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소액 대출 제도 활용해야

서울-이승재 yis@rfa.org
2024.10.17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소액 대출 제도 활용해야 북한 주민이 은행을 이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 안녕하세요.

 

MC: 소장님, 지난주에 해외 출장을 다녀오셨다고요? 어디 다녀오셨나요?

 

조현: . 방글라데시에 가봤습니다. 제가 속한 굿파머스연구소에선 방글라데시 한 농촌의 농민들에게 우량 품종의 산란계와 염소를 배분해 주는데요. 올해로 3년째가 됐거든요. 다들 잘 성장하고 있는지, 또 내년엔 어떤 방법으로 돕는 게 좋을지 현지 농민들의 의견도 들어볼 겸 다녀왔습니다. 방글라데시는 북한에 잘 알려진 곳은 아닌데요. 동쪽으론 미얀마, 서쪽으론 인도 사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땅은 한반도의 2/3정도지만 인구는 1 7천만이나 되는 큰 나라입니다. 인구의 1%를 차지하는 상류층이 국가 재부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서 빈부격차도 심하고요. 전체 노동인구의 45%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는 것까지도 북한과 비슷했습니다. 실은 후진국 형태의 경제구조라고 볼 수 있죠. 게다가 북한에 비해서 자연적, 지리적 조건도 불리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 사회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경제를 성장시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MC: 어쩌면 소장님의 이번 방문도, 국제 사회의 다양한 발전 방식을 받아들이려는 방글라데시 당국의 의지로 볼 수 있겠네요. 방글라데시는 또 어떤 방법으로 경제를 성장시키고 있는지요?

 

해외 투자 받아들인 방글라데시

마이크로 파이낸스 통해 농가 지원도 진행 중

 

조현: 일단 해외 근로자가 자신이 번 돈을 집으로 송금하는 게 자유롭고요. 경작물을 북한 노동당처럼 강탈해 가지 않으니 수확량 증가에 따른 민간 소비도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또 외국으로부터 사회 기반 시설 투자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방글라데시 농민들은 북한처럼 손으로 농사짓지 않습니다. 해외 과학기술도 도입하고 작물 품종도 개선했고요. 그런 새 품종을 가지고 토지의 경작 확대를 이뤄서 농가 소득도 자연스럽게 증가시켰습니다. 사실 그 나라도 농민에게 필요한 자금을 정부가 다 대주지는 못해요. 대신, 산간지역 농업 간부들이 직접 국제 사회에 도움을 호소할 수 있도록 허락해줬고요. 농민은마이크로 파이낸스(Micro finance)’라는 소액 대출 제도를 이용해서 일단 그 돈으로 굶주림을 면하면서 농사도 짓고 소, 염소, 닭 등을 키워 축산업도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MC: 그렇군요. 방금 말씀하신 마이크로 파이낸스가 현지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나 본데요. 어떤 제도인지 좀 더 자세히 알려주시죠.

 

조현: ‘마이크로(micro)’라는 말은아주 작다’, ‘미세하다'라는 뜻입니다. 마이크로 파이낸스는 빈곤층을 위한 소액 대출을 말합니다. 북한 분들은 은행을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그래도 대출이나 보험이 뭔지 잘 아실 거예요. 그것처럼 마이크로 파이낸스에도 소액 대출, 소액 보험이 있습니다. 마이크로 파이낸스는 무엇보다 빈곤 완화라는 목적이 있거든요. 일반 은행은 부동산이나 현물 등 담보나 객관적인 신뢰가 있는 부유층에게만 대출을 시행하는데요. 마이크로 파이낸스는 가난한 사람들을 지원하고 빈곤 감소라는 사회적 해결에 공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이번에 제가 다녀온 방글라데시엔그라민 은행이라는 곳이 있는데요. 이 은행은 방글라데시 전국에 지점이 2200개나 되고 여기서 주로 마이크로 파이낸스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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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그라민 은행이라면 정말 유명한 곳이죠. 영세민들이 자기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그런 공로가 인정되어서 2006년 노벨 평화상까지 받은 기관이잖아요?

 

조현: 그렇습니다. 지금도 그라민 은행은 영세민에게 늘 열려 있고요. 매주 영세민을 돕기 위한 회의가 열리고 매일 은행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경제 성장을 위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돈을 어디에 쓰고 어떻게 갚아야 하는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이자가 적고 아주 소액만 대출할 수 있어서 가난한 사람들에겐 꼭 필요한 대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빈곤을 이겨내고 간단한 창업을 할 수 있을 정도, 즉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만 대출해줍니다. 마이크로 파이낸스는 1970년대 이후 개발도상국들을 중심으로 발전했고, 1990년대 이후 선진국으로도 확산됐습니다. 한국도 최근 저소득층의 자활을 위해서 미소금융재단이란 곳이 출범했고 이곳과 수많은 비정부단체에서 마이크로 파이낸스 대출을 실시하면서 저소득층의 자립을 돕고 있습니다.

 

MC: 이런 제도를 북한 농민들도 이용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그러고 보니 추수철을 맞은 북한 농민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수확의 기쁨도 있지만 농민들에겐 이제 또 빚을 갚아야 하는 숙제가 있잖아요

 

군인들이 현장에서 농작물 탈취

돈주에게 갚아야 할 빚으로 농민은 시름 뿐

 

조현: . 그렇습니다. 가을이 왔지만 농민들은 시름 뿐입니다. 벼가을이 마감됐으니 봄에 지은 빚을 갚아야 하거든요. 부족한 식량과 농약, 비료, 각종 농기자재, 종자들을 사려고 어쩔 수 없이 생긴 빚입니다. 지금 농촌엔 노동당과 정부가 군인들에게 총을 메워서 현장에서 지키고 앉아 경작물을 받아가고 있고요. 도시 물주의 빚에 대한 압력도 장난이 아닌 상황입니다. 이게 사실 엄청난 착취잖아요. 봄에 식량이 없어서 돈주에게 빌린 쌀 10kg은 지금 달러 환율과 곡물 가격의 증가로 50kg으로 물어내야 합니다. 국가에 바치는 수확량까지 합하면 1개 빌려 쓰고 10개를 내놓는 꼴입니다. 제가 잘 아는 평안남도 개천시 보부농장은 농장원의 90%가 빚을 지고 있습니다. 자기 땅도 없는 농민들은 농장에서 받은 배분 중에서도 70% 이상을 빚 갚는데 쓸 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MC: 정말 뭐라도 변해야 할 텐데요. 만약에 북한에 마이크로 파이낸스 기관이 들어선다면 농민들 사정이 조금은 나아질 수 있을까요?

 

MC: . 잘 이행되기만 한다면 훨씬 낫겠죠. 일단 농민들은 돈주에게 돈을 빌리는데 돈주는 농업발전과 관련이 없어요. 그저 고리대를 할 뿐이고 이자율도 일관적이지 않습니다. 당연히 농민들은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죠. 또한 북한 농장은 지배구조나 경영 수준이 세계 기준에서 보면 굉장히 낙후되어 있습니다. 마이크로 파이낸스는 그 자체가 빈곤 퇴치라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여기 투자하는 개인이나 기관도 역시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제도도 돈을 갚긴 갚아야 하잖아요? 북한에 마이크로 파이낸스 기관이 들어서면 대출 실시와 함께 북한 농장의 잠재적인 자금 수요나 농작물의 가치를 토대로 이곳에 다양한 발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방안도 제시할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투자 전문가들은 북한에 투자나 다양한 사업이 도입되면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투자 수익과 북한의 농민 소득 성장을 모두 이룰 수 있는 마이크로 파이낸스 제도가 꼭 필요하고요. 북한 당국이 좀 유연하게 이 제도를 받아들이면 북한 농민은 지금보다 훨씬 풍요로운 삶을 살 것입니다.

 

MC: .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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