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음주량 높은 남북한, 왜곡된 음주문화 이젠 바꿔야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9-09-10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평양 대동강맥주축제 모습.
평양 대동강맥주축제 모습.
/연합뉴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시간입니다.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은 사람 중심의 보건, 복지, 의료 국가를 만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의 책임연구원으로 있는 탁상우 박사와 함께 남북한의 높은 음주량과 폭음 위험성을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술잔 부딪치는 소리)

술잔 부딪치는 소리, 잠시 들으셨는데요, 술은 우리네 삶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음료이죠. 마침 남한 질병관리본부와 아주대학교, 연세대학교 협동 연구진이 최근 남한 내 만 19세 이상 전국 대학생 5천여명을 대상으로 술을 얼마나 마시고 있는지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요, 남한 내 대학생 약 75%는 1달에 1번 이상 음주하며, 1번에 10잔 이상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게 많은 음주량이냐고 탁상우 박사에게 물었습니다.

(탁상우) 결코 안전한 음주량이 아닙니다. 남한 보건복지부에서는 남자의 경우 7잔, 여자의 경우 5잔 이상 마시게 되면 ‘폭음’이라고 정의합니다. 10잔은 이보다 훨씬 많은 양입니다. 이 정도 양이면 남한의 일반 소주 한 병 반 정도되는 양인데, 개인적으로 차이는 있지만, 일반인의 경우 이 정도 마시면 만취될 수 있습니다. 이 때 혈중 알코올농도도 매우 높아서, 이 상태로 운전을 하다 적발되면 남한 기준으로는 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 수준을 넘을 정도로 많은 음주량입니다.

그렇다면 적정 음주량은 얼마나 될까요?  10여 년에 걸친 연구를 진행한 충남대병원 가정의학과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지침서에 따르면, “나이와 술을 분해하는 체질 등을 고려할 때 남한 성인 남성의 주당 적정 음주량은 8잔 이하, 여성은 4잔 이하, 1회 최대 음주량은 3잔 이하, 여성은 2잔 이하”입니다. 이는 미국 국립보건원이 규정한 표준 1잔, 즉 맥주 1캔, 작은 병 맥주 1병, 와인 1잔, 양주 1잔의 개념을 동일하게 적용시킨 양입니다. 20도 소주로 치면 90㎖ 1/4병, 막걸리는 300㎖ 1사발에 해당합니다.

북한의 음주량, 궁금하시죠? 통계만 보면 북한의 평균 음주량은 남한보다 높지 않다는 결론이 나오는데요, 탁 박사는 유엔 통계에 누락된 자료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북한의 공식 통계와 관련해, 한국 통일연구원의 김석진 연구위원은 지난달 말 서울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행정 역량 부족, 허위 보고 장려, 국영경제 기능 약화 등으로 신뢰도 높은 통계 생산은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탁 박사의 설명 들어보시죠.

(탁상우) 최근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북한에 사는 15세 이상 주민의 평균 음주량이 전 세계 129위입니다. 순수 알코올로 환산했을 때 연간 약 3.2리터를 섭취한다고 합니다. 남한이 이보다 훨씬 많은 12리터 정도를 소비하는 것을 봐서는 북한이 남한보다 현저히 적게 음주를 하는 셈입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가정에서 소주를 만들어 마시는 경우가 아주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부분이 실제 통계에 추산되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과소평가된 수치라고 봅니다. 실제로는 훨씬 많은 술이 유통되고 소비될 것이라고 봅니다.

<여러분께서는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을 듣고 계십니다>

남북한이 공히 즐기는 술. 하지만, 지나친 음주가 개인적으로는 물론 사회적으로 끼치는 부정적 영향은 그 미치는 범위와 크기가 대단히 넓고 크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탁 박사는 재차 강조합니다.

(탁상우) 세계보건기구 산하의 국제암연구센터는 술을 1등급 발암물질로 규정했습니다. ‘적당한 음주는 건강에 좋을 수도 있다’는 통념도 잘못됐다고 강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흔히 알려진 만성병, 즉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또, 장기간 음주와 알코올 중독으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부작용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게 보건의료 지출을 증가시키고, 결국은 국가차원에서 공중보건을 위한 많은 재원들이 음주로 인해 발생된 이런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불돼야 합니다. 이런 부담이 발생한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처럼 개인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 말고도, 사회경제적인 영향도 있습니다. 음주 후 운전으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인명사고 등 사회적 측면에서 중요한 사안입니다. 그리고, 음주 후 약해진 절제력 등으로 성폭력, 대인 폭행 등의 범죄들이 저질러지고, 이에 대한 면죄부를 받으려 하는 경우도 흔히 있습니다.

이처럼 과도한 음주로 인한 각종 폐해가 속칭 과음자나 알코올중독자 등 일부 집단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데도, 왜 남한이나 북한이나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술 마시기를 좋아할까요? 탁 박사는 그 이유로 남북한의 오랜 음주문화를 꼽았습니다.

(탁상우) ‘남자라면 술을 마실 줄 알아야지’ ‘술을 함께 마셔야 마음을 열고 신뢰관계가 형성된다’고 믿는 등 문화적 경향도 음주를 부추기는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음주가 이뤄지면 이런 왜곡된 음주문화가 다음 세대에도 그대로 전달됩니다. 이런 가정에서 성장한 자녀들이 성인이 돼서 알코올 중독에 이르게 되거나 음주로 인한 건강장애를 경험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가정의 자녀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많은 연구에서 보고되고 있습니다. 남북한 모두 가정과 사회에서 쉽게 음주를 접하게 되고, 또 성인이 되기 전에 음주를 경험하게 되는 일이 너무 흔합니다. 이런 문화를 바꾸는 게 우선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한의 경우는 청소년들이 술을 사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들이 만들어져 있는데, 북한의 경우에는 가정에서 오히려 손쉽게 술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닌지 조금 염려가 됩니다.

그래서 앞으로 남북한 주민들이 건강한 음주습관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는데요, 탁 박사의 조언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술 한잔을 마시더라도 무서워하면서 마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한 잔의 술로 자신의 인생과 삶이 파멸의 길로 들어설 수도 있음을 알고 마셔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탁상우) 음주를 건강에 해를 가할 수 있는 행위로 인식하는 게 필요합니다. 절제하고 조심해야 할 대상으로 이해하는 문화가 조성돼야 합니다. 이런 방향으로 인식을 바꾸려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노력을 기울여야 할 텐데요, 우선 인식개선을 위한 대중교육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실시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주류제품에 대한 과도한 광고나 홍보를 자제하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음주를 부추기는 문화가 양산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현재의 올바르지 않은 음주문화가 계속 재생산되고 지속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문화적 환경을 조금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장소를 막론하고 아동에게 음주를 권할 시, 이를 불법으로 정하고 아동학대에 준하는 처벌을 받게 하는 등의 법적 노력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남한의 경우, 이런 제도의 사각지대가 대학입니다. 갓 20살을 넘긴 젊은이들이 적절한 통제체제가 없는 환경에서 무방비로 다양한 음주문화에 노출돼있습니다. 건전한 음주문화가 전 사회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이런 사각지대도 혜택을 볼 수 있는 총체적인 제도 개선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요?

(OUTRO) RFA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오늘은 남북한의 높은 음주량과 폭음 위험성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감사합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