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 전환국 보건의료체계 사례 북한 동일 적용 참고 가능하나, 답은 남북이 찾아야’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20-01-14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평양 위성과학자 주택지구 내에 세워진 종합진료소.
평양 위성과학자 주택지구 내에 세워진 종합진료소.
사진-연합뉴스 제공

(INTRO)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시간입니다.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은 사람 중심의 보건, 복지, 의료 국가를 만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북한 보건의료법 분석과 체제 전환국 보건의료체계 개혁 사례의 북한 적용 가능성을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남한 정부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 북한의 모자 보건 지원 사업을 재개하기로 하면서, 북한의 보건의료분야 재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이를 위해 북한의 보건의료법을 알아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의료법윤리학과 김소윤 교수.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의료법윤리학과 김소윤 교수. /연세대학교 웹사이트

문제는 북한 보건의료법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점인데요, 이런 난관에도 남북한 보건의료법을 비교연구한 전문가가 있습니다. 바로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의 의료법윤리학과 김소윤 교수입니다. 김 교수는 자유아시아방송에 자신이 북한 출신 전문가가 아니며 법안 분석만 한 것이라는 전제 하에 북한 의료법의 특징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김소윤) 북한 의료법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달성하려는 지표가 남한과 다르게 정리돼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평균수명을 늘리고, 질병 발생율을 낮추고, 병 치유률을 높이고, 노동능력 회복율을 높이는 것을 강조해 법 전체가 이를 지향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미시적으로는, 호 담당의사제도가 있고, 종합병원과 전문병원, 예컨대 종양, 여성, 어린이, 결핵, 감염병 등 분야별로 전문병원이 있습니다. 남한은 전반적으로 질병 치료 중심이어서 건강 증진이나 예방 중심으로 나아가려고 하는데 비해, 북한은 법으로는 이미 그 방향으로 돼있습니다. 또, 남한은 원격의료 부분은 아직 법적 제약이 많은데, 북한은 정보화 측면에서 돼있다는 점에서 조금 더 현대화됐다고 봅니다. 반면, 비감염성 질환이나 장기이식, 정신보건, 죽음, 구강보건, 후천성면역결핍 등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법적으로 어떤 내용이 돼있는지 잘 발견되지 않거나 없는 상황입니다.

김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보건의료법을 항목별로 분류했을 때 모두 203개 항목 중에 북한은 93개 항목이 없었고 남한은 4개 항목이 없었습니다. 물론, 법률이 적은 국가가 법률이 많은 국가보다 보건의료가 실제로 발달된 것은 아니지만, 보건의료 법률이 많다는 것은 그 국가가 보건의료체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입니다.

보건 의료법은 엄연히 있지만, 북한의 보건의료 체계는 사회 안전망이 국가에서 개인으로 넘어가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데요, 북한 의료계가 당면한 주요 문제는 뭘까요? 김 교수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김소윤) 일부 학자들은 이미 옛날부터 개인으로 넘어갔었다고 말합니다. 무상의료와 무상치료가 있지만, 과거에도 개인이 돈이 없으면 무상치료여도 약을 쓰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거죠. 최근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져서 돈이 없으면 무상으로 치료받아도 치료에서 필요로 하는 약품이나 재료는 본인이 돈을 내야 합니다. 그 결과, 국가 치료개념이 무너졌다는 말이 나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에서 미리 사전적으로 관리하는 부분은 남한보다 더 잘 돼있을 수 있는데, 질병을 치료하는 측면에서는 많은 부분에서 어려운 단계가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치료 과정에 대한 부분이 북한이 당면한 큰 과제입니다.

<여러분께서는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을 듣고 계십니다>

작금의 북한처럼 많은 구 소련 체제전환국들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보건의료가 국가의 우선순위에서 밀렸죠. 그러다 시장 개방 이후 보건의료체계가 개혁되면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데요, 이들 국가들의 사례를 북한에 적용하면 어떨까요? 이 같은 질문은 지난 12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참석한 국내외 보건 전문가들을 통해 제기됐는데요, 이 회의에 참석했던 김 교수는 동유럽의 사례를 참고할 수는 있으나 결국 남북이 답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김소윤) 체제 전환국들과 북한은 비슷한 면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체제 전환국들은 계획경제를 했다가 개혁개방을 했는데요,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이제는 다른 나라들과 자유로운 무역과 교류가 가능합니다. 북한은 계획경제는 했지만, 개혁개방을 하는 시기를 놓친 감이 있습니다. 보다 더 근본적인 차이는 체제 전환국가들은 그 배경에 자기들을 support해 줄 수 있는 나라가 없었지만, 북한은 같은 민족인 남한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남북한이 어떤 방식으로 협력하게 될 지 모르는 단계여서 어떤 작용을 할지 알 수는 없지만, 최소한 남한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함께 support 할 수 있게 준비를 하자고 하는 의견들이 있어서, 북한과 어떻게 협력관계가 이뤄지느냐에 따라서 상당히 다른 양상이 있을 수 있겠다고 봅니다.

참고로, ‘support’는 ‘다른 사람을 지원하거나 격려하고 응원하는 일’을 뜻하는 영어단어인데요, 동유럽 체제 전환국들의 보건의료 체계 개혁과 과정을 북한에 도입하기 쉽지 않다면, 통일 독일의 사례는 어떨지 물었습니다. 김 교수는 독일 방식으로 북한을 떠안는 것은 어렵다면서, 재차 남북이 창조적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김소윤) 통일독일의 경우, 남북한과 비슷하게 서독, 동독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서독이 경제적으로 동독에 지원해줄 수 있는 점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통일독일에서는 서독이 동독을 흡수통일 내지는 완전히 하나의 체계로 만드는 통일을 한 측면이 있어서 그 모든 비용과 체계를 서독이 주도했습니다. 예상컨대 남한과 북한에서는 그런 방식으로 통일되기에는 여러 여건상 어렵지 않을까요? 협력적인 교류를 증가시키는 방식의 기간이 훨씬 더 장기화되는 방식의 통일을 예상할 수 있기에 흡수통일 측면으로 남한이 감당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감이나 북한이 감당할 여러 사회적 혼란을 줄이면서도, 서로 경제적, 창조적, 발전적 협력을 한다면 남북한이 다르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안타깝게도 남북 간 보건의료협력은 여전히 지지부진한데요, 이런 상황에서 최선은 무엇일까요? 김 교수는 닫힌 문도 자꾸 두드리다 보면 언젠가 문이 열린다는 믿음을 갖고 남북간 차이를 줄이기 위한 보건의료계의 노력이 계속될 필요가 있다고 답합니다.

(김소윤) 여러 경제제재로 활발한 직접적 교류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의료, 교육, 관광 등 문화적 성격이 있는 측면에 대한 부분은 교류협력이 이뤄져야 하고 여러 소통적 장벽을 없애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보건의료 부문은 그런 노력을 더 활발하게 해야 합니다. 직접 의사가 (북한에) 가거나 북측에서 (남쪽으로) 오는 등이 어렵다면 여러 제도를 비교하고 제도의 차이를 좁히기 위한 교류협력 노력은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법제를 통해 보건의료 법률에서 남북한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 보면서 그 차이의 배경과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 보건의료를 향상할 수 있는 남북한 협력방안을 찾는 게 제 영역인데요, 현재 딱히 돈이 (많이) 들지 않으면서도 남북 학자들이 같이 해나갈 수 있는 연구라고 봅니다.

(OUTRO) RFA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오늘은 북한 보건의료법 분석과 체제 전환국 보건의료체계 개혁 사례의 북한 적용 가능성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