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좀처럼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때, 내 뜻대로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을 때, 결국은 그래서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가 혹시 있으셨나요? 그럴 때 누군가 단지 손 내밀어주는 것만으로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든 게 낯설고 서툰 탈북민들의 손을 잡아주고 등을 토닥여준 사람들과 그들로 인해 빛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탈북민들의 이야기, <당신을 칭찬합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심혜은:마침 종이 울렸어. 밥 먹으러 갑시다. 뛰어가는 걸 좋아해서… 우리 같이 뛰어갈까?
이지요:확실히 신나는 시간이다.
심혜은:여기가 중고등부가 있는 곳, 중고등학교 친구들까지 여기에 있어요.
탈북 청소년들의 사회 적응과 교육을 돕기 위해 2016년에 설립된 탈북민 대안학교인 남북사랑학교에서 탈북민으로는 처음으로 초등부 교사가 된 심혜은 씨. 어렸을 때 엄마가 중국으로 일하러 가면서 혼자가 된 혜은 씨는 슬픈 마음에, 감정 표현을 잘 할 줄 몰랐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학생들에겐 자기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특별한 미술 수업도 하고 있죠. 수업이 끝나고 점심 시간이 되자 모두들 밖으로 나가는데요. 걸어서 1분 거리에 중고등학생들이 사용하는 건물에 들어가면 다 함께 먹을 수 있는 급식실이 있답니다. 맛있는 냄새로 가득한 급식실,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모두 즐거워 보이네요.
이지요:보시기에는 어떤 분이신 것 같아요? 선생님으로서.
동료 교사들:선생님은 조용하게 굉장히 남들이 안 보이는 데서도 늘 항상 묵묵하게 일하시고 2시 반 정도 되면 선생님들 다 정신이 없거든요. 그런데 꼭 나와서 중간에 오늘 애들 뭐 먹을지 항상 메뉴 보시고 간식 꼭 챙겨주시고 그리고 정리도 진짜 잘해요. 누구한테 '이거 왜 안 했나, 이거 누가 해야 되나'가 아니라 '아무도 안 하면 내가 하면 되지' 하고 그냥 조용히 하시는 거예요. 그러니까 정말 솔선수범의 달인.
심혜윤: 밥을 못 먹겠어요. 너무 많이 칭찬하셔서…
동료 교사들:칭찬할 게 진짜 많은 분이에요. 인정합니다.
점심 시간이 끝나고 아이들에게 간식꾸러미 하나씩 나눠 주는 심혜윤 선생님. 선생님을 꼭 끌어 안고 놔주지를 않습니다. 수업 시작 전, 칭찬 배달부 이지요 씨가 심혜윤 선생님과 함께 잠시 대화를 나눴는데요.
이지요:그럼 원래부터 선생님이 꿈이셨어요?
심혜윤: 그건 아니에요. 그건 아니고 중국에서 저도 힘들게 여기까지 왔거든요. 그래서 그 과정에 사실 중국에 딸도 있어요. 제 마음이 항상 제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게 나중에 우리 아이를 만났을 때 '우리 엄마 이런 사람이야' 이렇게 '당당하게 어디 가서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는 엄마가 되자' 좀 이런 게 있었어요. 힘들었을 때 이보다 더 힘들었던 적도 있었고 좀 많이 보고 있어요.
10년 간 보지 못한 딸과 당당하게 만나기 위해 도전한 교사의 길, 그동안 심혜윤 선생님은 북한에서 가난한 형편 때문에 배우지 못했던 공부를 다시 시작했는데요. 1년 반 만에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검정고시를 모두 통과했고, 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까지 전공했습니다.
심혜윤: 북한에서 꽃제비라고 표현을 해요. 이제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런 아이들을 좀 이렇게 엄마가 돼주고 싶다라는 게 제가 어릴 적부터, 그러니까 중국에서부터 가졌던 마음이었거든요. 좀 이런 마음이 있어서 더 열심히 살게 되는 것 같아요.
이지요:심혜윤 선생님과 같은 분들 보면 제가 많이 배워요. 그냥 하루 종일 일 없으면 하루 종일 늦게 막 일어나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자고 막 친구들 만나면 막 이렇게 놀고…
심혜윤: 아빠!
이지요:어머 어머 아니 근데 어떻게 아버님이 이렇게 직접 찾아오셨네요.
임천국: 잘하고 있나 들렀어요.
이지요:근데 두 분이 닮지는 않으셨는데, 제가 봤을 때?
딸의 직장에 아빠가 찾아 오는 일은 한국에서도 흔치 않은데요. 남북사랑학교와도 인연이 있는 아빠 임천국 씨는 사실 선교사로 중국에 갔다가 심혜윤 씨를 처음 만났다고 합니다.
임천국: 우리가 만난 게 언제지?
심혜윤: 이제 한 12년 정도.
임천국: 저희들이 이제 중국 시골에 선교하러 가서 이 아이들하고 같이 만나서 같이 밥 먹고 공부도 하고 이런 그런 시간들이 있었어요.
심혜윤: 처음에는 사실 선교사님이라고 하니까 이게 북한에서 받았던 교육도 있고 그래서 좀 두려웠어요. 얼굴을 이렇게 땅에 대고 눈을 안 마주치려고 했었어요. 이제 그렇게 됐는데 시간이 흘러서 12년이 지난 지금은 '아빠 뭐 어쩌고저쩌고' 이제 다른 얘기, 심지어 연애 이야기까지 다 아빠한테 얘기하는 이런 사이가 됐죠.
임천국: 모르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아요. 가서 그냥 물어봐. '저는 북한에서 왔습니다. 아무것도 모릅니다. 잘 부탁합니다' 이렇게 다 하는 거야. 인사를…
이지요:아니 그런 에피소드를 왜 본인 얘기처럼 이렇게 잘 아시는 거죠?
심혜윤: 아빠한테 다 얘기를 했거든요.
임천국 공부도 하지만 그 외에 봉사활동도 하고 또 부업도 해서 또 먹고 살고 이런 1인 3역 1인 4역 이런 역할을 다 하는 거예요.
이지요:지금 칭찬하러 저희 제작진이 왔는데 아버님께서 칭찬을 더 많이 하셨어요.
심혜윤: 아빠 안녕~
1인 3역, 1인 4역으로 열심히 살아온 지 벌써 10년. 심혜윤 선생님은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은 게 하나 있다고 하는데요.
심혜윤: 도전한 거 끝까지 뭔가를 도전한 것. 공부도 저에게는 도전이었고요. 여기 인터뷰 들어왔을 때도 솔직히 두려웠어요. ‘이거 해도 되나’ 막 이렇게 좀 했는데 그런 두려움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이제 도전을 하는 것. 탈북민 가정, 특히 여성분들에게 관심이 있어요. 그래서 이제 아이들과 잘 케어하고 엄마로서도 힘들지만 좀 잘 살아갈 수 있게끔 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지요:네. 앞으로도 당당하게 마주치시고 당당하게 그 꿈을 펼치시기 바라겠습니다. 함께 응원할게요.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꿈도 응원합니다.
<당신을 칭찬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새로운 칭찬 주인공을 찾아 떠나 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