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시간입니다.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은 사람 중심의 보건, 복지, 의료 국가를 만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탈북 여성의 이혼 소송과 관련 복지 혜택을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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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2살의 여성 A씨는 지난 2014년 북한에 남편을 남겨둔 채 탈북했습니다. 이후 중국에서 살다 2017년 남한에 입국했습니다. 정착 후 A씨는 노래방도우미 등의 일을 하다 임신해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러나 이 아이는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습니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갓난아기는 의료보험이나 양육수당 같은 기본적인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A씨는 북한에 있는 남편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냈고, 승소했습니다. 최근 이런 사연이 한국 언론에 보도됐는데요,

이 기사를 접하고, A씨처럼 북한에 배우자를 놔두고 탈북한 여성이 남한에서 아이를 출산하면 그 아이는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고 무국적자가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번 소송에서 A씨의 변호를 도운 ‘법률사무소 지율’의 대표인 우원상 변호사에게 물어봤습니다.
(우원상)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 국적법에 따라, 당연히 탈북자는 한국 국적을 갖고 그 자녀 역시 한국 국적을 갖습니다. 다만, 이는 출생신고를 전제로 합니다. 이번에 언론에 보도가 나간 사례처럼 출생신고가 바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있어서 무국적자와 비슷한 취급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남한에서 출생신고는 태어난 지 1개월 이내에 태어난 자의 본적지 또는 신고인의 주소지 시·읍·면의 사무소에 신고하는데요, A씨가 현재 2살된 아들의 출생신고를 바로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우원상) 사실, 자녀의 친부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사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정이 있으면 법원에서 왜 자녀의 친부를 알 수 없었는지에 대해서 소명할 것을 요구하고, 이에 대한 판단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구체적으로, A씨의 경우, 아이의 아버지는 누구인지 모르는데, 북측 남편과는 혼인상태라 이 상태로 출생신고를 하면 북측 남편의 아이가 됩니다. 그래서, 북측 남편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냈다는 것입니다. 서울가정법원은 A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북한 남편과의 이혼을 판결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탈북 여성들의 이혼 청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2017년 통일부 발표에 의하면, 분단 이후 남한으로 이주한 탈북자 수가 3만명이 넘어 섰는데요, 이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70%가 될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남북하나재단의 지난해 탈북자 정착실태조사에 따르면, 연령별로는 40대가 31%, 30대 26%, 50대 이상이 23%였습니다. 탈북 여성이 늘어남에 따라 이들의 이혼소송도 증가하는 셈인데요, 이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우 변호사의 설명, 들어보시죠.
(우원상) 여러 문제가 있지만,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탈북 과정에서 생긴 자녀가 있을 경우, 예컨대, 중국에서 사실혼 관계 배우자가 있고 그 사이에 자녀가 있는 경우, 사실혼 배우자나 자녀 초청 문제가 있습니다. 둘째는, 탈북 과정에서 생긴 자녀가 남자아이인 경우, 이중국적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탈북 여성이 사실혼 배우자나 자녀를 남한으로 초청하려면 현 제도상 일년 이상 직업을 갖고 체류하는 등의 요건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이 일년 안에 이런 요건을 충족하기 힘들고, 게다가 이 기간이 장기화되면 가족과 다시 강제 단절되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발생한다고 우 변호사는 우려합니다. 후자의 경우는 병역 문제입니다. 이런 처지에 있는 탈북 여성들의 안녕과 복지를 위해 법적인 부분에서 개선점은 없는 걸까요?
(우원상) 전자의 경우, 탈북자들에 대해서는 중국의 호구를 바탕으로 이 부분의 요건을 완화시키는 등의 대책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후자의 문제는 남한 사회에서 민감한 병역 회피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에 바로 개선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다만, 국적을 포기할 수 있는 기준이 현재는 단순히 연령 기준으로만 돼있는데, 이 부분을 탈북자 자녀에 대해서는 특례를 주어서 탈북 시점 이후 자녀의 출생 신고가 남한에서 이뤄진 시점을 기준으로 해서 일정 기간 내에서는 국적을 포기할 수 있게끔 하면 개선될 듯 합니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고, 탈북 여성이 북한에 있는 남편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해 힘겹게 승소했는데, 나중에 북한에 있는 남편이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서 만나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물어봤습니다. 우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우원상) 북한의 배우자와 이혼을 구하는 이유가 남한에서 새로 혼인생활을 하려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탈북 과정에서 생긴 사실혼 배우자와 법률적으로 혼인신고를 하기 위해서 이혼하고 있습니다. 뒤늦게 북한의 배우자가 오더라도 이미 혼인 관계가 원래대로 돌아가기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에 이혼의 효력 자체는 법적으로 인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 북한의 배우자 사이에 이미 자녀가 있었고, 그 자녀가 북한의 배우자와 함께 입국하게 된다면 그 자녀에 대한 양육비 부담과 같은 양육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주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남한에서 이혼을 하였으나, 새로 혼인생활을 하지 않은 사례도 있습니다. 이 경우, 새로 북한의 배우자가 오게 되면 다시 만나 서로 혼인생활을 계속할 지 여부를 논의하고 남한에서 다시 혼인신고를 하면 혼인생활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이혼 후 양육 책임을 포함해 여러 필수적 법률 상식에 대해 체제가 완전히 다른 사회인 남한에 사는 탈북자들이 제대로 알기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앞으로, 탈북자들이 북한에 남아있는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내거나, 자녀 양육비를 청구하는 등 알아야 할 법률 상식을 배우고 도움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 변호사의 조언입니다.
(우원상)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운영 중인 ‘북한이탈주민법률지원변호사단’으로 저를 포함해 159명의 변호사가 지역별로 있습니다. 변호사 일부는 지역별 하나센터의 담당변호사로 지정돼 있습니다. 하나센터에서 지정된 변호사에게 요청하면, 법률상담을 할 수 있게끔 돼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에서도 탈북자들을 위한 재판절차 안내책자를 2017년 발간해 각 지역별 하나센터에 배포했습니다. 이 책자는 남북간 법률 용어간 차이가 있는 부분을 설명하고 있어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인터넷 검색창을 통해 인터넷 파일로도 얻을 수 있습니다. 교육 측면에서는 재단법인 ‘동천’이라는 곳이 있는데, 변호사나 활동가들을 상대로 법률지원 교육을 하고 있어 간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사실은 법률서비스를 어떻게 받을 것이냐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야 하는데요, 국가에서 운영 중인 대한법률구조공단, 대한변호사협회가 운영하는 대한변협법률구조재단을 통해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에 언론에 보도된 사례도 지역 하나센터를 통해 제가 사건을 연계 받아 대한변협법률구조재단으로부터 법률구조를 받아 문제를 해결한 사례입니다.
RFA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오늘은 탈북 여성의 이혼 소송과 관련 복지 혜택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