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보건의료 지원, 국제 구호단체들 하지 않는 ‘경제협력-인도지원 융합 모델’ 고려해야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9-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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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시간입니다.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은 사람 중심의 보건, 복지, 의료 국가를 만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변화하는 북한 의료현장과 대북 보건의료 지원의 다양한 방안을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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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17일 세계식량계획과 유니세프의 북한 아동·임산부 영양지원과 모자보건사업 등 국제기구의 대북지원 사업에 800만달러 공여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야말로 인도적 대북 지원에 청사진이 켜진 셈인데요, 이를 전후해 남한 여러 군데에서 북한의 보건의료 실태를 살펴보는 크고 작은 행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가정의학교실 박상민 주임교수 (전 국회 대북정책 거버넌스 자문위원회 자문위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가정의학교실 박상민 주임교수 (전 국회 대북정책 거버넌스 자문위원회 자문위원)

이런 보건의료 실태를 연구하는 일에 일찌감치 뛰어든 의료계 전문가가 있습니다. 바로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의 박상민 교수입니다. 지난 2012년에는 서울의대 통일의학센터 창립 멤버로 참여했고, 2013년-2014년에는 국회 대북정책 거버넌스 자문위원회 보건의료 부문 자문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이처럼 북한 보건의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뭘까요? 박 교수의 대답입니다.

(박상민) 15년전에 국립암센터에서 근무할 때, 탈북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남한 정착을 하면서 1년, 2년, 3년 지날 때마다 다양한 건강문제를 갖는 것을 봤습니다. 남학생의 경우, 처음에 남한에 입국할 때는 키 165cm에 60kg정도 정상체중을 갖고 있다가, 1년, 2년 지날 때마다 체중이 5kg, 10kg 늘면서 비만으로 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체계적으로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 이후, 북한 출신 의사들 가운데 남한에서 다시 한번 의사면허를 취득하기를 원하는 분들이 의사면허 취득하는 과정을 지원하다 보니 북한의 의학교육 과정, 의사양성과정, 또 북한 내 여러 건강문제 실태를 실질적으로 접하게 되면서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탈북 청소년들과 북한 출신 의사들과의 잦은 접촉은 북한 의료영역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됐는데요, 박 교수는 결론적으로 북한은 표면적으로는 무상의료체제지만, 사실상 소멸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박상민) 과거 고난의 행군 전 북한 내에서 사회주의 의료체계가 작동하던 시절에는 여러 의료 서비스가 무상으로 제공됐습니다. 1990년 고난의 행군 시절 이후에는 북한 의사들도 적절한 월급이나 배급을 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이러다 보니 의사들이 나름 생계유지를 위해 의료행위를 할 때 환자들에게 비공식적 금액을 받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여러 연구를 살펴보면, 일부 위 절제술이나 제왕절개 수술을 할 때 현재 돈으로 약 30달러 정도, 초음파 촬영은 10달러, 진단서나 간단한 치료는 1달러 정도의 비용을 비공식적으로 받게 되면서, 의사들이 이 비공식 비용을 토대로 생계를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이 같은 북한 무상의료체제의 붕괴는 딱히 놀랄 일은 아닙니다. 앞서, 구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 등 체제전환국들이 겪은 현상과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박 교수가 놀라고 우려하는 점은 의약품의 오남용 문제입니다.

(박상민) 저희가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면, 10명 중 7명 정도가 북한 장마당이나 개인약국에서 약을 구입한 경험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장마당에서 약을 구입하게 되면, 참고 참다 증상이 심할 때만 통증 조절이나 증상 조절 목적으로만 약을 구입하고, 증상이 개선되면 자기가 판단해서 약 사용을 중단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 소화제, 수면제, 항생제 등은 남용하게 되고, 만성적으로 혹은 중장기적으로 치료하는 경우에는 약을 복용하지 못하고, 조금 좋아졌다가 약을 끊게 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결핵의 경우 적어도 6개월 이상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하는데, 약을 2주-3주 복용하고 증상이 호전되면 결핵 약을 스스로 중단하는 경우가 있어서 다제내성결핵 문제도 이런 장마당에서 약을 증상에 따라 사서 복용하는 것과 관련이 큽니다.

‘다제내성 결핵’이란 치료 약제에 내성이 생겨 치료가 어려워진 결핵으로, 일반 결핵과 비교해 높은 치료 비용과 까다로운 치료 과정을 필요로 합니다. 이처럼 사정이 열악하다 보니, 북한의 보건의료 부문은 상당히 해외 원조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국제 구호단체들은 모자보건과 감염성 질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고 박 교수는 지적합니다.

(박상민) 두 가지의 큰 취약점이 있습니다. 첫째, 국제기구들을 통한 안정적 재정지원이 중단되면 사업이 큰 위기를 맞습니다. 2015년 이후 핵 문제와 남북관계 경색으로 한국 통일부의 남북협력기금으로부터 세계보건기구를 경유해 북한 모자보건 사업으로 지원되는 인도적 예산이 중단됐습니다. 결핵사업의 경우도 전국 단위의 결핵사업을 지원하는 글로벌펀드가 지난해 6월 재정지원을 중단했습니다. 둘째, 북한에서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10%가 넘었고, 합계출산율도 1.9명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 결과, 심혈관 질환, 암, 중풍,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과 관련된 질환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국제사회 지원으로는 이런 비감염성 질환 관리에 취약하기 때문에, 여러 단체들과 함께 노력하면서 북한의 보건의료에 비감염성 질환 관리에도 신경 쓰면서 대비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박 교수는 올해 초 서울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국제 구호단체들이 하지 않는 창의적인 남북교류 협력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경제협력과 인도지원을 융합한 모델을 새로운 전략으로 제시했는데요, 이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박 교수의 말입니다.

(박상민) 과거 국제사회나 남북 교류협력에서는 단편적인 보건의료지원이 이뤄졌던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모자보건사업이나 약제지원사업을 보면 유니세프의 입찰 체재를 토대로 필수영양제나 필수의약품을 조달해 구입하면, 북한에 전달만 하는 형태로의 지원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이렇게 되면, 북한 내부의 자생적인 약제생산 능력이나 의료물품 생산능력은 개발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북한 내에서 경제협력의 모델을 같이 도입하면서, 북한 내부에서 국제수준에 맞는 약제생산 능력이나 물품 생산 능력을 갖추면서 보건의료 원조에 대한 부분의 공적개발원조 (ODA) 예산 부분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경제협력에서 생산된 물품을 구입하고, 필요시, 북한이나 다른 개발도상국으로도 지원하는 모델이 북한 내에 자생적인 생산능력도 키우면서, 또 보건의료원조나 ODA와 관련된 부분을 접목시키는 융합모델입니다.

RFA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오늘은 변화하는 북한 의료현장과 대북 보건의료 지원의 다양한 방안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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