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칭찬합니다] 한국으로 떠난 첫사랑 찾아 탈북한 여자(1)

서울-이예진 leey@rfa.org
2024.03.21
[당신을 칭찬합니다] 한국으로 떠난 첫사랑 찾아 탈북한 여자(1) 당당한 자신감과 넘치는 카리스마로 사업에 성공한 고연희 씨.
/ RFA PHOTO

번쩍이며 용접하던 고연희 씨가 당신을 칭찬합니다오늘의 주인공인데요. 남자들만 일할 것 같은 공장의 사장님, 아니 이사님답게 기운이 넘쳐 보이네요.

 

고연희: 사무실 구경시켜드릴까요? 여기가 저희 사무실입니다.

이지요: 굉장히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따뜻하다 이거 좀 구경해도 될까요? 남편분도 굉장히 미남이신데요.

고연희: 이북에서부터 저의 첫사랑입니다. 한참 연애를 재밌게 할 때 이제 시부모님 반대로 둘이 헤어졌다가 남편은 반항을 하고 이쪽으로 넘어왔어요. 그리고 제가 나중에 몇 년 후에 다시 넘어온 거죠. 남편 쫓아서.

 

남편 찾아 삼만리, 아니 남편 찾아 탈북한 연희 씨. 역시 보통 분은 아니시네요. 북한에서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청진에서 살던 연희 씨는 가슴 아픈 첫사랑을 만나게 되는데요. 첫사랑의 부모님이 가난한 연희 씨를 반대하면서 헤어졌기 때문이죠. 이후 첫사랑이 북한의 모든 것을 버리고 탈북해 한국에서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연희 씨는 그 길로 목숨 건 탈북을 했고, 첫사랑을 만나 결혼해 예쁜 아이의 엄마가 됐습니다. 행복한 동화 속 이야기 같죠? 하지만 동화와 달리 한국에서의 삶은 고달프게 시작됐습니다.

 

고연희: 공장이 없었어요. 처음에 이것도 사실은 저희가 통장에 진짜 250만 원인가 제가 딱 그게 전부였어요. 통장에 있는 게. 이쪽으로 알아보다가 60평짜리인데 이렇게 반쪽만 전세를 놓겠다, 전전세를 놓겠다고 공고가 나왔어요. 얼른 가봤죠. 컨테이너가 이렇게 두 개가 있는 거예요. ‘이 컨테이너 뭐예요?’ 했더니 본인이 예전에 사무실로 쓰던 거래요. ‘얼마예요?’ 했더니 제 통장에 있는 그 금액을 부르신 거예요. 그래서 이제 그걸 드리고 계약서 쓰고 그걸 샀죠. 대신 부지 비용이나 이런 거는 받지 말아달라. 이게 뭔가 이렇게 부딪혔을 때 어차피 내가 이걸 안 하면 갈 길이 없잖아요. 어차피 난 이걸 해봐야 해요. 해야 또 직성이 풀리고 하고 후회하는 게 낫고요. 저는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저는 좀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첫사랑 찾아 2005년 탈북해 2010년 한국에 온 뒤 안 하고 마느니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는 마음으로 지금의 공장을 시작한 연희 씨는 2014년 지예산업 이사님으로, 2019년에는 또 하나의 회사 창성헬스테크 대표님이 되셨는데요. 사업 초기 어려움은 다양한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하나하나 헤쳐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지요: 이 중에서 어떤 게 가장 뿌듯해요?

고연희: 여기 보시면 북한이탈주민 고용 모범사업자 지정서라는 게 있어요. 저희랑 다른 업체 두 곳만 받은 최초로 받은 지정서예요. 그게 북한이탈 주민을 3명 이상 고용이거나 이제 그 이상으로 고용했을 때 받는 건데 후배들한테 좀 자랑스럽지 않을까.

 

기술 인정서와 모범사례 표창장 등 수많은 상장 중에서도 탈북 후배들을 고용하고 기술을 전수한 게 가장 자랑스럽다는 연희 씨. 바로 옆에 그런 분이 계시네요.

 

이지요: 안녕하세요. 오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이혜숙: 저는 얼마 안 돼서 한 4.

이지요: 그럼 여기 근무하신 지는?

이혜숙: 4년 됐어요.

이지요: 오자마자 그럼 여기에서 근무를 하신 거네요. 연희 씨 어떠세요?

이혜숙: 여기 터 있는 사람도 아니고 터가 없는 진짜 없는데, 시작부터 지금까지 해오신 걸 보면요. 참 너무나 대단하셔서요. 꼭 배우고 싶은 분이에요.

 

현재 공장 직원은 남북 합쳐 모두 9, 게다가 여성이라고 용접 못할 건 없답니다.

 

이지요: 여기 우리 여성분? 이분도 여성분이세요?

고연희: 네 여성분입니다.

이지요: 여기 쓰고 계셔가지고 잘 모르겠는데.

고연희: 모자 좀 벗어주시겠어요? 마스크도 좀. 저희 과장님이시고요.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저희 언니입니다.

이지요: 친언니요? 좀 닮으셨다. 어쩐지, 아니 어떻게 이렇게 언니분이랑 같이 또 이렇게 작업을 하게 되셨어요?

고연희: 바쁘다 보니 언니를 끌어와서 이제 억지로 눌러 앉혔죠.

고정현: 거절이 쉽게 안 되더라고요.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하는 모습이 좀 안쓰럽기도 했고 기특하기도 했고 대견하기도 했어요.

 

고연희: 저희가 17년 만에 만났어요. 언니가 먼저 중국으로 가고 이제 제가 나중에 넘어왔는데 저를 죽은 줄 알고 아예 포기한 상태였는데 제가 먼저 한국에 와 있던 거예요. 언니 나중에 와서 이제 서로 만나게 됐어요.

이지요: 칭찬 제보를 많이 듣고 왔거든요. 여자대장부다, 당당하다!

고정현: 제가 옆에서 어떨 때 볼 때는요. 조금 살짝 무서울 정도로 추진력이 아주 좋고, 일단 본인이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면 끝까지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거든요.

 

사실 가장 믿을만한 사람인 언니까지 모셔올 정도로 연희 씨 회사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언니가 말하는 연희 씨의 추진력으로 또 다른 회사를 설립했기 때문이죠. <당신을 칭찬합니다> 다음주 이 시간에 연희 씨의 두 번째 회사를 소개하겠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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