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좀처럼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때, 내 뜻대로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을 때, 결국은 그래서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가 혹시 있으셨나요? 그럴 때 누군가 단지 손 내밀어주는 것만으로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든 게 낯설고 서툰 탈북민들의 손을 잡아주고 등을 토닥여준 사람들과 그들로 인해 빛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탈북민들의 이야기, <당신을 칭찬합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윤미소: 립스틱! 나만의 맞춤 립스틱 만들기를 이제 수업하기로 했거든요. 혹시 함께 만드실래요?
이지요: 좋죠. 너무 좋겠다.
윤미소: 네. 그럼 준비되어 있으니까 이 안쪽으로.
이지요: 안녕하세요?
참가자들: 안녕하세요?
윤미소: 채도를 좀 낮춰서 이렇게 라이트한 컬러로, 여기는 이제 탁색이라고 해서 웜 톤에 제일 가까운, 채도가 높은 톤이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베이스를 준비해 놨고요. 잘게 잘게 이렇게… 그 정도에 이제 오일 한 방울 넣어서 색상을 섞을 거예요.
한국에선 요즘 기존에 판매하고 있는 수많은 립스틱, 그러니까 구홍 대신 나만의 개성 대로, 내가 좋아하는 향과 색으로 구홍을 만드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참가자들 개개인에게 어울리는 색깔을 찾아주고, 그 색으로 구홍을 만드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윤미소 씨는 나한테 어울리는 나만의 색깔을 찾아 나만의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미지 컨설팅 전문가인데요. 색을 연구하는 전문가답게 고향 북한을 떠올리며 특별한 색의 구홍도 만들었다고 합니다.
윤미소: 이렇게 보시면 여기 혜산 보라색, 이렇게 이름을 좀 붙여왔어요. 그리고 여기는 평양 빨간색, 자강도는 감자가 또 유명해요. 그래서 자강도 갈색이라고 지었어요.
참가자들: 재밌죠. 파는 거랑 다르게 미소 선생님이 만드시는 립스틱이 각질이 안 일어나고 좋아요.
윤미소: 그래 이 맛에 하지.
이지요: 됐어요. 색깔 너무 예뻐. 세상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것.
윤미소: 이제 발라 보셔도 됩니다. 당장은 촉촉하지는 않은데 다 바르고 나면 굉장히 촉촉하고 착착 감기거든요.
이지요: 어때요, 저? 아까보다 예뻐졌나요?
2010년에 한국에 정착한 31살 윤미소 씨는 한국에 처음 와서 놀란 것 중 하나가 북한과 다르게 다양한 색깔의 옷과 신발, 화장법이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그 뒤로 색깔의 세계에 빠진 미소 씨는 처음 만나는 색과 이름을 달달 외우고 서로 어울리는 색을 찾는 일이 재미있었다고 하는데요. 남한 토박이들에게 뒤지지 않으려 밤잠 아껴가며 공부해 이미지 컨설팅 전문가가 되었지만, 나만의 분위기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강의를 하기 위해 많은 남한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고 말합니다.
윤미소: 강의를 나가기 위해서 거의 뭐 한두 달은 연습을 했던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강사 윤미소입니다" 아니면 "안녕하십니까 컨설턴트 윤미소입니다" 이런 것들을 수없이도 반복을 해서 연습을 했거든요. 남들 앞에서 뭔가 내가 잘할 수 있고,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연습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북한에서도 마찬가지로, 북한은 누구를 비판하거나 생활총화 같은 거는 많이 하잖아요. 근데 그거는 '내가 잘했어'가 아니라 '너가 잘못했기 때문에 이 부분을 빨리 네가 사과해' 이런 흐름으로 이제 다 교육을 받고 했다 보니까 남들 앞에서 내가 나라고 표현을 하는 표현 방법을 몰랐던 것 같아요. 아침에 강의를 딱 가기 그 시작 전까지도 잠을 안 자고 계속해서 강의안을 이제 또 바꾸고 1부터 시작을 했던 것 같아요.
윤미소: 이 여름 톤은…
권하연: 선생님, 우리 트렌드 컬러에 대해 잠깐 얘기할 수 있어요?
윤미소: 네. 알겠습니다.
권하연: 미소 선생님이 컬러를 많이 만드니까 좀 제안을 해서 수업내용을 더 탄탄하게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윤미소: 네네. 그래서 좀 더 글로시한 느낌의 좀 따뜻한 이제 노란색을 좀…
스스로 발전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한 끝에 미소 씨는 현재 연 200회 이상의 기업 강의와 월 2, 30회에 달하는 맞춤 수업을 할 정도로 알아주는 전문가가 되었는데요. 그만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미소 씨. 미모의 한 여성 분이 미소 씨를 급하게 찾는데요. 과연 누구일까요? 칭찬 배달부 이지요 씨도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듭니다.
이지요: 가서 나도 물어보고 싶다.
권하연: 내년 트렌드 컬러들이 살 수 있게끔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지요: 잠시만요. 잠시만요. 아니 컬러 얘기를 굉장히 심도 있게 나누시던데요. 혹시 어떤 사이인지 제가 여쭤봐도 될까요?
윤미소: 여기 회사에 제가 지금 한 7년 정도 근무를 하고 있는데요. 이분은 저의 멘토이자 이 회사 대표님이십니다.
이지요: 대표님이라서 그런지 굉장히 아름다우시고 또 역시 그의 제자시니까 굉장히 아름답고, 저까지 셋 다 이렇게 아름답기 좀 힘든데… PD님 많이 웃으시네요. 아니 그런데 두 분의 인연이 굉장히 특별해 보이세요.
권하연: 처음에 미소 씨가 보조 강사를 하기로 저랑 약속을 했는데 전화를 안 받아서…(웃음)
윤미소: 대표님! 그 얘기만은…
권하연: 스케줄을 픽스해야 된다고 했는데 전문 단어를 사실 모르셨대요. 어쨌든 저쨌든 저는 이 사람을 강사로 만들어줘야 되니까 이제 무조건 강의를 나가라고 해서 그 강의장 앞에 있는 카페에서 둘이서 '해봐! 다시! 다시!' 막 이렇게 하면서…
윤미소: '왜 자꾸 저한테 이러시지' 좀 이런 마음이 계속 있었어요. 회사에 이렇게 나가려고 문을 딱 열면서 '하기 싫다' 그 정도로…
미소 씨가 다니고 있는 회사 ‘블레스미’의 권하연 대표는 미소 씨가 ‘스케줄을 픽스해야 한다’는 게 일정을 그날로 정하자는 건 줄 모르고 전화를 안 받았다는 걸 뒤늦게서야 알게 됐다고 하는데요. 북한 출신이라 영어투성이인 업계 용어도 잘 몰랐던 미소 씨에게 탈북민이라고 다르게 대하지 않고, 오히려 먼저 다가가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알려줬던 권 대표님, 미소 씨에겐 은인이나 다름없어 보이네요.
권하연: 그런 때가 있었는데 제가 최근에 같이 갔던 강의에서 이렇게 보면은 아주 이렇게 청중을 자기가 딱 휘어잡으면서 '내 말 들어' 하는 식으로 잘하더라고요.
이지요: 폭풍 성장하셨네요. 미소 씨가 이런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끝까지 밀어붙여서 이렇게 성장시켰다, 이런 점이 있으실 것 같아요.
권하연: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리고 하나하나의 그 경험들이 쌓여서 그게 다 자기 것이 되는데 뭔가 '이거 못할 것 같아요' 하거나 잠수를 타거나 이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나아지려고 하는 모습들을 보여줬던 것들, 그런 것들이 저로 하여금 '그래도 이 친구는 잘하겠구나' 그런 부분에서 신뢰감이 많이 생겼던 것 같아요.
이지요: 자 꽃다발 여기에 있습니다. 당신을 칭찬합니다. 윤미소 씨, 남과 북을 잇는 고마운 인연입니다.
윤미소: 그럼 저는 이 꽃다발을 또 저희 대표님께 드리고 싶은데 이제 끝까지 저를 잘 끌고 와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하고요. 왜 눈물이…감사합니다. 대표님.
권하연: 안아줘도 돼요?
이지요: 그럼요.
끝까지 안아주었던 스승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제자. 두 사람의 인연이 범상치 않죠? 아마 앞으로도 이렇게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더 멋진 꽃길을 걷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당신을 칭찬합니다> 꽃길을 걸을 다음 칭찬 주인공은 과연 누가 될까요? 다음 시간에 만나 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