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보건의료 지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펑스제약’ 방식의 개발협력으로 나가야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9-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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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북한 평양 문수지구 '류경구강병원' 내 약국.
사진은 북한 평양 문수지구 '류경구강병원' 내 약국.
사진-연합뉴스

(INTRO)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시간입니다.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은 사람 중심의 보건, 복지, 의료 국가를 만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북한 약사 출신이 본 북한의 약업 환경과 바람직한 남북협력 방향을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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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의사, 공인회계사, 약사 등의 이른바 ‘사’자 전문직은 높은 연봉과 사회적 지위가 보장된 직업입니다. 남한 사회에서 ‘선망의 직업’이나 ‘이상적인 배우자 감’을 꼽을 때 빠짐없이 거론되는 직종입니다.

약사의 경우, 제약사, 병원, 개인약국 등 취업기회가 많은 편인데요, 그래서일까요? 남한의 종로학원하늘교육은 2019학년도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 응시자를 취합한 결과, 2014년부터 8.5대1이 넘는 고공 행진을 내년에도 이어갈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약사의 사정은 다르다는데요, 북한 함흥약학대학교 교수직을 역임하고 탈북해 서울에 정착한 박태춘 씨의 말, 들어보시죠.

(박태춘) 많이 다릅니다. 남한의 약사는 약대를 졸업한 뒤 약사 면허를 따잖아요. 그리고, 개인약국이나 제약회사에 취업하거나 약국을 개업할 수 있습니다. 반면, 북한은 모든 약국, 제약공장이 국가 소유고, 약사도 국가에서 배치합니다. 소유가 다른 겁니다. 북한은 1990년 이후 먹고 살기가 힘들어져서 자유화 시장이 조금씩 허용됐습니다. 그 자유화 시장에서 국가 약품이 고갈되니까, 지금 개인약국들이 조금씩 개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는 사회주의 법이 그대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약국들이 활발하게 퍼지고 있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박태춘 전 교수는 함흥약학대학을 졸업했는데요, 1993년 약대 교수 취임 후 2005년까지 교수생활을 했습니다. 약사이자 교수로서 낮지 않은 사회적 지위를 영위했던 박 전 교수는 2012년 북한을 탈출했습니다. 사회적 지위는 높은 반면 월급은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는 수준의 생활을 더는 감내하기 어려워서였습니다.

(박태춘) 북한 약대 교수들의 월급이 대단히 낮습니다. 약대 교수들이 북한 시장에서 쌀 2kg을 살 수 있는 월급을 탑니다. 북한에서 국정가격이 없어진 지는 오래됐습니다. 북한 교수들의 월급은 국가에서 정한 가격이기 때문에 이런 국정가격이 오래됐지만, 모든 물가가 시장가격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월급이 국정가격에 준하고 있으니까, 약사나 약대교수들이 그 월급으로 살아갈 수가 없어요. 그러다 보니 약대 교수들이 본인도 살고 가족들도 살리려면 약품매매나 돈 되는 약을 만들어서 팔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낮에는 직장에 나가서 대충 시간을 때웁니다. 밤에는 약품 원료를 사다가 약을 만들고, 약품 밀매를 하고, 의사와 담합해 약을 팔기도 하면서 삽니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사회의 다양한 생필품이 비공식적인 장마장을 통해 거래되면서 의약품 역시 비공식 시장에서 거래가 늘었는데요, 특히 현직 의사들이 비공식 시장에서 거래되는 의약품 정보를 활용해 처방을 내리는 게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박 전 교수에 따르면, 북한 내 약학교육기관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인데요, 함흥약학대학의 경우 6년제로, 연간 4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사리원동약대학은 4년제로, 연간 약 100명의 학생들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의학대학 내 약학부는 전국에 10개가 있으며, 각 50명씩 배출해 연간 모두 500여명의 약제사를 배출합니다.

이런 약제사들이 해외연수를 포함해 연수교육을 받고 있냐고 물었습니다. 남한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는 관련 법령과 규정에 따라 약사는 매년 연수교육을 이수해야 하거든요. 박 전 교수의 대답입니다.

(박태춘) 받아본 적이 없어요. 북한에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교수가 비행기 탈 돈도 없고, 국가가 교수들에게 그런 것을 승인하지도 않고, 비용도 국가가 댈 수도 없습니다. 모든 교사나 교수들이 먹고 사는데 급급합니다. 비행기 탈 돈이 없습니다. 해외연수 같은 것은 국가가 전혀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돈도 없거니와 생각조차 할 수 없어요.

마침, 남한 통일부는 최근 대북 인도적 식량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남한은 국제기구를 통해 대북 식량·보건의료 지원을 하는 계획을 포함해 정부 간 직접 지원 방식 등 다양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 복지, 의료 부문의 경우, 어떤 방식의 국제적 지원이 효과적일까요? 박 전 교수의 말입니다.

(박태춘) 북한이 현재 가장 필요한 게 전기, 식량, 의료품입니다. 유엔의 약품지원도 필요하겠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남북관계가 잘 풀려서 남한 약품이 많이 지원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북한에 있을 때 유엔 지원 약품도 많이 사용해봤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약품 공급체계가 중앙으로부터 지방으로 내리 공급하는 체계입니다. 그 결과, 약품 전달이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소비자가 직접 약품을 사먹을 수 있는 방법을 택하는 게 좋을 듯 합니다. 남북경제교류가 하루빨리 시작돼 평양과 각 도에 약품을 팔 수 있는 약국들이 개설돼 철도와 자동차로 남한 제약공장에서 생산된 약품들이 직송돼 판매되는 시스템이 자리잡았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이와 관련해, 탈북자 출신인 간호사 민하주 씨는 지난해 9월 서울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지원되는 유엔 해외 의약품은 간부의 횡령이나 실무자의 도용, 도난사고 등으로 대부분 외부로 유출된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때문에, 앞으로는 단순히 소규모의 일회성, 긴급구호적인 인도 지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개발협력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게 박 전 교수의 판단입니다. 그러면서 ‘펑스제약’을 성공사례로 들었습니다. 펑스제약은 스위스 기업과 보건성 산하 평양제약공장이 공동 투자한 회사로 2004년부터 평양에서 의약품을 생산, 판매하고 있습니다. 박 전 교수의 조언입니다.

(박태춘) 지금 북한의 약제산업에서는 신약품 생산이 어렵습니다. 전기사정이 지금 말이 아니고, 원료사정도 걸립니다. 공장들이 다 노후화돼서 폐허로 변했어요. 제대로 된 약품을 생산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지금 한약 생산 쪽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또, 평양과 스위스 합영회사처럼 다른 나라와의 합영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평스제약’과 같은 합영회사가 평양과 지방에서 산하 약국을 운영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이게 자본주의 경제방식이죠. 이 방식으로 현재 나가고 있는데, 저는 남북교류가 빨리 돼서 한국의 제약회사들이 합영회사를 만들어서 ‘평스제약’과 같은 방식으로, 한국 제약회사가 약을 만들어, 북한에서 약국을 개설해 약을 파는 방식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오늘은 북한 약사 출신이 본 북한의 약업 환경과 바람직한 남북협력 방향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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