니다. 석회 주는 양도 토양의 산성화 정도와 토양 알갱이 굵기, 지형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정보당 1~3 톤 정도 주면 좋습니다.

 

주체농법에는 없는 토양 살리는 비법

 

MC: . 양질의 토양 환경을 위해서는 거름이 필수라는 것, 북한 농민 분들이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고요. 북한은 땅의 70%가 산지잖아요? 대체로 단단한 토양층이라 종자를 심어도 자라는 게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한 대책도 있을까요?

조현: 맞습니다. 그래서 씨 뿌릴 골을 째서 뿌리거나 구덩이를 만들어 잔디를 심는 방법으로, 땅 다루기를 해야 합니다. 북한의 산지는 대체로 딴딴한 잔디층입니다. 말씀대로 관리를 잘 하지 않으면 종자를 심을 수 없고 심어도 씨붙임이 되지 않으며 조금만 가물어도 풀씨가 말라 죽습니다. 지금 여러분은 잔디층이 있는 땅에 원반 써레를 이용해서 흙을 잘게 부서트리고 풀씨를 뿌려야 합니다. 그와 함께 지금, 4월에는 잡풀과 독풀을 없애기 위해 잔디층을 한번 다 갈아 엎으세요. 지금은 이렇게 하시고요. 장기적으로는 이렇게 일정을 한번 맞춰보십시오. 가을에 꼭 땅갈이를 해서 겨울을 낸 다음에 이른 봄에 다시 갈아엎고요. 바로 그 땅에 벼과 식물을 심고 7~8월에 수확한 후 그 땅을 다시 갈아엎어 그 땅에 사료용 풀을 심는 것입니다. 그럼 토양에 영양이 생겨서 점점 더 좋은 효과를 볼 것입니다. 쉬운 방법인 것 같지만, 누가 가르쳐주거나 주체농법에는 나오지 않는 방법이니 청취자 여러분께서 꼭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MC: 지금 당장 필요해서 마구잡이로 사용하다 자연환경을 망치는 것처럼 농사도 지금 당장만 생각하면 내년, 내후년 농사까지 다 망칠 수 있다는 것도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네요.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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